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호갱 안해" 자급제+알뜰폰LTE 요금제, 똑똑한 소비자 늘었다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2020. 8. 30. 05: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8월 번호이동, 알뜰폰 올해 최고..통신 3사는 일제히 감소
갤노트20發 알뜰폰 가입 증가? 늘긴 했지만..비싼 단말기에 '발목'
자급제폰 인기에.. 제조사, 중저가 자급제 '출시' 이통사, 영업 전략 새판 짜기 '고심
(사진=연합뉴스)
부진에 빠졌던 알뜰폰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자급제 모델과 알뜰폰 LTE 요금제 조합으로 합리적인 통신비를 내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5G 상용화 1년 반이 넘었는데도, 불안정한 5G 품질과 고가 요금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이 이통 3사로부터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0의 인기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구매·개통도 이같은 움직임에 한몫하고 있다. 삼성전자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 자급제로 구매한 뒤 알뜰폰 LTE 요금제나 원하는 통신사에 가입하는 것이다. 특히 쿠팡은 비대면으로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는 '로켓모바일'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알뜰폰이 대세'라고 여겨질 만큼, 눈에 띌 정도로 알뜰폰 가입자가 급증한 것은 아니다. 불황에 빠졌던 과거에 비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100만 원이 넘는 '고가 단말기'는 알뜰폰 가입자를 늘리는데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날로 증가하는 자급제폰과 알뜰폰 인기에 이통업계는 영업 전략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자급제폰이나 알뜰폰 인기는 당장 통신사의 가입자당 매출(ARPU) 하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8월 번호이동, 알뜰폰 올해 최고기록…통신 3사는 일제히 감소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24일까지 알뜰폰 업체들의 번호이동(MNP) 가입자가 6320명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아직 8월이 채 끝나지 않았지만, 지난달 6216명보다도 늘어난 데다, 올해 들어 매달 알뜰폰 가입자 집계 중 최고치다.

반면 이통3사의 번호이동 가입자는 일제히 줄었다. SK텔레콤이 3321명으로 가장 많이 감소했고, 이어 KT 1663명, LG유플러스 1336명 줄어들었다.

업계는 이달 출시한 갤럭시노트20 인기와 맞물려, 고객들이 자급제 단말 구매와 함께 이통3사에서 이탈했다고 있다. 통신사의 5G 서비스에 대해 품질 및 고가 요금 논란이 끊이지 않자 자급제 모델로 구매한 뒤 저렴한 알뜰폰 LTE 요금제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자급제폰은 특정 통신사를 통해 판매되는 단말이 아닌, 양판점이나 오픈마켓·제조사 판매망 등에서 유통되는 단말을 말한다. 자급제폰은 약정 기간과 위약금으로부터 벗어난다.

◇갤럭시노트20, LTE 수요 업고 자급제 열풍 …"알뜰폰과도 잘 맞아떨어져"

27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갤럭시노트20은 사전개통 첫 날 역대 최대기록인 25만 8천 대가 개통됐다.

이 중 14~16%가 자급제로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10% 수준에서 상승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보조금으로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삼성전자 홈페이지나 쿠팡, 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 직접 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통 3사는 갤럭시노트20에 공시지원금을 최대 24만 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갤럭시S20 출시 당시 지원금과 비슷하지만, 전작인 갤럭시노트10 사전예약 당시 최고 45만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119만 9천 원으로 전작보다 낮아진 갤럭시노트20 출고가도 소비자 이목을 자급제로 돌렸다. 공시지원금 축소로, 단말기 출고가가 자급제 모델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온라인으로 자급제폰을 구매하는 비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월 5.9%에 이르는 무이자 혜택은 물론 카드나 온라인 쇼핑몰 포인트 할인 수준이 이통사 공시지원금보다 높다. 25% 선택약정요금 할인도 받을 수 있다.

LTE 사용도 가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1일부터 5G 자급제폰으로 LTE 요금제를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쓰던 LTE 유심을 빼서 그대로 사용하는 유심 기기 변경 방식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곧바로 LTE 신규 가입도 가능해진 것이다. 원한다면 언제라도 5G 요금제로 변경할 수 있다. 소비자는 취향에 맞게 이용하면서, 불필요한 통신비 지출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다양한 알뜰폰 요금제도 가입할 수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5G 자급제폰은 통신사향과 다르게 5G 요금제 외에도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과, 대용량 LTE나 5G 요금제가 저렴한 알뜰폰의 장점이 잘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갤노트20發 알뜰폰 가입 증가? 늘긴 했지만…비싼 단말기에 알뜰폰 '발목'

알뜰폰 업계에서는 "갤럭시노트20 자급제 출시가 곧바로 알뜰폰 가입자 순증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주요 알뜰폰업체의 유심 판매량은 노트20 개통일인 14일을 전후로 5~10%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전보다 늘긴 했지만,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었던 만큼 아주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알뜰폰 사용자는 대부분, 기깃값도 포함되는 월 통신비를 절약하려는 이유로 가입한다. 출고가가 비싼 프리미엄폰보다는 중저가폰을 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알뜰폰에 5G를 비롯해 고용량·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확대되면서 플래그십폰 수요를 다소 유인했을 거라 보고 있다.

KT엠모바일에 관계자는 "지난 24일 노트20 개통일을 전후로 8월 일평균 유심 판매량은 10% 증가했다"면서 "특히 고용량 데이터 요금제 6종 판매는 20% 상승했고, 5G 요금제는 1.5배 늘었다"고 말했다. LG헬로비전도 같은 기간 일평균 유심 판매량이 8% 증가했다.

알뜰폰 업계 최초 5G 요금제를 실시한 국민은행 '리브엠(Liiv M)'도 전달 대비 8월 일평균 개통건수가 20% 증가했다. 아직 5G 요금제를 출시하지 않은 SK텔링크의 경우 노트20 개통 전후 현상 유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노트20 자급제 물량이 늘어나면서 알뜰폰 가입자도 늘긴 했지만, 알뜰폰 이용자들은 가격에 민감하다"면서 "요금제가 이통사보다 저렴하다고 해도 단말기를 싸게 살 수 없으면 알뜰폰 가입자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급제폰 인기에… 제조사, 중저가 자급제 '출시' 이통사, 새판 짜기 '고심'

이에 휴대폰 제조‧판매 업체들은 가성비 좋은 중저가 고사양 제품으로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 회복에 힘쓰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6일 기존 5G 단말기 대비 절반 수준의 가격으로 책정한 'LG Q92'를 자급제로도 출시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9월 출시한 갤럭시 A90 5G 모델을 준비 중이다. 100만 원을 호가하는 5G 단말기에 대한 수요가 있으나 부담이 큰 고객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날로 증가하는 자급제폰의 인기에 이통업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자급제폰 구매자의 경우, 알뜰폰 요금제를 선택하거나 저가요금제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이통사의 ARPU 하락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나 자급제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5G 가입자 수 증가 폭이 주춤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통사 관계자는 "온라인 영업 채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면서 "기존에 진행하던 전통적인 영업 전략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오픈마켓 입장에서는 고가의 단말을 많이 팔수록 매출을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제품군보다 단말 판매를 장려하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라며 "이런 오픈마켓에서 어떻게 하면 요금제 가입을 유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은 물론 5G 시장 자체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보급형, 저가형 단말기도 많이 나와야 하고, 5G 전국망과 인빌딩 커버리지 확보에도 나서야 한다"면서 "만족할만한 5G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소비자들은 자급제폰뿐만 아니라 5G에 대한 만족도를 더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anckyj@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