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교회의 '광복절 평화통일 공동기도문' 31년 만에 첫 무산 위기

도재기 선임기자 2020. 8. 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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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2014년 북한 평양 봉수교회에서 열린 ‘8·15 남북공동기도회’에서 남북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제공.


8·15광복절을 앞두고 해마다 남북 교회가 합의·발표해온 ‘한반도 평화통일 남북 공동기도문’이 남북 관계의 경색에 따라 31년 만에 처음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4일 “예년처럼 ‘2020 한반도 평화통일 남북 공동기도문’ 초안을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련맹(조그련)에 전달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회신이 없다”고 4일 밝혔다.

NCCK와 조그련은 1989년부터 광복절에 앞서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남북 공동기도문을 발표하고, 공동기도문으로 기도를 올려왔다. 공동기도문은 NCCK가 초안을 조그련 측에 제안하면 양측이 합의하는 형태로 발표돼왔다. 세계교회협의회(WCC)도 2013년부터 해마다 8월 15일 직전 주일을 ‘한반도 평화통일 세계 공동기도 주일’로 지정하고, 세계 교회가 NCCK와 조그련이 합의한 공동기도문으로 예배드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

NCCK는 남북 교회 공동기도문이 아직 합의되지 않음에 따라 NCCK가 마련한 공동기도문 초안을 번역, 단독으로 세계교회협의회와 세계개혁교회연맹(WCRC) 등을 비롯한 세계 교회에 배포했다.

NCCK 화해·통일위원회 노혜민 목사는 이날 “예년의 경우에도 날짜가 임박해 회신을 보내온 적도 있어 여전히 조그련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며 “30여년 이어져온 남북 공동기도문이 아직 성사되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NCCK 관계자는 “광복절까지도 조그련 측의 회신이 없다면 남북 공동기도문 발표가 처음으로 중단된다”며 “부활절 공동기도문에 이어 광복절 평화통일 공동기도문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몹시 아쉽다”고 말했다.

NCCK는 공동기도문에서 “올해도 변함없이 8·15를 맞이하지만 여전히 남북(북남) 그리스도인들은 분단의 현실로 온전히 해방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며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맺음으로써 남북이 평화공존과 상생의 길을 걷게 하고,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하나의 민족임을 자각하고 협력하게 해 당당히 세계 속에서 화해와 평화, 통일과 번영의 새 언약을 선포하게 하옵소서”라고 간구했다.

기도문은 또 “지금 온 세계는 코로나19 감염 때문에 크게 위축되어 있다”며 “우리 민족이 해방의 감동을 온전히 누리기를 소원하듯이 온 세계가 감염병의 포로 상태에서 속히 자유롭게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NCCK 화해·통일위원회(위원장 허원배 목사)는 9일 오후 2시 경기 부천성은교회에서 NCCK주최 연합예배를 올리기도 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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