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맛따라] "술 없는 세상에는 살고 싶지 않다"

글 박재곤 우촌미디어 대표 사진 이광희 한국산서회 이사 2020. 8. 1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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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따라 맛따라 263ㅣ포천·가평 청계산]
배상면주가의 전통술 문화센터 산사원을 둘러보다
배상면 회장.
“술 없어도 살 수야 있겠지만, 술 없는 세상에는 살고 싶지 않다.”
‘한국 주조사의 큰 별’로 남게 된 배상면 회장의 철학이자 자신이 창업했던 배상면주가의 창업정신이다. 배상면 회장은 ‘술의 고장’ 경기도 포천에 전통술 문화센터 ‘산사원’을 설립하고 이곳에 가양주문화관과 판매장터를 열고 산사정원까지 펼쳐 놓았다.
우리 전통술 문화의 특징은 가양주문화라고 할 수 있다. 대량생산의 공업적인 주조가 아니라 집에서 담가 봉제사 접빈용으로 마신 것이 술문화의 중심이었다. 산사원에서는 우리의 술문화를 좀더 쉽게 알 수 있도록 조선시대 반가여인의 일상 속 술빚기와 술문화를 모형인형들과 시로 표현한 전시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우리전통술 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실제로 술을 빚어 보는 체험프로그램인 가양주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는 전통술에 관한 고서들도 전시되어 있다. 판매장터가 열린 별도의 공간에서는 배상면주가의 다양한 전통술들을 한 잔, 한 잔 천천히 음미해 볼 수 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술 음식도 맛 볼 수 있다. 선물세트로 포장된 여러 종류의 전통술 구입도 가능하다. 포천지역의 산을 오른 뒤 하산 길에 잠시 시간을 내어서 한 차례 찾아가 볼 만한 곳이다. 가양주문화관과 판매장터를 둘러본 다음에는 잘 가꾸어 놓은 산사정원을 산책해 보는 것도 좋겠다.
산꾼 중엔 유독 술꾼들이 많다. ‘산꾼’과 ‘술꾼’을 동일 부류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의 음주문화는 술을 서로 따라주는 수작酬酌의 문화, 즉 혼자 마시기보다는 함께 어울려 마시는 군음群飮의 문화다. 정감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교감과 공동체 의식을 위한 예禮로 정착되었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술에 접대문화가 접목되고 ‘수작’이 ‘뇌물공여’라는 이미지로 변질, ‘수작부리지 말라’는 부정적 의미의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술을 함께 마시며 집단의 일원임을 확인하게 되는데 ‘건배’는 집단의 결속을 다지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술 마시는 방법에는 엄격한 법도와 예절이 따라야 한다. 2020년은 새해 벽두부터 코로나19 때문에 원래의 건전한 수작문화가 꼬리를 감추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산사원
전화 031-531-9300 주소 경기도 화현면 화동로 342번길 25
오리사냥
오리고기 예찬론자들의 단골집
삼복의 무더위를 이기고 지친 몸의 원기 회복을 위해 보양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식성은 백인백색이라 선택되는 보양식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삼계탕이 최상위권에 올라 있지만 오리고기를 첫 번째로 꼽는 사람도 많다. 오리고기 ‘애식가’들은 ‘소고기는 절대 먹지 말고, 돼지고기는 있으면 먹고, 오리고기는 찾아서 먹으라’는 말이 있다며, 오리고기 예찬론을 펴기도 한다.
오리사냥은 일동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식당으로 이 지역뿐 아니라 포천시내의 크고 작은 단체들까지 이곳에 와서 회식을 하는 식당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생오리숯불구이를 회전식으로 익혀 내놓는 점이 특징이다.
메뉴 생오리숯불회전구이, 오리훈제 각 4만8,000원. 삼겹살 1만2,000원.
전화 031-535-5240. 031-532-3827. 010-9039-3819.
주소 경기 포천시 일동면 운악청계로 1793 (일동파출소 앞)
황토백운장
62년 전통의 이동갈비 전문점
20년 전쯤에 많은 사람들이 “‘포천’은 몰라도 ‘이동’은 안다”고 했다. ‘포천’은 군청소재지고 ‘이동’은 포천의 1개면이었는데도 ‘이동’이 군청소재지보다 더 알려져 있었다는 뜻이다. ‘이동갈비’와 ‘이동막걸리’ 때문이었다.
이동갈비는 일반적으로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갈비를 받아 내놓는다. 반면 향토백운장에서는 명품 한우를 공급받아 식당 자체에서 갈비를 만들어 식탁에 올리고 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랜 전통의 식당으로 외할머니가 창업, 친정어머니가 승계해 운영하던 것을 지금은 최동옥 대표가 이어 받아 3대, 62년의 전통을 이어 오고 있다. 오랜 전통인 만큼 현지만이 아니라 서울을 위시해 수도권의 단골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메뉴 떡갈비정식 2만4,000원. 갈비탕 1만 원. 소고기국밥, 물냉면 각 8,000원. 비빔냉면 9,000원.
전화 031-531-7822. 031-532-3094 주소 경기 포천시 일동면 기산4리 286-4 (일동파출소 앞)
두부마을
하산한 등산객들에게 대단한 인기
우리의 식탁과 친근한 두부는 기원전 164년경 중국 북부 지역에서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지만, 우리나라가 먼저 만들기 시작했다는 설이 더 유력하다. 콩은 중국보다 우리나라에서 먼저 재배했고 본격적인 맷돌이 낙랑시대의 유적에서 출토된 사실을 근거로 두부는 이미 삼국시대 말 아니면 통일신라 초기부터 먹기 시작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육식을 금하던 스님들의 주요 영양원이었다는 두부가 지금은 가장 대중적인 음식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전국 어느 곳에나 두부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즐비하다. 일동의 중심 시가지에 있는 ‘두부마을’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깔끔한 식당으로 김옥경 대표와 딸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인접한 골프장 손님들에게도 크게 사랑을 받고 있다.
메뉴 두부전골, 철판두부구이(각 2인 이상) 1인 7,000원. 만두두부전골 1만 원. 모두부 1만5,000원. 두부조림 1만8,000원.
전화 031-533-3288. 010-3035-6703 주소 경기 포천시 일동면 운악청계로 1792

포천 명물

막걸리는 왜 포천인가?
1932년 창업, 88년 전통 포천 일동막걸리
탁주와 약주 그리고 소주는 그 뿌리가 같은 형제의 술이다. 고두밥과 누룩을 섞어서 일정 기간 발효시킨 다음 술을 거르는데, 이때 맨 위로 떠오르는 맑은 술이 약주다. 약주를 떠 낸 다음, 남은 술밥에 일정량의 물을 붓고 ‘막 걸러서 빚어낸 것’이 막걸리다. 이 주조과정에서 발효된 술을 증발시켜 뽑아 낸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이 원래의 소주다.

우리나라 전통의 술은 고대 제천의식에 올렸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만큼 그 역사는 참으로 길다. 이 술들은 나라의 술, 즉 국주國酒의 반열에 올라 있다. 막걸리는 농주農酒로도 불린다. 농사일에서 막걸리가 빠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막걸리는 밥 먹듯 마셔도 된다”는 옛말처럼 농사일을 할 때는 식사 대신으로 먹을 만큼 좋다는 것이다. 막걸리는 술이면서, 허기를 달래 주기도 하고 취기도 심하지 않다. 추울 때 마시면 추위를 덜어 주고, 농사일 할 때 마시면 기운을 돋우어 수월하게 일할 수 있게 해준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마실 때면 평소에 나누지 못한 정을 주고받게 해주니, 이를 두고 옛 사람들은 막걸리가 지닌 ‘오덕五德’이라고 했다.

‘포천抱川’이라는 지명은 ‘抱(안을 포)’, ‘川(내 천)’으로 물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천川이 많아 수자원이 풍부하고 물맛이 좋은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같은 포천지역의 지리적인 특성과 벼농사 재배문화가 결합되어 오래전부터 포천지역에서는 막걸리를 생산해 왔다. 조선 선조 때의 문신 박순朴淳(1523~1589)은 노년에 낙향해 여생을 포천시 창수면 주원리에서 보냈다. 옥병서원玉屛書院(포천시 향토유적 제26호)은 박순의 사후, 그의 높은 덕과 깊은 학문을 기리기 위해 1649년(인조 27)에 세운 서원이다. 박순이 노후를 보내며 지은 시에 막걸리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막걸리는 포천지역의 특산품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포천에서는 1932년 일동면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막걸리가 생산되었다. 1950년대 이후, 포천지역에 주둔했던 군부대에 막걸리가 납품되었다. 많은 군인들이 이 막걸리를 맛보게 되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 장병들은 포천막걸리의 맛을 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막걸리의 맛과 명성은 전국적으로 크게 퍼지게 되었다. 포천지역에서는 1932년 일동면 화대리의 ‘장천양조장’ 설립을 필두로 1960년대에는 포천, 내촌, 소홀, 군내, 영평, 관인 지역에서 막걸리 제조장이 우후죽순처럼 설립되면서 막걸리 생산이 조직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주)포천탁주제조장은 포천막걸리의 원조로 1932년 이병규옹에 의해 설립되었다. 포천탁주제조장의 전신, 장천양조장은 산 높고 물 맑기로 소문난 청계산자락에 자리 잡아 4대째의 역사를 이어 오고 있다. 포천일동막걸리는 포천막걸리의 원조이자 근대 한국 막걸리의 역사이며 포천막걸리의 역사다. 대표제품으로 88년 전통의 정통 제조비법이 모두 집약된 수제 고급막걸리 ‘담은막걸리’를 내세우고 있다.

주소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운악청계로 1597
전화 031-532-3207
청계산장
35년 전통의 토종 닭요리 전문점
수도권에는 같은 이름의 청계산 3개가 있다. 한자의 표기도 모두 청계산淸溪山이다. 이름 그대로 맑은 계곡이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그중 하나는 서울 서초구와 경기도 과천 의왕 성남시에 걸쳐 있는 615m의 청계산이고 다른 하나는 양평군에 위치한 656m의 청계산이다.
포천시와 가평군에 걸쳐 있는 청계산이 이 3개의 청계산 중 가장 높다. 대부분의 등산인들이 주로 선택하는 산행들머리는 포천시의 일동면, 청계저수지가 있는 기산리 쪽이다. 하산도 같은 지점으로 원점회귀 산행이 이루어진다.
청계산장은 이 나들목에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식당으로 맑은 계곡, 청계가 흘러내리는 물가에 자리를 잡고 있다. 취재 전, 먼저 전화부터 해보았다. 맑고 생기가 넘치는 목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짧은 통화에서 산장 안주인은 도시생활을 했던 사람이 산속으로 들어가서 생활하는 것으로 짐작됐다.
손님들은 그저 하산 길 잠시 동안 산장을 바쁘게 운영하고 있는 모습만 볼 뿐, 어렵게 보내는 산장주인의 길고 긴 시간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산 속 생활은 결코 만만치 않다. 원래 도시에서 생활한 사람에겐 더더욱 그렇다. 깊은 산속 역경과 고독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사랑이 근본이 돼야 한다. 각별한 배려와 지극한 사랑이 돋보이는 산장주인 내외를 보며 이들의 산 속 생활이 충분히 짐작이 됐다.
청계산장을 찾는 모든 손님들에게 상냥한 모습으로 지극 정성을 다하는 이경미李京美 대표는 대도시에서 생활하던 처녀시절,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예식장에 왔다가 신랑의 친구와 사귀게 되었고, 이윽고 지금의 남편(이갑성)이 되었다고 한다. 남편은 현재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과 힘을 모아 ‘청계야생화토기마을 추진위원회’를 구성, 본부장직을 맡아 맹활약 중이다.
메뉴 토종닭백숙, 닭도리탕(4인기준) 각 6만5,000원
전화 031-532-4198
주소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운악청계로 1480번길 90-22
참나무쟁이
“태조 임금님도 우리 집 ‘진지상’을 드셨을 거예요.”
시골의 고향집과 고향마을은 언제나 그리운 곳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향을 찾는다. 찾아간 고향 초가집 마당에 장독대가 놓여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그림이다. 사람들에게 이런 고향집과 고향마을이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포천시 내촌면 내리 왕숙천 상류지점 47번국도변 계곡가에 펼쳐진 ‘참나무쟁이’는 시골 고향집 같은 전통음식점이다. 왕숙천은 포천시 내촌면 신팔리 서파에서 발원해 남양주시와 구리시를 거쳐 한강으로 유입된다. 넓은 마당 안쪽으로 초가지붕의 안채가 길게 펼쳐져 있고 안채 아래층 물가에도 식탁이 펼쳐져 있다. 안채 한편에는 조그만 무대가 있어 작은 음악회도 수시로 열린다. 안채와 떨어져 있는 공간에는 적은 인원의 동행들이 따로 이용할 수 있는 사랑채도 있다. 사랑채 역시 지붕은 초가다. 이곳 토박이인 집주인 이상호 촌장은 “29년 전 초가 열 동을 짓고 개업했다”며 “인근 베어스타운스키장과 광릉컨트리클럽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한북정맥의 산들을 다녀오는 산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져 금방 명소가 되었다”고 말했다.
식당 가까운 남양주 땅에는 팔야리八夜里가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여덟 밤을 머물렀기에 생긴 지명이라고 한다. 이 촌장은 “만약에 태조가 지금의 임금이라면 분명 우리 한정식 메뉴인 ‘진지상’을 드시러 오실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메뉴 진지상 2만8,000원
전화 031-531-7970
주소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 금강로 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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