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집어삼킨 파도에 아프게 날리는 해안가 모래까지'

태풍 바비 위력 '강력'..오늘 낮 12시 서귀포 서쪽 180km 해상 지날 예정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백나용 기자 =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제8호 태풍 '바비'가 26일 오전 제주에 접근하면서 막강한 위력을 보이고 있다.

방파제 넘는 태풍 '바비'의 거대 파도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도가 제8호 태풍 '바비'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 26일 오전 거대한 파도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 방파제를 넘고 있다. 2020.8.26 jihopark@yna.co.kr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바비는 이날 오전 9시 현재 중심기압 945 헥토파스칼(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45ｍ로 서귀포 서남서쪽 약 21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9㎞로 북진하고 있다.

특히 오전 9시 현재 강도가 '강'에서 '매우 강'으로 세력이 세졌다.

현재 제주도 육상과 제주도 앞바다, 제주도 남쪽 먼바다, 남해 서부 서쪽 먼바다에 태풍경보가 발효 중이다.

태풍이 가깝게 다가오고 있는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 일대에는 집채가 아니라 빌딩 높이의 강한 파도가 쉬지 않고 몰아치고 있다.

모슬포항을 둘러싼 높이 15ｍ 방파제를 훌쩍 넘어 등대마저 집어삼키는 거대 파도는 태풍 '바비'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태풍 '바비' 제주 접근중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도가 제8호 태풍 '바비'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동서교통 통합관제실에서 태풍의 진로와 함께 전기 시내버스의 운행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 2020.8.26 jihopark@yna.co.kr

모슬포항 남쪽의 송악산 인근의 펜션에 투숙했던 관광객 강모(26)씨는 이날 오전 안덕면 사계리까지 차를 타고 나와 해변을 둘러봤다. 그는 "어마어마한 파도가 갯바위를 때려 만드는 수십ｍ 높이의 포말을 직접 보니 자연의 힘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감이 생긴다"며 "이번 태풍이 큰 피해를 남기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풍에 해안가 모래가 날려 피부가 아주 따갑다"며 서둘러 숙소로 돌아갔다.

실제 강한 바람에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의 모래가 주택가까지 날리고 있다.

바람이 센 탓에 날리는 모래 세기도 덩달아 세지면서 맞으면 아플 정도다.

해안가에는 출입금지선이 설치된 상태다.

태풍이 지나는 제주 '위태'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북상하는 제8호 태풍 '바비'의 직접 영향권에 접어든 26일 오전 제주시 내 거리에서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 속에 사람들이 위태롭게 걸어 다니고 있다. 2020.8.26 bjc@yna.co.kr

사계리 곳곳에 내걸려 있던 현수막은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찢어져 요란한 소리를 내며 펄럭이고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서는 강풍에 간판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회수동 로터리로 강한 바람에 나무가 꺾여 도로 한가운데로 쓰러지면서 교통이 통제됐다.

정방폭포에는 지형적인 영향에 따라 높이 20ｍ에 달하는 해일성 파도가 들이닥치고 있다.

제주 곳곳에 심어진 키 큰 야자수 나무는 요란하게 흔들리며 가지가 꺾이고 있다.

태풍이 불어닥치면서 길거리는 한산한 상황이다.

이날 제주지역 유치원·초·중·고등학교의 등교수업은 모두 원격수업으로 전환돼 진행되고 있다.

또 근로자 대부분이 재택근무나 출근 대기를 안내받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문해수욕장 출입금지'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도가 제8호 태풍 '바비'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중문해수욕장 입구에 출입금지 라인이 설치돼 있다. 2020.8.26 jihopark@yna.co.kr

길거리에는 승용 차량 몇 대와 버스만 거북이걸음으로 주행하고 있다.

평소 쌩쌩 달리던 택시는 자취를 감췄다.

몇몇 시민만 강한 바람에 휘청거리며 힘겹게 거리를 오가고 있다.

우산은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우산을 파고드는 강한 비바람에 거리를 오가는 시민 모두가 홀딱 젖은 상태다.

태풍 바비는 26일 낮 12시 서귀포 서쪽 약 180㎞ 해상을 지나, 오후 6시께 목포 서남서쪽 약 160㎞ 해상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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