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야 물렀거라' 사람·물이 통하는 수통골 여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최현태 2020. 8. 1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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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바람소리·계곡마다 장쾌한 물 마음의 때를 씻다/수도권서 한시간 거리 당일 여행지로 ‘엄지 척’/국립대전현충원 호국둘레길 10km 흙길 호젓/로하스 해피로드 드라이브 ·워터캠핑장선 가족·친구들 ‘하하호호’/대청호 수려한 풍경도 즐겨

계룡산 수통골
콸콸콸콸. 비단처럼 펼쳐지는 산세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계곡. 맑은 물은 바위에 부딪혀 커다란 파열음을 내며 계곡을 따라 달리는데 역동적이고 거침이 없다. 마치 폭포 아래 선 듯 장쾌하니 눈을 감고 물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몸속 모든 찌꺼기 세포 하나하나 남김없이 파쇄돼 흩어진다. 풍수지리의 명당이자 민족의 영산(靈山) 계룡산 계곡답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으니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수통골을 따라 수통폭포로 향하는 발걸음이 심장 고동소리만큼 빨라진다.
계룡산 수통골
#한가로운 여름 여행길에 만난 숨은 산책로
서울을 떠날 때만 해도 날이 아주 맑았다.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실 떠가니 장마철인데도 여행 일정을 잘잡은 셈이다. 일행은 우리 중 누가 공덕을 크게 쌓은 듯하다며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데 뉴스를 검색하던 다른 일행이 깜짝 놀란다. 간밤에 물폭탄이 대전에 쏟아져 난리란다. 아니나 다를까 천안을 지나자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더니 대전역 앞은 ‘대전 블루스’만큼 우울한 장대비가 주룩주룩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수통골로 향했지만 ‘역시나’다. 이미 수통교가 잠길 듯 물이 높게 올랐고 수통골 계곡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간밤의 폭우로 계곡물이 불면서 산책로가 잠겨 위험하니 절대 들어갈 수 없단다. 하릴없이 발길을 돌린다. 다만 오후 2시가 넘으면 통제가 풀릴 수 있다니 그때까지 기다려보자.
동죽이네 바지락칼국수
수통골 계곡은 대전역에서 차로 30분 정도 거리여서 많은 이들이 찾는 대전의 명소. 덕분에 계곡 입구에는 맛집과 카페가 즐비하다. 그중 바지락 칼국수 좀 한다는 동죽이네를 찾았다. 다양한 칼국수로 유명한 대전에서 바지락 칼국수라니. 좀 식상하지 않나. 그런데 국물 한 수저 입에 떠 넣으니 생각이 달라진다. 농밀하면서도 칼칼하고 시원해 해장에 좋다. 전북 고창에서 매일 산지 직송하는 바지락과 쫄깃한 면이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카페 그림자기 소년소녀
바로 앞 카페 그림자기에는 10대 소년과 소녀 조각이 서로 마주 보고 섰다. 뭔가 사연이 있을까 상상력을 발동한다. 아마 소년이 사랑을 고백했지만 소녀는 별로 마음에 없어 시큰둥한 표정이다. 카페 주인장 친구의 작품인데 여름 여행에서 뜻밖에 만나는 ‘소나기’같은 순정소설의 한 페이지다. 카페는 다양한 소품들로 꾸며져 여행자들을 반긴다.
국립대전현충원 호국둘레길 무궁화
칼국수에 커피까지 마셨지만 오후 2시까지 아직 많이 남았다. 고민 끝에 차로 5분 거리의 국립대전현충원으로 향한다. 밥 먹고 천천히 걷기 좋은 산책로 호국둘레길이 이곳에 있다. 입구에는 무궁화가 활짝 피어 애국지사와 호국영령들이 잠든 현충원임을 일깨운다.
국립대전현충원 호국둘레길 산책로
미카 129호 증기기관차
가족이 이곳에 잠들지 않은 이상 대전현충원을 찾을 일은 별로 없기에 산책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전현충원을 한 바퀴 도는 10km 흙길은 기대 이상이다. 독일가문비나무, 메타세쿼이아, 화백나무, 목백합 등 수령 30년이 넘는 나무들이 낮은 언덕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울창한 숲을 이뤄 피톤치드를 쏟아낸다. 무지개빛을 따라 조성된 7개 코스를 다 돌면 3시간가량 걸린다. 둘레길 초입에서 만나는 미카 129호 증기기관차는 포토 명소. 1950년 6·25전쟁 때 미군 제24사단장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해 미 특공대원 33명을 태워 작전에 투입된 기관차다. 1980년대 후반까지 동해 남부선 부산∼경주 구간을 운행하는 관광열차로 활용됐다고 한다.
계룡산 수통골 산책로
#수통골 장쾌한 물줄기로 마음의 때를 씻다
잦아들던 비는 완전히 그치고 먹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도 조금씩 보인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다시 수통골로 향한다. 다행이다. 그새 계곡물 수위가 많이 줄어 여행자들이 계곡으로 들어서고 있다. 입구부터 장쾌한 물소리로 가득하다. 비가 얼마나 많이 왔던지 산책로 옆 골을 따라 작은 폭포들이 수도 없이 만들어 졌다. 수통골에 자주 온다는 한 여행자는 이런 풍경은 처음이라며 감탄을 쏟아낸다.
계룡산 수통골 산책로
수통골은 사람과 물이 통하는 아름다운 계곡이란 뜻을 지녔다. 수통폭포로 이어지는 길은 무장애 탐방로여서 평탄한 데크길을 따라가면 된다. 흐르는 물에 회전하는 암석 파편이 오랜 시간 암반을 마모시켜 만든 소(沼)와 판상절리, 하얀 포말을 만드는 작은 폭포들이 어우러지는 풍경. 자연이 아름다운 작품을 곳곳에 빚어 놓았으니 걸음을 자주 멈추게 된다.
계룡산 수통골
계룡산 수통골
수통폭포로 가는 길 중간쯤에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아주 낮은 다리가 놓여있다. 폭우가 내렸지만 계곡 폭이 워낙 넓고 평평하며 수심도 얕아 발을 담그고 쉬어갈 수 있다. 할머니는 이제 그만 가자며 손을 잡아끌지만 손주는 계속 놀고 싶으니 안으로 더 들어가 보자며 떼를 쓴다. 두어 살 되는 딸을 안은 아빠는 아가를 물에 살짝 담갔다 들어올리기를 반복하며 장난치고 아가는 그때마다 까르륵 웃는다.
계룡산 수통골 수통폭포
위쪽으로 더 오르면 계곡은 좁고 다소 가팔라진다. 왼쪽으로 휘어지는 산책로 앞에서 엄청난 물소리가 들려온다. 수통폭포다. 수량이 적을 때 폭포는 용이 꼬리치는 모습인데 간밤에 내린 폭우로 물이 넘치면서 계곡 전체에 거대한 폭포가 만들어졌다. 마치 용 한 마리가 꿈들대며 승천하는 듯하다. 평소에 보지 못하는 모습이니 여행자들은 모두 입을 쩍 벌리고 감탄할밖에. 이날 탐방로는 일부 구간이 잠겨 수통폭포까지만 열렸다. 아쉬움을 남기고 발길을 돌린다.
계룡산 수통골 산책로
수통골 1코스는 계룡산국립공원 수통골지구의 대표 탐방코스. 완만한 경사와 계곡으로 이뤄져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가볍게 등산하기 좋다. 수통골 주차장∼수통폭포∼화산계곡∼금수봉삼거리를 거쳐 금수봉을 돌아보는 총 3.2km 구간으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수통골 2코스는 수통골지구 주요 봉우리 3개를 모두 돌아 보는 종주코스로 난도가 높다. 수통골 주차장∼도덕봉∼도덕봉 능선∼금수봉삼거리∼금수봉∼빈계산으로 이어지는 총 9km 구간이며 5시간30분이 소요된다.
수통골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걱정 없이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가 적극 추천하는 곳이다. 수도권에서 한 시간 거리여서 당일치기 가족여행지로 알차게 즐길 수 있다.
로하스 가족공원
로하스 가족공원 워터캠핑장
#대청호 해피로드를 달리고 캠핑도 즐기다
대청호를 끼고 있는 금강 로하스 에코파크는 카약·래프팅·웨이크보드 등 수상스포츠 천국이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강변 자전거길과 수변데크 산책로인 로하스 해피로드를 따라 대청댐까지 다녀올 수 있다. 2009년 11월 조성된 해피로드는 신탄진에서 대청댐까지 이어져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 있다. 산호빛공원, 에코공원, 델리타운, 어린이공원, 대청공원 등 수변 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공원이 조성됐다.
로하스 가족공원 대청호 산책길
로하스 가족공원 대청호 산책길
로하스가족공원 워터캠핑장은 코로나19 시대에 인기를 끄는 ‘차박 캠핑’의 성지다. 가족공원 입구에 딸아이를 목마 태우고 산책에 나선 가족 인형조각이 눈길을 잡아끈다. 평일이지만 휴가철을 맞아 많은 이들이 캠핑을 즐기는 중이다. 친구들과 놀러온 청년들은 삽겹살을 구우며 왁자지껄 우정을 다진다. 글램핑 사이트에서는 연인이 왕새우 등 다양한 해산물을 구워 먹으며 오랜만의 휴가를 만끽하고 있다. 일반 사이트, 캐러밴 사이트, 글램핑 사이트 등 총 50면의 캠핑 사이트와 샤워장, 개수대, 피크닉 테이블을 갖췄다. 대청호를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돼 수려한 풍경을 감상하며 힐링하기 좋다. 

대전=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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