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왕좌 쟁탈전]새옷 갈아입은 진라면, 신라면 잡을까

최지윤 2020. 8. 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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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함영준 회장 끌고, 진라면 밀고···."

오뚜기 '진라면'이 새 옷을 입고 농심 '신라면' 잡기에 나선다. 라면업계 부동의 1위는 신라면(농심)이지만, 2위인 진라면(오뚜기)의 성장세도 무섭다. 함영준 회장을 필두로 소탈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어필, 젊은층에게 인기몰이 중이다. 최근 오뚜기는 진라면 패키지 리뉴얼과 함께 브랜드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농수산식품기업지원센터(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소매시장 매출 1위는 신라면이다. 전년 대비 0.1% 줄었지만, 3328억원을 기록했다. 진라면은 1944억원으로 전년 대비 9.8% 늘었다. 하지만 농심과 1400억원 정도 차이가 난다. 오뚜기는 역전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초 판매량 기준 점유율은 15.5%로 신라면과 격차를 1%까지 좁혔다.

진라면은 1988년 출시 후 32년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진한 국물맛과 쫄깃한 면발을 자랑한다. 순한맛과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패키지 디자인을 리뉴얼했다. 진라면 한 그릇이 주는 '맛의 즐거움'을 담았다.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면서도 산뜻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적용했다. 매운맛은 빨간색, 순한맛은 파란색을 사용해 소비자들이 두 가지 맛을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했다. 패키지 전면에는 진라면의 씨즐 이미지를 크게 배치해 취식 욕구를 극대화했다.

오너 리스크 따위는 없다. 함 회장은 마트 시식사원 등 모든 직원을 100%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식품업계들이 잇달아 가격을 인상할 때도 라면값을 동결했다. 1500억원대 상속세를 5년간 성실히 납부하는 등 소비자들의 호감도를 높였다. 외부 이미지와 달리 내부 조직은 수직적이고 딱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 채용 시에도 고전적인 방식을 고수 중이다. 올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온라인 채용을 진행했지만, 자필로 기재한 입사지원서를 우편 혹은 방문 접수로 받고 있다.

특히 2040 소비자들 사이에서 '갓뚜기'(God+오뚜기)로 불린다. SNS 등을 통해 소비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할 뿐 아니라 의견도 적극적으로 반영한 영향이 크다. 최근 함 회장은 SBS TV 예능물 '맛남의 광장'을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완도 다시마 농가를 도왔다. 딸인 뮤지컬배우 함연지의 유튜브 '햄연지'에 출연해 오뚜기 레시피를 맛보는 등 기업 이미지 제고에 한 몫하고 있다.

신라면은 1986년 출시된 후 34년간 한 번도 왕좌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이전까지 순하고 구수한 국물 라면이 주를 이뤘지만, 신라면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 맛'을 공략했다. 2015년 식품업계 단일 브랜드 최초로 누적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까지 13조5000억원어치 팔렸다. 누적 판매량은 325억 개에 달한다.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춘 다양한 신제품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2011년 면과 스프의 품질을 강화해 '신라면블랙'을 내놨다. 지난해 선보인 '신라면건면'은 신라면 고유의 맛을 살리면서 튀기지 않은 면을 사용해 깔끔하고 개운하다.

세계 시장에서도 한국 라면의 자존심을 지켰다. 최근 '신라면블랙'은 미국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 1위에 올랐다. 신라면블랙을 포함해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3위), 신라면건면(6위), 신라면사발(8위) 등 총 4개 농심 제품이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신라면은 'K푸드' 열풍을 이끌고 있다. 농심은 상반기 미국법인 매출이 전년 대비 35% 성장한 1억64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월마트와 코스트코에서 상반기 라면 매출은 35%, 51% 늘었다. 아마존은 79%나 성장했다. 신라면은 상반기 미국에서 25% 늘어난 약 480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특히 신라면블랙의 상반기 매출은 135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9% 성장했다.

농심은 "2017년 미국 월마트 모든 점포에 신라면 공급을 시작으로 수년간 유통망을 촘촘히 구축했다"며 "농심 라면은 미국 전역에서 판매되는 몇 안되는 외국 식품 브랜드다. 과거 아시안들이 주로 찾았지만, 이제 미국 메이저 유통회사가 먼저 찾는 한국 대표 식품이 됐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진라면은 신라면보다 가격이 저렴해 판매량 기준 점유율이 높게 나올 수 밖에 없다. 2040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지가 탄탄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유리한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면서도 "신라면은 국내 시장에서 견고할뿐 아니라 해외 성장세가 대단한 만큼 1위 자리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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