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돈의 중국 마케팅 (104) 줄임말로 읽는 중국 <1>

오강돈 2020. 9. 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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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체자(简体字)’도 말줄임 방법 ‘간사(简写)’의 일종…
줄임말 많이 쓰는 오랜 전통에 자판 이용 추세 따라 강화

‘재특회(在特会)’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것이다. 재특회는 일본에서 쓰는 말이고, ‘재일 특권을 허하지 않는 시민 모임(在日特権を許さない市民の会)’의 줄임말 즉 준말이다. 구한말 이후 일본에 거주하게 된 한반도 출신 사람들에게 다른 외국인들과 비교하여 모종의 특권이 주어진다고 주장하는 혐한 단체이다.

‘김특회(金特会)’는 중국에서 쓰는 말인데 일본의 재특회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김특회는 ‘김정은과 트럼프의 회담’을 줄인말이다. 트럼프는 중국어로 터랑푸(特朗普∙특랑보)이다. 다른 중국어 줄임말 ‘심동(心动)’은 ‘심장 박동’의 축약어이면서 동시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마음이 설렘’의 뜻으로도 쓰인다. 한국의 ‘심쿵’과 비슷한 말이라 하겠다.

‘말'은 사회와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한다. 그리고 ‘말’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거대한 소비시장 중국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중국 소비자를 내수시장 분석하듯이 알아야 할 일이고, 그런 의미에서 소비자와 시장이 쓰는 ‘말’ 문화의 변화는 당연히 시사점이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 본토 기업들은 ‘말’ 문화도 중국 마케팅에 이용한다.

먼저 글들에서는 중국인들의 생활을 깊숙히 지배하는 ‘말 소리 맞춰 쓰기’, 즉 ‘해음(谐音)’의 문화를 알아보았다. 또 현대 중국의 소비자들이 ‘숫자’를 가지고 ‘말’을 어떻게 만들고 쓰는지, 또 이 ‘말’들이 중국 시장에서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사례를 들어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줄임말’을 통해 중국을 가늠해 본다.

지구상 언어들에 줄임말, 축약어가 있다. 영어에도 축약어(abbreviation)가 있다. ‘See you’를 줄여 CU라고 하고, First도 길어서 ‘1st’로 쓴다. 어휘의 앞부분만 잘라서 Gym(체육관), Lab(실험실)이라고 말한다. 인터넷 도메인 이름의 .org(조직) .edu(교육) .net(네트워크) .mil(군사) .gov(정부)같은 것도 대개 이런 식이다.

축약어 중에 단어들의 앞글자를 따서 말을 줄이는 방법이 ‘두문자어(acronym)’인데 미국 회사 GM은 ‘제너럴 모터스’이고, 미국 대통령이자 공항 이름인 JFK는 ‘존 피츠제럴드 케네디’이다. AIDS는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 ATM은 ‘자동 인출 기계’, LC는 신용장, WHO는 ‘세계 보건 기구’이다. 한국 회사 CJ와 LG는 각각 ‘제일 제당’과 ‘럭키 금성’이고, 한국 대통령 YS와 DJ는 김영삼과 김대중이다.

이 글의 첫부분에서 살펴본 일본어의 재특회, 중국어의 김특회 같은 말도 두문자어이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에서도 말을 줄일 때 두문자어를 많이 쓴다. 북경대학은 북대(北大)이고, 동경대학은 동대(とうだい)이다. 한국에서도 대부분의 대학은 ‘ㅇ대’로 줄여 부른다. 그렇다고 중국의 모든 대학을 이런 방식으로 부르지는 않는다. 복단대학의 줄임말은 복대가 아니라 복단(复旦)이고 청화대학의 줄임말은 청대가 아니라 청화(清华)이다.

일본어에서는 외국어를 잘라서 가타카나 외래어로 쓴다. 성희롱을 일본어로 ‘세쿠 하라(セクハラ)’라고 하는데 ‘세쿠슈아루 하라스만토(セクシュアルハラスメント)’를 줄인 것이다. 그런데 중국어에서는 가급적 외래어도 중문 어휘로 만드는 편이다. ‘IQ’를 중국어로 ‘지상(智商)’이라고 하는데 ‘지력 상수’의 줄임말이다. 영어 ‘EQ’를 중국어로 ‘정상(情商)’이라고 하는데 ‘정서 지상’의 줄임말이다. 영어 ‘FM'을 중국어로 ‘조빈(调频)’이라고 하는데 ‘변조 빈율(주파수)’의 줄임말이다. 영어 ‘AM’을 중국어로 ‘조폭(调幅)’이라고 하는데 ‘변조 진폭’의 줄임말이다. 한편 중국돈을 일컫는 ‘인민폐(人民币∙런민비)’는 국제화를 위해 영어 두문자어 ‘RMB’, ‘CNY(차이나 위안)’도 많이 쓴다.

중국어에서 이러한 ‘말줄임’들을 ‘축약(缩略)’, ‘축사(缩写)’, ‘약어(略语)’ 등으로 정의한다. 이렇게 중국어를 말줄임하는 방법 중에서 ‘간사(简写)’는 더 범주가 넓은데, ‘말을 요약하여 간략하게 쓰는 것’, ‘말을 줄여 약어를 쓰는 것’, ‘복잡한 글자를 약자로 쓰는 것’ 등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원래의 한자를 복잡한 번체자로 규정하고 문자개혁위원회를 만들어 획수를 줄인 ‘간체자(简体字)’를 사용하도록 한 것도 ‘간사’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간칭(简称)’은 예를 들어 상해시를 ‘호(沪)’라는 한글자로 표시하는 것처럼 ‘약칭’을 말한다. 상해시에 쓰인 간체자 ‘호(沪)’는 번체자 ‘호(滬)’를 ‘간사(简写)’한 것이다. 북경시의 약칭은 ‘경(京)’이다.

중국에서 ‘줄임말’을 써온 전통은 오래 되었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사람들이 자판(键盘∙건반)을 사용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줄임말 사용은 더욱 많아졌다. 중국어 ‘자판 입력(输入法∙수입법)’ 방식이 영어 철자를 먼저 쓰고 나서 중국어로 변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누리꾼들은 입으로 하는 말이나 머리속으로 생각하는 속도를 디지털 세상에서 반영하기 위하여 말을 축약하고 또 줄인다. 또 누리꾼들 사이에서의 재미와 문화로 줄임말이 많아지기도 한다. 인터넷 위주로 소비되는 언어를 중국에서 ‘망락 어언(网络语言)’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오빠, 형, 자기’ 등의 애칭으로 사용되는 ‘꺼거(哥哥)’를 누리꾼들은 ‘GG’라는 영어 두문자어로 쓴다.

◆ 필자 오강돈은...
《중국시장과 소비자》(쌤앤파커스, 2013) 저자. (주)제일기획에 입사하여 하이트맥주∙GM∙CJ의 국내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등 다수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디자인기업∙IT투자기업 경영을 거쳐 제일기획에 재입사하여 삼성휴대폰 글로벌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 등을 집행했고, 상하이∙키예프 법인장을 지냈다. 화장품기업의 중국 생산 거점을 만들고 사업을 총괄했다. 한중마케팅(주)를 창립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졸업, 노스웨스턴대 연수, 상하이외대 매체전파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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