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슐랭] 틀림 아닌 다름..'톨레랑스' 푸조 2008, '차이'나는 클라스에 설렘

최기성 2020. 8. 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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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음의 미학'으로 신선한 매력 발산
독창적 디자인과 실용성의 조화 추구
주행성능은 무난..마감품질은 아쉬워
[사진 제공 = 푸조]
트러플(송로버섯), 푸아그라(거위 간), 에스카르고(달팽이).

프랑스 3대 진미다. 운이 좋게도(?) 몇 번의 프랑스 출장에서 남에게 얻어먹어볼 기회가 있었다.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화사가 일으킨 '트러플 짜파게티' 바람이 불기 전 맛본 트러플 오일은 좋았다. 생소한 향이지만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맛에 빠져 귀국할 때 면세점에서 따로 구입했을 정도다.

푸아그라는 한번 맛보고 포기했다. 비릿하면서도 느끼한 맛에 금방 물로 입가심했다. 소라와 전복을 좋아하지만 접시에 담긴 에스카르고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사람은 익숙함과 낯익음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반대로 낯설음은 불편해한다. 오감 중 가장 보수적이라는 입맛에서 특히 그렇다.

익숙한 재료로 만든 요리에는 선뜻 손이 가지만 생소한 재료를 넣은 요리에는 손도 대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재료의 원래 모습을 알 수 있는 형태가 남아있다면 한번 눈길을 준 뒤 시선조차 피한다.

낯설음에 대한 거부감이 크면 차별이 따라온다. 차별은 '틀리다'로 연결된다. '선악'이라는 이분법적 가치판단에 따라 '틀리다'는 평가를 받는 존재는 그 가치를 상실한다.

틀리다는 개념과 혼동돼 쓰이고 때로는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뜻을 나타내는 단어가 있다. 바로 '다르다'다.

'다르다'는 '틀리다'와 달리 옳고 그름의 분별에서 벗어난다. 존재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다. 틀리다는 닫혀 있는 '이분법적 사고'를, 다르다는 '열린 사고'를 나타낸다. 틀리다는 '차별'이고 다르다는 '차이'다.

사실 익숙함은 편하지만 설렘을 주지 못한다. 반면 차이를 인정한다면 낯설음은 설렘을 선사한다. 따지고 보면 누군가에게 낯설음은 누군가에게는 익숙함이자 낯익음이다.

낯설음 속에서도 낯익음을 찾을 수 있다. 푸아그라는 순대 친구인 돼지 간, 에스카르고는 소라·고동과 다를 뿐이지 틀린 존재는 아니다.

[사진 제공 = 푸조]
동등한 위치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차이를 인정하는 '톨레랑스(tolerance)'의 나라 프랑스에서 온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은 '낯설음의 미학'을 추구한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1897년 세계 두 번째로 자동차를 만든 PSA는 전위적이어서 낯설게 여겨지는 아방가르드 디자인을 지녔지만 실용성도 갖춘 차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술을 사랑하면서도 감정보다는 이성을 중시하고 실리도 따지는 복합적인 프랑스인 성향을 닮았다.

한불모터스가 국내 출시한 콤팩트 SUV '푸조 2008 SUV'도 낯설음의 미학에 충실하다. 디자인은 얼핏 보기엔 낯익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아방가르드 예술작품처럼 낯설음이 곳곳에 묻어있다.

SUV 디자인을 갖췄지만 푸조의 상징동물인 사자의 얼굴을 형상화한 전면부는 독특하다. 헤드램프는 먹이를 쏘아보는 눈, 역 사다리꼴 라디에이터그릴은 코, 그릴 중앙에 있는 라이언 엠블럼은 콧등, 범퍼 하단 에어인테이크는 입을 연상시킨다.

헤드램프에는 영역표시를 위해 발톱으로 나무를 할퀸 것 같은 3개의 주간주행등(DRL)이 들어있다. 그 밑에는 사자 송곳니를 닮은 LED DRL도 배치했다. 독특하다.

GT라인의 경우 루프, 필러, 사이드미러를 블랙톤으로 처리해 차체 색상과 차이를 뒀다. 후면부에도 사자 발톱을 형상화한 풀 LED 3D 리어램프로 독특한 매력을 추구했다.

전장x전폭x전고는 4300x1770x1550mm로 기존 모델보다 140mm 길어지고, 30mm 넓어지고, 5mm 낮아졌다. 늘씬하고 역동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면서 실내공간도 넓혔다.

[사진 제공 = 푸조]
속은 더 낯설다. 스티어링휠은 일반적인 원형이나 디(D)컷 형태가 아니다. 육각형 스타일의 타원형태로 크기가 작다. 운전자가 계기판을 쉽게 볼 수 있도록 원형 스티어링휠의 상단과 하단을 가로로 잘라내고 크기도 줄였다.

돌출된 계기판은 좌우 양쪽 끝에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있다. 비행기 조종 핸들이나 레이싱머신 스티어링휠을 연상시킨다. 다른 브랜드에선 볼 수 없는 구조다. 3D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는 운전자가 0.5초 빠르게 주행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지원한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위치한 7인치 터치스크린은 애플카플레이·안드로이드오토와 연동된다. 그 밑에는 공조장치 조작 스위치, 비상등·잠금 스위치가 일렬로 배치됐다. 전투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GT 라인의 경우 녹색, 파란색, 빨간색, 흰색 등 8가지 색상으로 무드를 잡아주는 앰비언트 라이트를 채택했다.

독창적인 예술성 못지않게 실용성도 중시하는 푸조 모델답게 센터페시아에는 지갑이나 선글라스 등을 넣을 수 있는 2단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상단에는 스마트폰 무선충전 기능도 넣었다.

적재공간도 크기에 비해 넉넉한 편이다. 기본 용량은 434ℓ이고 2열을 접으면 최대 1467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다만 앞 유리와 루프가 만나는 안쪽 마감 품질은 아쉽다. 절개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고 마감 처리가 덜 된 듯 단면이 거칠고 유격이 있다.

운전 안전·편의성에도 공들였다. GT 라인은 차선이탈 방지 어시스트,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어탭티브 크루즈 컨트롤, 운전자 주의 경고, 오토 하이빔 어시스트, 차선 중앙 유지 등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을 채택했다.

시승차는 푸조 2008 GT다. 1499cc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했다. 최고출력은 130마력, 최대토크는 30.6kg.m, 연비는 17.1km/ℓ다. 가격(개별소비세 30% 인하분 반영)은 3545만원이다.

시트는 알칸타라 가죽으로 마감해 고급스럽다. 아이 콕핏과 반원 형태로 둘러싼 대시보드는 운전자를 감싸준다.

스티어링휠은 '너무' 가볍다.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좀 더 과장하면 손가락으로 돌려도 될 수준이다.

드라이브 모드는 절전, 표준, 스포츠로 구성됐다. 표준 모드로 달릴 땐 저속은 물론 중·고속에서도 조용한 편이다. 노면 소음과 바람 소리가 유입되지만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스티어링휠이 무거워지면서 달리고 싶다는 듯 가속페달을 살짝살짝 밟을 때마다 안달을 한다. 배기량의 한계 때문에 강하게 치고 나가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속도를 높여 답답하지는 않다. 폭우가 쏟아져 고속 주행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중고속으로 달렸을 때 안정성은 괜찮았다. 코너 구간도 비교적 안정감 있게 돌파했다.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작동 레버는 처음엔 조작하기 어렵다. 스티어링휠에 가려 보이지 않아 '감'으로 조작해야 한다. 몇 번 시도하면서 익숙해져야 한다.

공조장치도 운전 중 조작하기 불편하다. 온도를 조절하려면 터치스크린을 만져야 하기 때문이다.

성능은 무난하다. 앞 차와의 거리와 차선 중앙을 잘 유지하면서 가감속한다. 중간에 다른 차가 끼어들거나 앞차가 속도를 급히 줄여도 당황하지 않는다.

스포츠 모드를 자주 사용하고 급가감속을 자주 시도했지만 연비는 공인연비 17.1km/ℓ보다 좋은 18.2km/ℓ가 나왔다.

가격은 알뤼르가 3248만원, GT 라인이 3545만원이다. 비슷한 체급의 경쟁차종들이 2000만원대(르노 캡처, 현대차 코나, 기아차 셀토스)와 4000만원 이상(MINI 컨트리맨, BMW X1, 메르세데스-벤츠 GLA)에 몰려있는 것을 감안하면 중간 가격인 셈이다.

푸조 2008은 낯익은 디자인 공식을 깬 낯설음으로 눈길을 끈다. 낯설음을 차별하지 않는다면 낯익음이 주는 식상함은 사라지고 신선함이 다가온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면 낯설음 속 낯익음도 느껴지면서 거부감도 점차 상쇄된다.

다만,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온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처럼 서로에게 낯선 존재인 운전자와 푸조 2008이 서로에게 길들여질 시간도 필요하다.

[사진 제공 = 푸조]
※MSG

누구에게나 처음엔 낯설었지만 한 번 먹고 두 번 먹다 보니 자꾸만 먹고 싶어지거나 갑자기 생각하는 음식이 있다. '중독'이다.

중독성이 강한 요리는 처음엔 거부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 코를 자극하는 쿰쿰한 청국장이 그렇고, 물에 물 탄 것같은 밍밍한 평양냉면이 그렇고, 톡쏘는 암모니아에 인상을 쓰게 되는 삭힌 홍어가 그렇다.

시고 달고 짜고 매운 맛이 우리 입에는 애매하게 다가오는 태국음식인 똠양꿍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독되면 없어서 못 먹는 수준에 달한다.

푸조 2008 SUV 시승에 막 나섰을 때는 낯선 디자인과 낯선 기능 조작법에 시큰둥했다. 그러나 시승이 끝난 뒤에는 다시 한 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많이 경험해본 한국·독일·일본차에 편안함을 느끼지만 푸조차의 '차이나는 클라스'가 신선하게 다가와서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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