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문화프리뷰]

2020. 8. 1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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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막이 오르면 2049년 한국의 수도 서울이다. 사람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인 헬퍼봇이 이제는 낡은 모습으로 단종된 부품조차 구하기 힘든 채로 외로이 집 떠난 주인을 기다리며 살고 있다. 올리버와 클레어도 그렇다. 고장 난 충전기를 빌려 쓰려 우연히 마주하게 되고, 인간의 감정인 사랑을 배워간다. 과연 이들의 만남은 마지막 장면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날까.

CJ ENM 제공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상복 많은 작품이다.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연출상·작사작곡상을 포함한 6개 부문을,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선 올해의 뮤지컬상을 포함해 4개 부문을 휩쓰는 파란을 연출했다. 대학로의 수수한 소극장 뮤지컬이 화려한 대극장의 볼거리 많은 대형 작품들을 훌쩍 뛰어넘는 기념비적 성과를 이뤄낸 흥미로운 사례다.

무엇보다 큰 미덕은 음악적 완성도다. 재즈와 클래식 그리고 복고풍 스탠더드 넘버 풍의 뮤지컬 넘버들이 아련한 향수를 자아낸다. 이야기의 배경은 미래이고 인간이 아닌 로봇이 주인공인데, 오히려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포장한 노스텔직한 감성과의 절묘한 배치가 무대의 감칠맛을 더한다. 포근하고, 세련되고, 서정적인 그러나 정작 시간적 배경은 아련하게 느껴지는 미래인 절묘한 대비인 셈이다. 잔상이 오래 남는 뒷맛이 인상적이다.

뮤지컬 애호가 사이에선 ‘천재 콤비’라 불리는 작가 박천휴와 작곡가 윌 애런슨이 만들었다. 처음 호흡을 맞췄던 작품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이다. 뉴욕대 티시예술학교에서 만나 공동 작업을 시작한 이래 다양한 무대에서 특유의 색깔과 맛을 더해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연출은 뮤지컬 〈신과 함께〉와 〈난쟁이들〉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동연이 참여했다.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꼼꼼한 대사 속에 담긴 비유와 의미 그리고 무엇보다 웃음을 즐기기 좋다.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는 단 세 명에 불과하다. 등장인물 수만 따지면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와 같다. 그래서 뮤지컬을 꾸미는 아기자기한 이야기의 묘미는 꽤나 무대에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을 보여준다. 요즘 서울에서 공연되고 있는 2020 앙코르 버전에선 특히 이목을 집중시키는 캐스팅도 화제다. 최근 폭발적인 시청률과 넷플릭스를 통한 세계진출이 화제인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레지던트 도재학을 연기하던 정문성과 여의사 채송화 역의 전미도가 헬퍼봇으로 나온다. 여기에 무서운 신예 양희준, 안정된 연기와 노래가 돋보이는 강혜인과 한재아, 전성우 등의 조화는 꽤나 만족스럽다. 마니아 중에는 일부러 날짜를 맞춰 좋아하는 배우들의 캐스팅 일정에 따라 공연장을 찾는 경우도 흔하다.

너무 구체적이거나 직접적이지 않은 ‘열린’ 결말은 여러 추측과 자기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만드는 재미도 선사한다. 인터넷상에는 그래서 마지막에 충전기를 건네받는 클레어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는 이유로 또 다른(?) 결말을 추측하는 열혈 관객들의 댓글놀이까지 화제이고 인기다. 코로나19가 가져온 공연가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해내는 인기의 이면을 더욱 실감케 된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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