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응원하는 박수, 극장 넘어 삶의 무대에 이어지길"

이태훈 기자 2020. 8. 11. 14: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리 살펴 본 '쇼 머스트 고 온!' 화려한 무대
어려운 뮤지컬인 돕기 위한 뮤지컬 갈라 콘서트
29·30일 세종문화회관.. 최고배우 30명 출연
"5억 모금해 스태프 등 500명 100만원씩 지원"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뮤지컬 배우와 스태프들을 돕기 위한 뮤지컬 갈라 콘서트, '쇼 머스트 고 온' 포스터.

“20년 넘게 공연한 ‘난타’도 6개월 전부터 멈췄어요. 제작사도 어렵지만 가족 같은 우리 배우와 스태프들 삶은 더 어려운 걸 피부로 느낍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려 합니다.”(PMC프로덕션 송승환 예술총감독)

“우리 뮤지컬 이끌어가는 최고 배우와 스태프들이 기꺼이 참여해줬습니다. 가슴 뭉클하고, 앞으로 ‘코로나를 이겨나가는 길 함께 갈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봤습니다.”(EMK뮤지컬컴퍼니 엄홍현 대표)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배우와 스태프들을 돕기 위해 우리 뮤지컬을 대표하는 프로듀서 8인과 배우 30명이 힘을 합쳤다. 뮤지컬인들을 위한 뮤지컬 갈라 콘서트 ‘쇼 머스트 고 온(The Show Must Go On)!’을 여는 것. 공연은 오는 29일(토) 오후 2시와 7시, 30일(일) 오후 3시 등 세 차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다. 3회 공연의 입장권 수입과 기부금을 모아 총 5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코로나 사태로 생활고를 겪는 뮤지컬인 500명에게 각 100만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30일 일요일 오후 3시 공연은 네이버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서도 후원 모금이 진행된다.

코로나 확산세에 휘둘려 극장이 문을 닫고 공연이 취소·연기되는 일이 이어지면서, 당장 생계 위기에 처한 앙상블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상황이 나은 동료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영화, 클래식, 대중음악, 연극 등 관객과의 만남을 본질로 하는 모든 예술 분야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자기 분야에서 더 어려운 동료들을 도우려 그 동료들이 힘을 모은 사례는 뮤지컬이 처음이다.

코로나로 어려움에 처한 앙상블 배우와 스태프들을 돕기 위해 힘을 모은 우리 뮤지컬의 대표 프로듀서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송승환 PMC프로덕션 예술총감독, 신시컴퍼니 박명성, '클립서비스 설도권, 오디컴퍼니 신춘수, EMK뮤지컬컴퍼니 엄홍현, 에이콤 윤홍선 대표, CJ ENM 예주열 공연사업본부장과 세종문화회관 김성규 사장. /세종문화회관 제공

참여 프로듀서들은 ‘난타’를 만든 송승환 PMC프로덕션 예술총감독을 비롯, ‘렌트’ ‘마틸다’의 신시컴퍼니 박명성, ‘오페라의 유령’ ‘캣츠’의 클립서비스 설도권, ‘맨 오브 라만차’ ‘지킬 앤 하이드’의 오디컴퍼니 신춘수, ‘그날들’ ‘모래시계’의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장우재, ‘웃는 남자’ ‘모차르트’의 EMK뮤지컬컴퍼니 엄홍현, ‘명성황후’ ‘영웅’의 에이콤 윤홍선 대표와 ‘브로드웨이 42번가’ ‘킹키부츠’의 CJ ENM 예주열 공연사업본부장 등 8인이다. 세종문화회관 김성규 사장이 여기에 힘을 더했다.

◇뮤지컬 최고 배우와 스태프 총출동

콘서트에 참여하는 배우들은 강홍석 김선영, 김소향, 김소현, 김수하, 김우형, 김준수, 김호영, 남경주, 리사, 마이클 리, 민경아, 민영기, 민우혁, 박강현, 박은태, 박지연, 박혜나, 손준호, 신영숙, 아이비, 양준모, 옥주현, 윤공주, 윤영석, 윤형렬, 이건명, 장은아, 전나영, 전동석, 정선아, 정성화, 조정은, 차지연, 최정원, 최재림, 홍지민(이상 가나다순) 등 우리 뮤지컬의 ‘얼굴’이라 할 배우 총 30명을 망라했다. 공연 스태프도 최고들이 모였다.

뮤지컬 갈라 콘서트 '쇼 머스트 고 온'의 도입부, 배우 박정자(오른쪽)의 나레이션 장면 컨셉 아트. /신시컴퍼니

“전쟁 중에도 문을 닫지 않았던 무대, 하지만 그 무대에 이제 하나둘 불이 꺼져 가고 있습니다. 아침이면 연습실에서 땀 흘리던 배우와 스태프들이 오늘은 아르바이트를 하러 갑니다. 늘 당연했던 무대가 이토록 그리울 줄 몰랐습니다. 쇼 머스트 고 온.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의 쇼는 계속될 것입니다. 함께 대한민국 뮤지컬을 지켜갑시다. 슬픔이 커질수록, 힘들고 지칠수록 우리는 더 열심히 무대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코로나19도 우리 예술가들의 열정과 사랑을 꺾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들의 무대에서 큰 울림이 시작되길 바랍니다. 서로를 응원하는 뜨거운 박수가 극장을 넘어 모든 삶의 무대에서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쇼 머스트 고 온!’ 뮤지컬 갈라 콘서트의 시놉시스와 컨셉 아트도 공개됐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역할은 깊고 호소력있는 목소리의 배우 박정자가 맡았다. 콘서트 예술감독인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박정자 선생님이 세 차례 공연 모두 도입부 낭독을 흔쾌히 맡아주셨다”며 “이번 콘서트의 의미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모두 담은 감동의 내레이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명 배우들이 차례로 등장해 대표 뮤지컬 넘버들을 부르는 여러 폭으로 이뤄진 병풍 같았던” 뮤지컬 갈라 콘서트의 형식도 혁신한다. 박명성 대표는 “기승전결을 갖추고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품은 콘서트, 레이저와 특수조명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접목된 융복합형 콘서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청소년 배우가 이끄는‘스토리텔링 콘서트

뮤지컬 갈라 콘서트 '쇼 머스트 고 온'을 이끌 청소년 배우들 등장 장면 컨셉 아트.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 성지환(왼쪽)과 '마틸다'의 '마틸다' 황예영. /신시컴퍼니

최고 배우들이 부르는 최고 뮤지컬 넘버들이 주는 감동은 이 콘서트의 기본. 우리 뮤지컬의 미래를 상징하는 두 청소년 배우가 내레이터로 무대에서 직접 공연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뮤지컬 ‘마틸다’의 주역 ‘마틸다’였던 황예영, ‘빌리 엘리어트’의 주역 ‘빌리’였던 성지환이다. 두 배우는 아역으로 섰던 무대의 꿈과 설레임, 그 무대를 모두와 함께 지켜가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한다.

무대는 클래스가 다른 화려함을 선보인다. 천장엔 지름 4m의 키네시스 조명이 설치돼 콘서트 진행에 따라 오르내리며 때로 배우를 비추고 때로 각도를 바꿔 객석을 향하며 역동성을 더한다. 무대 좌우에는 지름 5m가 넘는 턴테이블 위에 거대한 LED화면이, 중앙에도 거대한 슬라이딩 방식의 LED화면이 설치된다. 그간 공연 중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오케스트라의 음악가들도 무대 위 리프트에 자리잡아, 곡의 변화에 따라 직접 조명을 받으며 콘서트의 이야기 속으로 녹아든다.

◇공연 중단 6개월 만에 무대 오르는‘난타

공연이 중단된지 6개월 여 만에 뮤지컬 갈라 콘서트 '쇼 머스트 고 온' 무대에 오르는 '난타' 공연 컨셉 아트. /신시컴퍼니

20여년 공연을 이어왔지만 코로나 사태로 벌써 6개월 넘게 중단해온 ‘난타’ 팀이 1막의 브릿지 무대를 장식한다. ‘코로나로 폐업 위기에 놓인 식당에서 주방장과 종업원들이 함께 희망을 두드린다’는 컨셉.

1막의 화려한 엔딩도 기대를 모은다.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마틸다’의 명넘버 ‘노티(Naughty)’가 공연되고, 신나는 펑키 디스코 리듬의 ‘리볼팅 칠드런(Revolting Children)’, 청소년 배우가 선보이는 당차고 힘있는 탭댄스 무대가 이어진다.

◇키네시스 조명, 미디어 아트… 차원이 다른 화려함

뮤지컬 갈라 콘서트 '쇼 머스트 고 온' 2막 오프닝의 샌드 애니메이션 컨셉 아트. /신시컴퍼니

2막은 빈사 위기의 공연 예술에 새 희망을 꿈꾸는 샌드 애니메이션을 배경으로, 현재의 고난에도 미래는 다시 밝은 태양이 뜰 것을 기약하는 뮤지컬 ‘애니’의 명곡 ‘투모로우’ 공연으로 문을 연다. 키네시스 조명을 십분 활용한 미디어테크쇼 ‘빛의 마중물’, 조명과 홀로그램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한 인터랙티브 퍼포먼스 ‘마리오네트’가 이어진다.

뮤지컬 갈라 콘서트 '쇼 머스트 고온!'의 배우별 무대는 키네시스 조명과 LED, 홀로그램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급'이 다른 화려함을 선보인다.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뮤지컬협회 창립 이후 메이저 프로덕션 대표 프로듀서들이 이렇게 모인 것도 16년 만에 처음인 것 같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제작 시스템의 혁신, 거품 걷어내기, 제도적 뒷받침 등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해 갈 것”이라고 했다. “프로덕션마다 다 절박한 상황이지만, 뮤지컬 후배들은 더 절실합니다. 고통에 지쳐가는, 무대에 서고 싶어도 설 수 없는 후배들을 보듬고 세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뮤지컬 업계 선배들의 책임이고 사명이라 여겨, 이렇게 8개 프로덕션이 모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뮤지컬 갈라 콘서트 '쇼 머스트 고 온'의 엔딩, 모든 출연배우들이 함께 하는 대합창 장면 컨셉 아트. /신시컴퍼니

◇예술기반 붕괴 땐 막대한 사회적 비용… 특단 대책 필요

10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이번 갈라콘서트 소개를 위해 열린 간담회에서는 뮤지컬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와 고언이 쏟아졌다.

세종문화회관 김성규 사장은 “극장이 문을 닫으면 시민들은 문화예술을 향유할 권리를 빼앗기고, 더 근본적으로는 공연예술의 산업 기반이 붕괴하게 된다. 지원금을 얼마 주고 안 주는 문제가 아니라, 한 번 기반이 붕괴되면 다시 세우는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6월 세종문화회관에 뮤지컬 ‘모차르트’를 올리는데, 앙상블 배우와 스태프 162명 중에 올해 처음 공연에 참여한 사람이 80명 정도였습니다. 집과 극장을 오갈 교통비가 없는 지경이었어요.”

클립서비스 설도권 대표는 공연예술인들의 기본적 생활 보장을 위한 보험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이 있다. 공연예술인 보험 마련 등에 좀 더 국가적 차원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비상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공연 입장권에 부과되는 부가세를 면제하고 기금으로 적립해 앙상블 배우와 스태프들을 위한 상시 보험의 기틀을 갖춰가는 방법을 생각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콘서트의 추진위원장인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관객과 교감하는 라이브 공연의 ‘현장성’이라는 본질을 어떻게 지켜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시대 대응책으로 언택트 문화가 예술계에 확산되고 있지만 절대적 대안은 될 수는 없습니다. 공연에는 생생한 현장성에 기반해 관객이 공감하면서 만들어지고 느껴지는 감동이 있고, 그 긍정적 감정의 매개체로 공연의 존재의 이유가 있습니다. 쇼는 계속돼야 합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