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새 - 새만금사업, 도요새가 살아야 인간도 산다 [내 인생의 노래]

2020. 8. 5. 09: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간경향]

바다를 가로막아

무엇에 쓰려나

옛날부터 바다가

그대로 논밭인데

갯벌을 모두 메워

무엇을 만드나

옛날부터 갯벌이

그대로 공장인데

동진강 만경강은

흘러서 어디로

김제들판 적시며

그대로 젖줄인데

백설이 내려앉은

소금은 어디서

옥구염전 알알이

그대로 보석인데

도요도요 도요새

다시 볼 수 있을까

아아 천금만 주고도 바꿀 수 없는 바다여 갯벌이여

아~ 생명의 터전

우리가 우리가 지킨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던 대학생을 환경운동가의 삶으로 변모시킨 계기는 새만금사업이었다. 새만금사업은 세계 최장 방조제를 만들고 갯벌을 메워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에 달하는 새로운 농사짓는 땅을 만들겠다며 시작된 간척사업이다.

새만금 갯벌은 러시아와 알래스카에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거쳐 호주와 뉴질랜드로 날아가는 철새 수백만마리의 중요한 중간 기착지다. 다양한 해양 생명의 서식지이자 산란지이기도 하다. 생명의 보고인 갯벌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에게 새만금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극이었다. 물론 이제는 그 오명을 4대강 사업과 다퉈야 할지 모르겠다.

노태우 정부가 1991년에 시작한 새만금사업은 수질오염 문제가 불거지면서 제동이 걸렸고, 공사 중단과 재개가 반복됐다. 2001년 환경단체가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개발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2006년 결국 물을 막는 공사가 완료됐다.

사업의 첫 삽을 뜬 지 어언 30년이 되었다. 장밋빛 희망을 약속했던 정치인도, 개발의 콩고물을 기대했던 사람들도 대부분 노인이 됐다. 사업목적은 농지에서 글로벌 자유무역 중심지로 바뀌었지만, 허황된 청사진의 실체는 여전히 보일 기미가 없다. 파괴된 갯벌, 나빠진 수질, 황폐해진 공동체 이야기가 들려올 뿐이다.

2003년 3월,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 위해 종교와 종파를 뛰어넘어 네 분의 종교 지도자가 나섰다. 천주교의 문규현 신부, 조계종의 수경 스님, 원불교의 김경일 교무, 기독교의 이희운 목사. 이들은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삼보일배(三步一拜) 수행법으로 새만금에서 서울까지 65일간 300㎞ 순례를 했다.

작게 시작한 순례는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로 점점 그 규모가 커졌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학부생 수준으로 봐도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 뻔히 보이는 사업의 환경성과 경제성 분석 보고서를 보면서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순례에 합류해 함께 걸으며 새만금사업의 문제점을 알렸다.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삼보일배로 걷는 것은 고행이었다. 힘이 된 것은 구전으로 배운 도요새 노래였다. 걸으면서, 비를 맞으면서, 길가에 앉아 쉬면서 자연스럽게 누군가가 시작하면 함께 불렀다. 소리 높여 부르기도, 나지막하게 부르기도 하면서 생명 존중과 연대의 마음을 확인했던 것 같다. 고규태 시인이 작사하고, 노래를 통해 민주화 운동을 하셨던 범능 스님이 작곡한 노래라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안타깝게도 새만금 갯벌과 지역 주민의 삶을 결국 지켜내지는 못했다. 다만, 삼보일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더 많은 사람이 지구 생태계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함께 살아가는 생명공동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것이 모든 개발에 대한 반대는 아니다. 지구의 생태적 한계 속에서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며 사는 방법을 찾고 싶은 것이다. 도요새의 단순한 가사에도 자연과 사람과 풍요와 연대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러한 생각으로 최근 새만금에서 추진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바라보면 복잡한 감정이 든다. 생명이 파괴된 곳을 활용해 생명을 지키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현명한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되어 도요새도 살 수 있고, 인간도 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희망해 본다.

장다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정책전문위원▶ 주간경향 표지이야기 더보기

▶ 주간경향 특집 더보기▶ 기사 제보하기

© 주간경향 (weekly.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신문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