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이의 눈물] '엎친 데 덮친' 디카, 설 자리 잃었다

장유미 2020. 8.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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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밀리고 코로나에 치여 판매량 '뚝'..국내선 '불매운동' 직격타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똑딱이'로 불리던 디지털 컴팩트 카메라가 원조 SNS인 '싸이월드'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싸이월드가 2000년대에 국내서 인기를 끌며 함께 성장했던 '똑딱이' 시장은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우며 감성 마케팅을 펼친 '올림푸스'가 주도했다.

'똑딱이 열풍'에 자신감을 얻은 올림푸스는 이후에도 국내서 가수 보아 등 빅 모델을 연이어 발탁, 총 공세에 나서며 4년 연속 업계 1위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카메라 사업을 모두 접기로 했다. 영상 사업을 시작한 지 84년 만이다.

배우 전지현이 등장한 2003년 올림푸스 광고 영상 [사진=아이뉴스24 DB]

올림푸스를 포함한 디지털 카메라 업체들의 몰락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스마트폰이 고성능화되면서 경쟁에서 밀린 탓이다. 각 업체들은 그 동안 고성능 제품을 내세워 시장 방어에 안간힘을 썼지만 올해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으면서 판매량이 심각하게 줄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디카 시장은 지난 2010년 1억2천146만 대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떨어져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작년에는 2010년 대비 8분의 1 수준인 1천522만 대까지 추락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본사진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올해 1~5월 제조된 디지털 카메라 수는 297만7천275대로, 전년 동기 대비 51.1% 수준에 머물렀다. 전년 동월 대비 감소폭도 1월 20%, 2월 27%, 3월 52%, 4월 64%, 5월 75.6%로 점차 확대됐다. 이를 감안할 때 올해 세계 시장은 지난해 대비 40% 가량 줄어든 840만 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디카 시장에서 그나마 선방하는 미러리스 카메라도 시장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미러리스 카메라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67% 감소한 12만 대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디지털 카메라 생산량은 사상 최저 수준"이라며 "업황 악화와 '코로나19' 확산, 일본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 등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캐논 EOS 850D [사진=캐논코리아]

이 같은 분위기 탓에 카메라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던 일본 업체들은 위기에 직면했다. 2018년 기준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캐논이 40.5%로 1위를 차지했고, 니콘 점유율이 19.1%, 소니가 17.7%, 후지필름이 5.1%, 올림푸스가 2.8% 였다. 5개 모두 일본 업체로, 이들의 점유율 합계는 85.2%다.

이 중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캐논은 지난 2분기에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2분기 영업손실은 88억 엔(한화 1천4억 원), 매출은 6천733억 엔(한화 7조4천8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줄었다. 이에 따른 올해 예상 매출도 전년보다 14% 감소한 3조800억 엔, 순이익은 66% 줄어든 430억 엔으로 전망됐다. 지난해에는 디카 사업부의 구조조정을 위해 300억 엔을 투입키로 하고, 의료기기를 새 주력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니콘은 지난 3월 결산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보다 24% 줄어든 2천258억 엔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171억 엔으로 이번에 적자전환했다. 작년에는 220억 엔 흑자였다.

업계 관계자는 "니콘은 캐논·소니 등과 달리 디카 사업 비중이 높아 실적에 더 타격을 입었다"며 "카메라 부문 적자가 커진 탓에 회사 전체 순이익도 전년 대비 88% 줄었다"고 설명했다.

올림푸스가 2000년대에 선보인 디지털카메라 '뮤' [사진=아이뉴스24 DB]

올림푸스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카메라 부문 매출은 2016년 628억 엔에서 지난해 436억 엔으로 31%나 줄었다. 2018년, 2019년에는 각각 183억 엔, 104억 엔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는 2017년 4월부터 3년 연속 이어졌다. 이에 올림푸스는 결국 카메라 사업 유지에 부담을 느껴 올해 관련 사업을 모두 정리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법인은 지난 6월 국내 진출 20년 만에 철수했다.

이에 올림푸스는 영상사업을 분사한 다음 일본 내 투자펀드인 일본산업파트너스(JIP)에 연내 매각키로 했다. 또 앞으로는 현미경 등 의료사업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카메라 시장은 캐논, 니콘 등 일본 기업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작년 한·일 무역갈등으로 발생된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며 "여기에 올해는 '코로나19'까지 업체들의 발목을 잡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카메라 업체들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휴대폰 카메라들의 사양이 고도화되면서 디카 시장을 밀어내고 있다"며 "초기에 '폰카'와 '디카'는 완전히 다른 시장이었지만,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을 주축으로 스마트폰 카메라의 경쟁력이 높아져 특히 보급형 디카 시장이 급속도로 쪼그라들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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