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의 한기총은 한국 교인 3%에 불과"..거리두기 나선 개신교회들

조현 2020. 8. 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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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제일교회가 코로나 2차 대유행 진원지 지목되자
개신 교단 앞다퉈 성명서 발표하며 '분리' 정책 나서
7월10일 정부의 소모임 금지에 반발하던 것과 대조적
"전광훈뿐 아니라 확진자 폭증 교회와 무관" 선긋기
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목사가 성북구보건소 차량으로 이동하며 마스크를 내리고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광훈 목사가 설립한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00명을 넘어서는 등 개신교가 ‘코로나 2차 대유행’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개신교회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지난 2월 대구 신천지발 대유행 때만 해도 “신천지는 개신교 교회와는 전혀 다른 이단”이라면서 책임을 피했던 개신교회들은 교회발 확진자가 폭증하며 국민적 공분을 사자 태도를 바꾸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소망교회, 영락교회, 온누리교회 등 대표적인 대형교회들은 18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해 온라인 예배만 허용키로 한 조치 이전에 “그렇게 하겠다”고 선수를 쳤다.

정부가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지난달 10일 교회 소모임을 금지하자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양새다. 당시엔 보수적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나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뿐 아니라 30개 회원 교단 연합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까지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정부에 으름장을 놓았다. 이들의 주도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소모임 금지 조처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고, 개신교인 42만여명이 서명을 하기도 했다. 그러자 정부는 2주 만인 지난달 24일 이 조처를 철회했다. 하지만 이후 사랑제일교회 외에도 경기 용인 우리제일교회, 고양 기쁨153교회, 반석교회, 서울 양천구 되새김교회, 경기 김포 주님의샘교회 등을 통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정부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전광훈 목사. 연합뉴스

그러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NCCK)는 17일 “교회가 우리 사회를 심각한 위험으로 몰아넣었다”는 사과문을 이홍정 총무 명의로 발표했다. 진보적인 교회협의 경우 정부의 방역 지침에 협조적이었기 때문에 이런 사과가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중도·보수 단체들의 태도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한때는 적당히 공생해온 전광훈 목사 및 사랑제일교회와의 ‘거리두기’다. 전 목사가 소속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대부분 교단의 탈퇴로 유명무실해진 가운데 한기총을 대신한 연합기관으로 등장한 한교총은 18일 성명을 내 “전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는 본연의 종교활동을 넘어 정치 집단화되었다”며 “조속히 교회의 본모습으로 돌아와 코로나19 검진과 방역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한발 더 나아갔다. 이들은 이날 성명에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전 목사에 대해 보다 확실한 처분을 촉구한다”며 전 목사 처벌 요구에 앞장섰다. 이 단체는 “지난해 8월 장로회 통합, 합동, 백석, 고신, 합신, 기감, 기성, 침례 등 주요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가 주요 공교단에 전 목사를 ‘이단 옹호자’로 규정할 것을 요청한 바 있고, (전 목사의) 이전 소속 교단인 대한예장총회, 백석대신 교단에서는 전 목사에 대해 면직 처분을 내렸으나 처분 이전에 독립적으로 교단을 만들어 나갔기 때문에 제명 처분을 내린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거룩한 복음을 이념에 종속시키고 교회를 정치 집단으로 전락시킨 전씨에 대해 오는 9월 예정된 주요 공교단 총회에서 합당한 조처를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와 나사렛성결교회, 예수교대한성결교회 등 성결교회연합회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전광훈 목사에 대한 공교단들의 확실한 조처를 촉구했다. 이러한 개신교 교회의 태세전환은 한국 교회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집중되자 전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해 ‘우리는 전 목사나 한기총과는 다르다’며 앞다퉈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교총 간부를 맡은 한 목사는 “전 목사가 대표(현재는 직무정지 상태)를 맡은 한기총은 이단 목사들을 합류시키고 정치모리배와 장사치 같은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기존 교단이 대부분 탈퇴해 현재는 한국 교인의 3%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대표성을 상실한 상태임에도 전 목사가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양 행세함으로써 그 덤터기를 한국 교회 전체가 뒤집어쓰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한교총이나 지역교단연합체에 소속된 기성 교회들은 대부분 정부의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지만, 현재 확진자를 양산하고 있는 교회는 기존 교단이나 정부의 협조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라고 덧붙였다. 전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등은 정부의 방역 지침을 아예 무시해왔고, 126명의 누적 확진자를 양산한 용인 우리제일교회도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나 용인시기독교연합회에 가입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교회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개신교 주류 교단 및 연합기관들이 국민적 공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전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해 ‘분리’에 나선 셈이다. 교회들의 이런 움직임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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