[Health Journal] 코로나로 병원가기 두려운데..이 기회에 '셀프닥터' 돼볼까

이병문 2020. 9. 2. 04: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쪽 눈만 침침해진다면..뇌졸중 전조증상 의심을
요즘 병원도, 환자도 위기다. 입원과 수술을 도맡았던 대학병원은 전공의·전임의가 하얀 가운을 벗어 던지고 의료 현장을 떠났고, 일부 다시 복귀해도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 진료 현장을 지키던 교수와 간호사, 전공의·전임의도 피로가 누적돼 얼마든지 의료사고에 노출될 위험에 처해 있다. 그동안 든든한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해줬던 병원과 의사들이 흔들리자 환자들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위기일수록 환자는 건강을 직접 챙기며 강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건강이나 질환 관련 공부를 해 '건강지능(HQ)'을 높이고 몸이 보내는 '보디사인(body sign)'에 알고 대처해야 한다. 현재 어떤 질환을 앓고 있다면 관련 서적을 읽고 상황별 대처 방법을 숙지해둬야 한다. 무엇보다 병·의원에 못 가는 상황에서 스스로 진단하고 처치하는 '셀프닥터(self-doctor)'가 돼야 한다. 또한 일반인보다 의료 지식이 많은 약사나 간호사를 비롯해 평소 알고 지내던 의사와 '온라인 대화창구'를 마련해놔야 한다.

이와 함께 집단휴진이나 총파업 기간에도 문을 닫지 않고 환자 곁을 지킨 병·의원 목록을 만들어 놓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사태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의료 공백이 생겼을 때 이들 병·의원은 위급한 환자들에게 든든한 방패가 돼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병원을 활용하면 좋다. 엄격한 심사와 검증을 거쳐 보건복지부가 인증한 전문병원은 의료 수준이 대학병원급이지만 진료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예를 들어 세종병원그룹(부천 세종병원·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은 국내 유일한 심장전문병원으로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과 비교해도 결코 손색없는 의료기관이다. 세종병원은 뇌졸중 관련 치료도 뛰어나 심뇌혈관질환이 의심되면 이곳을 찾는 게 의사들이 떠난 대학병원보다 현명한 선택이다.

이번 집단휴진과 총파업을 계기로 '의료쇼핑' '과잉진료'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 병원에 가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지만 가지 않아도 되는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병·의원에 갔던 게 일상화돼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병원을 가고 입원을 한다. 수술도 가장 많이 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의료비가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로 한두 달 병원을 가지 않았지만 별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환자들이 체감했다. '코로나19 학습 효과'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4명(한의사 포함)인데, 이는 OECD 평균인 3.5명에 비하면 68.6%에 불과하다. 국내 의사들의 생산성이 OECD 평균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인구 1000명당 의료 서비스'는 OECD 평균의 68.6%에 그쳐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16.9회나 된다. 이는 OECD 평균인 6.8회에 비해 약 2.5배나 많다. 결국 한국 의사들의 외래진료 생산성은 OECD 평균의 3.6배나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인당 평균 재원 일수가 19.1일로, OECD 평균(8.1일)의 2배가 넘는다. 동양과 서양의 식생활 습관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인의 외래진료·입원(수술)이 많은 것은 병원을 안 가도 되는 환자가 많다는 얘기다.

◆ 내 몸이 보내는 '보디사인(질환신호)'을 구별하라

진단기술이 발달되기 전에 의사는 자신과 환자의 오감에만 의존해 진단했다. 얼굴색과 눈을 살피고, 심장 소리를 듣고, 맥박을 느끼면서 질환을 진단했다는 얘기다. 진단기기가 최첨단화된 지금도 감각 기관은 의사들의 훌륭한 진단 도구가 되고 있다. 환자나 건강한 사람도 평소 몸이 보내는 '질병신호'를 숙지하고 대처해야 한다.

의학전문 저술가이자 질병 예방 전문가로 손꼽히는 미국 조앤 리브먼-스미스 박사(보디사인 저자)는 "피부색, 모발, 기침과 재채기, 귀, 코, 손발톱, 목소리 등에는 수많은 질병 단서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얼굴색이나 몸의 변화와 관련해 주의할 점은 어디까지나 증상 참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질환이 의심되면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해줄 병원을 찾아야 한다. 생명과 직결되는 보디사인은 주로 두통, 흉통과 복통이다.

두통은 뇌 자체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두개골막, 혈관, 일부 뇌신경, 부비동(코 주변의 뼈 속 공간), 근육 등 통증에 민감한 조직이 왜곡되거나 자극을 받을 때 발생한다. 두통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일차성 두통인지, 이차성 두통인지 구별해야 한다. 일차성 두통은 두통을 유발한 원인이 명확하게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편두통, 긴장성 두통, 자율신경 두통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차성 두통은 특별한 원인이 있는 뇌출혈, 뇌종양, 뇌막염 등과 같은 질환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빨리 대학병원이나 심뇌혈관 전문병원을 찾아 MRI나 CT로 정밀검사를 받고 치료해야 한다. 이차성 두통은 50대 이후 갑자기 새로 생긴 두통이거나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극심한 통증, 의식이 혼미해지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며, 상대방의 말을 이해할 수 없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두통 가운데 긴장성 두통이 약 55%, 편두통이 약 40%를 차지한다. 머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나타난 두통은 전체의 1% 미만이다.

복통은 반드시 이유가 있어 통증 위치를 알면 30가지 이상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복통은 복강 내에 있는 위, 소장, 대장, 간, 담낭, 췌장과 같은 소화기관 이상으로 주로 생기지만 간혹 심장, 폐, 콩팥, 자궁, 난소 등 복강 외에 위치한 기관에서 유발되기도 한다. 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은 "복통이 있을 때는 언제부터 어느 부위가 어떻게 아프기 시작했는지, 통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다른 동반 증상은 있는지 등을 기억해 병원에 갔을 때 의료진에게 알려주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배가 아플 때 자가진단은 이렇게 한다. 배를 좌우상하로 4등분해 위치별로 나타나는 통증에 따라 어떤 장기에서 이상이 발생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상복부에서 통증이 생기면 위장 혹은 십이지장 궤양과 췌장염이 원인일 수 있다. 하복부에서는 방광이나 전립선 감염증과 나팔관, 난소, 자궁의 감염증, 종양에 의해서 통증이 생긴다.

오른쪽 아랫부분(우하복부)에서 생기는 통증 중 매우 심각한 것은 충수돌기염(흔히 맹장염)이다. 이 부위 통증을 유발하는 또 다른 원인은 신장결석, 대장염 그리고 여성은 나팔관과 난소질환 등이다. 복부 오른쪽 윗부분(우상복부)에서 발생하는 통증은 담낭(쓸개)에 염증을 유발하는 담석증 때문이다. 왼쪽 윗부분(좌상복부)에는 위장의 대부분과 대장의 일부, 비장이 위치해 있는데, 이 부위에 지속적인 통증을 일으키는 것은 위궤양이다. 대장에 가스가 차 있을 때에도 통증이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 금방 사라진다. 특별한 장기가 없는 왼쪽 아랫부분(좌하복부) 통증은 게실염과 신장결석으로 생긴다. 통증이 있어도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심하게 아프면 요로결석일 가능성이 높다. 게실염은 대장(하행결장) 벽에 생긴 주머니에 장의 내용물이 고여 발생하는 염증이다. 여성은 좌하복부가 아프다면 나팔관과 난소에 감염증이 생겨 통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한쪽 눈에만 시야 장애가 생긴다면 이는 뇌졸중의 전조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단순한 안과 질환이라고 여겨 지나치면 뇌졸중을 조기에 치료할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눈자위가 노란색을 띠면 간질환이나 담도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눈의 수정체가 흐려져 눈동자 속이 희게 보이는 증상은 후천적 백내장일 때 나타날 수 있다.

흉통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대동맥박리와 같은 심혈관질환, 폐나 흉막, 식도, 위장관, 췌장, 담도 등 흉곽 또는 복강 내 다양한 내장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내장기관뿐 아니라 가슴이나 상복부 근육, 건(腱·힘줄), 갈비뼈, 척추 등 다양한 근골격계에서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으로 나타나는 흉통은 성격이 비슷하지만 심근경색으로 인한 흉통은 30분 이상 지속되는 등 증상이 더욱 심각하다. 급성 심근경색은 구토감, 진땀, 쇼크에 빠질 수 있으며 병원에 도착하기 전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다. 따라서 흉통이 발생하거나 30분 이상 지속된다면 그 즉시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 대학병원보다 질환별로 특화된 전문병원 이용하라

최근 의료 공백으로 외래진료·수술에 차질이 빚어졌는데, 대학종합병원보다 전문병원, 중소(중견)병원을 추천한다. 전문병원은 난이도가 높은 특징 질환 진료와 수술을 잘하는 곳으로 보건복지부가 엄격한 심사를 통해 2012년부터 지정해 운영되고 있다. 이들 병원은 대학병원급 의료진과 시설을 갖추고 인턴·레지던트가 아닌 교수급 전문의들이 응급치료와 수술이 필요한 중증 질환자에게 직접 진료·수술을 한다. 믿고 맡겨도 된다는 얘기다. 현재 11개 질환, 7개 진료과목을 갖춘 107개 전문병원이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척추·관절, 심장병, 뇌혈관질환, 유방, 화상, 수지접합, 대장항문, 신경과, 산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재활의학과, 한방척추, 한방부인과 등이 대표적이다. 대한전문병원협의회(회장 정규형 한길안과병원 이사장) 홈페이지에 질환별·진료과목별로 병원 이름이 나와 있다. 전문병원은 코로나19 감염에서 안전한 '국민안심병원'도 지정·운영하고 있다.

국민안심병원은 차의과학대 강남차병원, 우리들병원(청담·부산·대구), 세종병원, 예손병원, 이춘택병원, 서울성심병원, 하나이비인후과병원, 바른세상병원, 명지성모병원, 윌스기념병원(수원·안양), 뉴성민병원, 해운대부민병원, 부산부민병원, 부산센텀병원, 부산고려병원, 서부산센텀병원, 포항세명기독병원, 진주세란병원, W(더블유)병원, 에스포항병원, 구병원, 나누리병원, 서울척병원, 인천나누리병원, 수원나누리병원, 보광병원, 대구참조은병원, 푸른병원, 자생한방병원 등 32곳이다. 이는 전체 전문병원의 20%에 달한다.

대표적인 중소 병원은 영등포병원, H+(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동부제일병원, 서울성심병원, 고도일병원, 부민병원, 홍익병원, 대림성모병원, 혜민병원, 신촌연세병원, 동신병원 등 지역에서 거점 의료기관으로서 환자를 진료·수술하고 있는 탄탄한 곳이다.

◆ CPR 알아두고 응급 키트·약 구비하자

가정이나 야외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는 호흡곤란이나 심장정지 등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다. 이럴 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빠르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119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소요 시간을 10분 이내로 잡더라도 그 이전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뇌 손상과 이에 따른 상황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심폐소생술은 환자의 의식 상태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쓰러진 환자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며 "괜찮으세요? 눈 떠 보세요!"하고 소리치고 환자의 몸 움직임이나 대답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숨을 쉬는지 또는 비정상 호흡을 보이는지 관찰한다. 그다음으로는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 만약 혼자일 때는 119에 바로 신고하고,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큰 소리로 119에 신고해 달라고 도움을 요청한다. 본격적인 심폐소생술을 위해 딱딱하고 평평한 표면 위에 환자의 등이 바로 닿도록 눕힌다. 그리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사람은 환자의 어깨 위치 옆에서 무릎을 꿇고 앉는 것이 좋다. 심폐소생술은 '가슴압박 30회, 인공호흡 2회' 비율을 원칙으로 한다. 환자의 가슴 중앙에 깍지 낀 두 손의 손바닥 뒤꿈치를 댄다. 양팔을 쭉 편 상태에서 체중을 실어 환자의 몸과 팔이 수직이 되도록 한다. 가슴압박 속도는 성인을 기준으로 분당 100~120회를 유지하고, 가슴이 5~6㎝ 깊이로 눌릴 정도로 강하고 빠르게 압박한다. 또한 가슴압박 이후 다음 압박을 위한 혈류가 심장으로 충분히 채워지도록 가슴 이완이 충분히 이뤄지게 한다. 다음으로 인공호흡은 먼저 환자 머리를 젖히고, 턱을 들어 올려서 환자 기도를 개방시킨다. 머리를 젖혔던 손의 엄지와 검지로 환자의 코를 잡아서 막고, 입을 크게 벌려 환자의 입을 완전히 막은 뒤 가슴이 올라올 정도로 1~2초 동안 서서히 숨을 불어넣는다. 만약 인공호흡 방법을 모르거나 꺼려질 때에는 인공호흡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가슴압박만 시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을 반복하던 중 환자가 소리를 내거나 움직이면 호흡도 회복됐는지 확인한다. 호흡이 회복됐으면 환자를 옆으로 돌려 눕혀 기도가 막히는 것을 예방한다. 그 후 계속 움직이고 호흡하는지 관찰한다. 만약 환자 반응과 정상적인 호흡이 없어지면 심장정지가 재발한 것이므로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을 즉시 다시 반복해야 한다.

미리 챙겨둬야 할 응급 상비약은 상처치료제, 멀미약 또는 패치, 진통제, 해열제, 소화제 등이다. 상처치료제는 화상을 비롯한 크고 작은 외상에 대비해 소독약, 연고, 거즈, 압박붕대 등을 챙겨야 한다. 진통제는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했을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해열제는 각종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전신 발열과 근육통이 생겼을 때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 손씻기, 마스크만 지켜도 웬만한 질환 예방

손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게 되면 각종 감염병과 감기·독감 등 호흡기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안타까운 생명을 잃었지만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로 역설적이지만 폐·호흡기질환을 줄여 전체적으로 보면 사망자가 감소했다는 얘기도 있다.

최근 들어 200~400명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에서 나오고 있다. 감염 예방 지름길은 밀폐·밀접·밀집된 실내 공간을 피하고 손씻기,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영국 감염병 전문가들은 호흡기 비말이 최대 8m 이상 확산할 수 있어 사회적 거리 두기 2m도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영국 응급과학자문그룹(SAGE)은 1m 사회적 거리 두기를 했을 때 코로나19 전염 가능성이 2m 거리 두기를 했을 때보다 2~10배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