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식로드]'구더기 치즈' 카수 마르주<7>

전재욱 2020. 8.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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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문화입니다.

구더기가 치즈를 몽땅 먹어도, 속은 텅 비지 않는다.

치즈는 구더기 장(腸)에서 소화되고, 배설돼 다시 삭히는 과정을 거친다.

우선 치즈에 박힌 구더기를 산 채로 먹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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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새르데냐섬 특유 치즈 숙성법
파리 유충 치즈 속 파먹고 배설물 쌓이면
구더기 산채로 즐기는 '카수마르주' 치즈 탄생

음식은 문화입니다. 문화는 상대적입니다. 평가 대상이 아니죠. 이런 터에 괴상한 음식(괴식·怪食)은 단어 자체로서 모순일 겁니다. 모순이 비롯한 배경을 함께 짚어보시지요. 모순에 빠지지 않도록요. <편집자주>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발효는 인류가 터득한 생존 기술이다. 음식 보존 기간을 늘리기 때문이다. 일부러 음식에 세균(미생물)을 끌어들여 맛을 뒤튼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되레 맛의 풍미가 살아났다. 살기 위해 먹던 것이 맛까지 좋아지니 일거양득이다. 생존법에서 요리법으로까지 거듭난 것이다.

대표적인 게 치즈다. 구전으로는, 기원전 중앙아시아에서 처음 등장했다. 광활한 대지에서 가축을 방목하며 살아가던 유목민이 우연히 `상한 우유`를 먹은 게 시초라고 한다. 당시 동물 젖은 소중한 단백질 섭취원이었다. 갖가지 노력을 기울여도 쉬 상하는 게 문제였다. 그런데 보존 기간이 길어지고 맛까지 끌어올리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후로는 일부러 우유를 적당히 상하게 뒀다. 삭혀서 치즈로 만들어 먹으려고 했다.

카수 마르주 치즈(사진=위키피디아)
카수 마르주(Casu Marzu)는 삭히는 방법이 특이한 치즈다. 기본 원리는 일반 치즈와 같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에서 산양 젖을 데워 만든다. 3주 안팎으로 숙성시켜 굳힌다. 여기서부터 여타 치즈와 다른 비법이 들어간다. 바삭해진 치즈 단면을 잘라내고 파리 유충을 속에 집어넣는다. 이후 다시 숙성에 들어간다. 이 기간에 유충은 구더기로 부화한다. 눈 뜨자 마자 눈앞에 펼쳐진 건 치즈 황홀경이다.

구더기가 치즈를 몽땅 먹어도, 속은 텅 비지 않는다. 배설물이 치즈 속을 다시 채우는 까닭이다. 치즈는 구더기 장(腸)에서 소화되고, 배설돼 다시 삭히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면서 속의 질감도 전보다 묽어진다. 그래서 일반 치즈보다 씹는 맛이 덜하다고 한다. 여하튼 배설물은 냄새를 동반한다. 누구는 이를 악취라고 하는데, 다른 이는 악취를 즐기려고 치즈를 먹는다.

즐기려면 몇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우선 치즈에 박힌 구더기를 산 채로 먹는 편이 좋다. 구더기가 죽었다는 건, 치즈가 상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아울러 치즈를 먹을 때는 손으로 가리는 게 낫다. 그렇지 않으면 눈을 감거나, 안경을 쓴 채로 먹으라고 조언한다. 구더기가 `점프`를 하기 때문이다. 눈을 다치는 예도 있다고 한다. 끝으로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께름칙하다고 얼렁뚱땅 삼키면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 위와 장을 거치면서까지 살아남은 구더기가, 안에서 반격을 꾀할 수 있다.

옛말에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랴`라고 하는데, 구더기를 먹으려고 치즈를 만든 이탈리아인을 보면 해괴할 법하다. 어쩌다 탄생한 것인지 정확하게 가리기 쉽지 않다. 다만, 카수 마르주(Casu Marzu)가 작정하고 나온 음식은 아닐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어의 모태인 라틴어의 `Casu`는 `우연히`라는 의미이다.

전재욱 (imf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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