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기상청 '오보청' 논란, 왜 끊이지 않나

송유근 기자 2020. 9. 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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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호 태풍 ‘바비(BAVI)’가 북상하던 지난달 25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들이 태풍 경로 등 기상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장마 예측 실패에 ‘기상망명족’등장…“이상기후 따른 오차” 해명

데이터 부족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제역할 못해… 예보관 개입도 한몫

평년수준 강수량 예보했지만

장마철 평년대비 180㎜ 초과

“예보 잘못…댐수위관리 실패”

수자원公 등서도 ‘기상청 탓’

시민들 “시간별 변하는 날씨

해외 앱이 韓보다 훨씬 정확”

비소식‘60 →10분 단위’ 제공

AI 예보관 개발 등 개선 노력

올해 여름 기상청은 유례없는 홍역을 치렀다. 역대 가장 긴 장마가 이어졌지만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서 ‘기상망명족’이란 웃지 못할 집단 명칭도 생겼다. 우리나라 기상청보다는 외국 기상청의 한반도 날씨 예보를 더 믿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상청으로서는 수치나 다름없었다. 물론 지구온난화를 비롯해 ‘이상기후’가 현실화되고 있어 정확한 예보가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또 기상청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제 살 깎아 먹기’라는 지적도 있다. ‘오보청’(오보를 남발하는 기상청) 논란의 이유와 해명부터 기상청의 날씨예보시스템 작동절차 등에 대해 10문 10답을 통해 알아본다.

1. 오보청 논란, 왜 시작됐나?

기상청의 오보 논란은 올여름 ‘역대급’ 장마에 대한 예상이 어긋난 데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5월 기상청은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몰아닥치고, 평년 9.8일이던 폭염 일수가 올해는 최장 25일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22.5도)은 지난해보다 2도가량 낮았고, 폭염 일수는 3.9일, 열대야 일수는 2.3일로 각각 평년 대비 2∼3일가량 적었다. 강수량 예측도 빗나갔다. 기상청은 올해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보했지만, 지난 6월부터 기록적인 장마가 이어지면서 강수량은 예상치를 크게 넘어섰다. 장마 기간 중부지방 강수량은 494.7㎜를 기록했고 남부지방과 제주의 경우 각각 566.5㎜, 562.4㎜를 기록했다. 이는 평년 대비 평균강수량이 이미 160∼180㎜를 초과한 것이다.

2. 오보가 아니라 오차?

이처럼 올해 예보가 엇나가는 경우가 많았던 데 대해 기상청은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기상 현상 발생을 주원인으로 꼽았다. 또 올해엔 이례적인 폭염과 폭우 현상을 보여 예측이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기상청은 장마 당시 “비구름이 남북으로 좁고 동서로 길게 형성되며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나는 국지성 호우가 자주 발생해 예측이 어렵다”고 했다.

최근 이상기후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지구온난화를 꼽을 수 있다. 지구 전체의 기온이 오르면서 변수가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기온이 증가하면 수증기의 활동성이 올라가고 하루는 물론 1시간 뒤조차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또 비구름의 활동성 자체가 높아져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다 보니 비가 올 확률이 있는 지역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짧은 시간 좁은 지역에 퍼붓는 ‘스콜성’ 폭우가 자주 생기는 것도 한반도가 아열대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이를 하루 전에 예측하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데이터도 아직 부족하다. 유럽은 수십 년간 독자적 수치 모델을 이용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오차를 줄이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왔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4월에야 독자적인 수치 모델을 구축했다. 기상청은 현재 외국과 우리나라의 수치예보모델을 모두 활용하고 있지만, 경험과 연구, 데이터의 축적 모두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슈퍼컴퓨터로도 10㎞보다 더 작게 나누기는 어렵기 때문에 변수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3. 옛날엔 달랐나?…기상청의 오보 역사

다만 기상청의 오보 역사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감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기상청의 강수 예보 적중률은 46%에 불과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기상청이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한 5193회 중 실제 비가 온 경우는 3228회(62%)였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없었는데 내린 경우도 1808회였다. 이 기간 강수 유무 ‘적중률’은 47.7%(2012년)에서 45.2%(2016년)로 떨어졌다.

비교적 최근인 2018년의 경우에도 오보 논란으로 기상청장이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창현(더불어민주당) 당시 의원은 당해 10월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지난 2009년 전국 평균 폭염 일수가 4.21일이었고 올해는 31.5일로 10년 사이 8배 가까이로 늘어났다”면서 “폭염을 예측하고 대비하게 하는 기상청이 올여름 한 일이 뭐냐”고 질타했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이에 대해 “예측을 못 한 부분은 사실이고 오보에 대한 부분은 죄송하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하면서 “하지만 장기예보 예측은 단기예보와 달라 쉽지 않다”고 답했다. 같은 해 8월 한반도를 지나간 제19호 태풍 ‘솔릭’ 경로 예측 실패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당시 기상청은 솔릭이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관측했지만 예상보다 진로가 남쪽으로 향했고, 태풍 강도 역시 크게 약화됐다.

4. 이게 다 ‘오보청’ 때문?

기상청의 오보가 이어지자, 기상청을 탓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특히 휴가객과 숙박업체들은 기상청의 오보가 자신들의 피해로 이어졌다며 기상청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지속된 장마로 숙소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빗발쳤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남부지방 여행수요와 경기·강원 일대 피서객 수요가 전국적 ‘물폭탄’ 이후 급감한 것이다. 특히 이번 장마가 소위 휴가시즌인 ‘7말8초’에 집중돼 휴가객과 숙박업체 모두 큰 피해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틀린 예보로 숙박업체들도 피해를 호소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12일 섬진강댐·용담댐·합천댐 방류와 관련한 홍수 상황 브리핑에서 “기상청이 전북 100∼200㎜, 많은 곳은 300㎜ 이상 비가 올 것으로 예보했지만, 실제 강우는 유역평균 341㎜, 최대 411㎜(진안 도통)를 기록했다”며 예보와 실제 강수량의 격차를 설명하는 자료도 제공했다. 이한구 수자원공사 수자원부문 이사는 “기상청 예보가 정확했다면 이런 피해가 없었을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일부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기상) 전문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기상청 예보보다 비가 많이 와 댐 수위 관리를 잘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반박자료를 내고 “‘당일(7∼8일)에 이미 내린 비’와 ‘예보강수량 최대치’를 합하면 실제와 같이 충분히 많은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다”며 수공 해명에 반박했다.

5. 해외 앱 통해 날씨 보는 기상망명족

기상청의 오보 논란이 계속되자 시민들이 날씨 예보 대신 해외 기상청을 찾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시간마다 달라지는 날씨를 보면 해외 앱이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실제 장마가 이어지던 날들에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노르웨이 기상청이 우리나라 기상청보다 정확도가 높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기상망명족 사이에서 정확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해외 사이트는 노르웨이와 핀란드 기상청, 미국 ‘아큐웨더’, 영국 ‘BBC 웨더’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네이버에 따르면 미국 기상 정보 앱 ‘아큐웨더’ 검색량은 지난 4월 577만 회에서 지난 7월 3410만 회로 5.9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체코 기상 앱 ‘윈디’ 검색량 역시 476만 회에서 1110만 회로 2.3배로 증가했다.

기상청의 반복된 오보는 결국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일반 국민의 기상청에 대한 신뢰도가 100점 만점에 69.3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6. 러시아도 오보청?

올여름 연이은 오보로 국민의 짜증을 유발한 ‘오보청’이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러시아 극동의 연해주에서 기상청의 잘못된 기상 예보로 주요 관광지가 타격을 입자 주지사가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섰다. 알렉 카줴먀코 연해주 주지사는 24일(현지시간) 연해주 공식 홈페이지에 “기상청은 잘못된 기상 예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는 제목으로 공개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카줴먀코 주지사는 “기상청은 기상 악화가 예측될 경우 연해주 정부에 보고하라”며 “그러면 우리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람들을 위험한 장소에서 대피시키겠다”고 밝혔다.

앞서 연해주 기상청은 지난 주말 기상 악화를 예보하며 관광객들에게 해안에 머물지 말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예보만큼 기상이 별다르게 악화되지 않았고, 예보가 적용된 지역의 1200개에 달하는 관광 시설이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그는 “우리는 관광 지역이며 먼 곳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우린 (관광업을) 적극 발전시키는 중이다”고 전했다.

7. “막상 비교해보면 달라”

그렇다면 국내 기상 예보 능력이 정말 외국보다 뒤처질까? 일부 국가보다 뒤처진 건 사실이지만, 그 격차가 현저한 수준은 아니다. 감사원의 ‘기상예보 및 지진통보 시스템 운영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상 예보 오차율(5일 전 예보)은 43.7%로 유럽연합(EU·37%)보다 높고 영국(41.6%), 일본(45.5%), 캐나다(43.2%)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와 관련해 기상청 관계자는 “더 노력해야 할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국내 기상예측력이 해외에 뒤지지는 않는다. (노르웨이 기상청 정보 등이 주목받는 것과 관련해) 우리나라 날씨를 예측하는 해외 기상 정보가 정말로 신뢰할 만하다면 돈을 주고서라도 가져오면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Korean Integrated Model) 데이터가 축적되면 상황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8. 기상청의 ‘환골탈태’ 노력

기상청은 환골탈태에 들어가겠다며 예측력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기상청은 지난 7월부터 기존 1시간 단위의 강수예보를 10분 단위로 개선했다. ‘지금 내리는 비는 15시쯤에 그친다’는 식 대신에 ‘지금 내리는 비는 15시 20분에 그친다’처럼 예보가 바뀐 것이다. 10분 단위의 강수량 정보를 이용하면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와 그치는 시각, 비가 강해지고 약해지는 변화를 10분 단위로 알 수 있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예보 제공 시간도 6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난다. 올해 하반기에는 3시간 단위로 제공되던 기존 단기예보도 1시간 단위로 상세화할 예정이다. 기상청은 이번 강수량 정보는 국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그래프 형태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인공지능(AI) 예보관도 개발 중이다. 노르웨이 기상청은 컴퓨터가 계산한 수치를 그대로 예보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예보관의 판단이 개입된다. 기상청의 ‘오보청’ 타이틀은 여기에서 비롯된다는 일부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정부 당국이 AI 예보관 개발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의견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9. 올해 한국형수치예보모델 도입

이전에도 기상청이 손만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상청은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78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KIM을 지난 4월 도입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개발됐고 한국만의 날씨 예측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다만 아직까진 데이터가 충분치 않아 현재는 KIM과 기존에 사용했던 영국모델(UM)을 병행해 기상 예측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엔 오보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던 예보관의 능력을 제고시켜 10년 이내에 유능한 예보관 100명을 확보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예보관 교육훈련 체계도 대폭 강화했다. 기상 선진국 전문 교육 기간에 장기 파견교육을 실시하고 기상기후인재개발원에 교육과정도 개설했다. 전체 예보관 20%의 상시 교육을 위해 1개 조를 추가해 3∼4개월 일정기간 교대 근무하도록 한 후 1개월 정도 주간근무를 실시하는 등 근무체계도 개선했다. 또 강수와 기온 분야를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단기예보 전문분석관과 중기예보 전문분석관제도를 새로 적용했다.

10. 태풍 ‘바비’ 예측에선 체코 이겼다

기상청은 27일 한반도를 할퀴고 간 제8호 태풍 ‘바비(BAVI)’의 이동 경로를 정확하게 예측하며, 일명 기상망명족이 많이 찾는 체코 기상 앱 ‘윈디’와의 정면승부에서 승리를 거뒀다.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바비가 27일 오전 5시 30분쯤 황해도 옹진반도 부근에 상륙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황해남도 일대에 많은 비와 함께 강풍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또 태풍의 강풍반경에서 100㎞가량 떨어진 황해남도 옹진군에 초속 20m 이상의 강풍이 불어 나무가 꺾인 모습도 보도했다. 이는 기상청이 지난 25일 바비의 경로를 두고 “황해도 인근 연안에 상륙한 후 황해도를 지날 것”이라고 예측한 경로와 일치했다. 반면 윈디는 기상청과 다르게 바비가 중국 단둥(丹東)시 부근으로 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 기상청과 윈디 예보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기상 예측 모델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한국형수치예보모델인 ‘KIM’과 영국의 수치예보모델인 ‘UM’을 사용하지만 윈디는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예보모델을 사용한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예보관의 분석까지 더해지며 윈디의 예보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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