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美 등 '날씨망명족' 즐겨찾는 앱 정확한가 써봤더니

김금이 2020. 8. 1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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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안 오는데 'Heavy rain' 표시한 해외 앱
광복절 '300mm 폭우' 빗나간 기상청
전문가들, "강수 예측은 기술적 한계"

올 여름 역대급 긴 장마가 이어지고 짧고 강하게 내렸다 그치는 집중호우가 많아지면서 정확한 기상 예보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전국 곳곳에 비 피해가 커지는 것을 두고 '기상청 예보가 부정확한 탓'이란 부정적 여론이 나오자 노르웨이와 미국 기상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날씨망명족'까지 등장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해외 앱이 더 정확한 지 알아보기 위해 13일과 14일 기상청 공식 앱 '날씨 알리미'의 초단기 예보와 최근 입소문을 타는 노르웨이 앱 '와이알(YR)', 체코 앱 '윈디(Windy)', 호주 앱 '더웨더채널', 미국 앱 '아큐웨더' 등 5개 앱의 시간별 예보를 비교해봤다.

◆비 안 내린 날 5개 앱 직접 사용해보니

13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사직동은 비가 내리지 않고 흐린 날씨였다. 4시간 전인 오전 8시께 확인한 날씨 알리미에도 이 시간 '구름' 표시가 떠있었다. 반면 YR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지만 이 시간 내내 비가 내리지 않았다.

더 확실한 비교를 위해 오후 3시 아큐웨더, 더웨더채널, 윈디를 함께 확인했다. 결과는 제각각이었다. 날씨 알리미는 오후 6시와 7시 60%의 확률로 비가 오겠다고 예보했고 YR은 오후 5시에 비가 오겠다고 예보했다. 윈디는 오후 12시부터 비가 내리는 중이라고 예보해 이미 정확하지 않았다. 아큐웨더와 더웨더채널만 이날 비가 오지 않겠다고 전망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날 서울에 비가 내리지 않아 두 앱의 예보가 적중했다.

◆14일 출근길 비 대부분 예측…오후 예보는 제각각

13일 밤 11시, 다음날 아침 출근길 날씨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앱을 켰다. 날씨 알리미와 YR, 윈디는 14일 오전 6시부터, 웨더채널은 오전 5시부터, 아큐웨더는 오전 1시에 비가 왔다가 오전 6시부터 다시 비가 이어지겠다고 예보했다. 공통적으로 오전 5시~6시 사이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고 봤다.

실제 14일 아침 서울 성북구에서는 예보보다 늦은 오전 8시~9시 비가 약하게 내리다 그쳤다. 이 시각 서울 성북구에서 다시 한번 앱을 확인하니 날씨 알리미와 아큐웨더, 더웨더채널는 오전 10시에 비가 그쳤다가 오후 12시~1시에 잠시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고 YR과 윈디는 이날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를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었지만 비는 내리지 않아 한국을 포함해 다른 외국 날씨 앱의 예보가 모두 빗나갔다. 오후가 되자 대부분 앱은 강수 없이 흐리기만 하다는 '구름' 표시로 예보를 수정했다. 반면 YR은 첫화면에 '오늘 하루종일 강한 비가 내린다(Heavy rain throughout the day and tonight)'는 문구와 함께 오후 6시까지 비를 전망하고 윈디도 하루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를 고치지 않는 등 현재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했다.

◆광복절에 내린 비, 기상청 예보보다 적었다

14일 밤까지 서울엔 비가 내리지 않다가 다음날인 15일 오전 3시부터 시간당 10mm가량 강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상청은 이날 새벽부터 아침 사이 70mm 이상 매우 강한 비가 집중되고 오후 6시까지 서울과 경기도 등에 100~200㎜에서 많게는 300mm 이상의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반면 YR은 이날 서울에 정오까지 34.5mm, 오후엔 2.6mm가량 매우 적은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아큐웨더는 이날 오후 1시까지 10mm가량의 비가 오고 저녁까지 0.7mm의 비가 더 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서울엔 정오까지 46mm의 비가 내려 YR의 예상치와 유사했지만 오후에 23mm의 비가 더 내려 총 69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해외 앱과 달리 오후에도 많은 비가 이어질 거란 기상청의 예보가 어느정도 맞았지만, 최대 300mm란 예상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정도의 비가 내렸다.

◆해외 앱도 부정확했다…"강수 예측은 기술적 한계"

사흘간 5개 앱을 비교해본 결과 제각각 다른 예보를 내놔 날마다 정확성에 차이를 보였다. 가장 정확한 예보를 제공한다고 알려진 YR과 윈디도 오히려 빗나가는 예보를 많이 내놨다. 대부분 앱이 일정 시간마다 예보를 수정하면서 한두 시간 이후의 날씨는 비교적 정확히 제공했지만, 가끔 예보를 보는 것만으로는 날씨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변동이 잦았다. 현재 유럽중기예보모델이 가장 발전됐고 큰 정확도를 자랑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상 예측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혜영 한국기상학회장(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은 "강수는 아직 불확실성이 많은 분야다. 구름이 있어도 비가 떨어질지 안 떨어질 건지 확률적으로 봐야 하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며 "다른 나라는 수십년 만든 모델로 예측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은 올해부터 막 현업에 활용된 단계라 앞으로 개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훈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대기과학전공 교수는 "기상예보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강수 유무이고 그 중에서도 강수량을 맞추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예보에는 위성 레이더 자료 등도 포함되고 예보관 경험도 많은 편이다. 행정구역별로 세분화해 예보하는 것도 외국 앱에서는 못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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