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온실가스 방치땐 21세기에 기온 4.7도 상승 폭염일수 3.5배↑

송유근 기자 2020. 8. 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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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영향으로 국지적인 기상현상 발생이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올해 시베리아 이상고온 영향으로 장마 일수가 길어진 가운데 중부지방에 속한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는 3일 시민들이 빗길에 우산을 쓰고 발걸음을 재촉했으며, 2일 남부지방인 부산 해운대에는 폭염경보가 내려 피서객들이 해수욕을 즐겼다. 연합뉴스·뉴시스

■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

강원선 귤농사… 이집트 숲모기로 뎅기열·지카 등 발병할 수도

세기말 소나무숲 15% 줄고

한반도서 사과나무 사라져

벼·콩·감자 등 수량도 급감

해수면 온도는 1.23도 상승

지구촌 평균의 2.6배로 높아

해파리·적조 등 피해 잦아져

중부지방선 홍수, 남부는 찜통

한반도서도 기후재앙 현실화

산불·산사태 등도 급증할 듯

‘한 달 넘는 긴 장마에, 양동이 물처럼 쏟아지는 집중호우….’ 올해 여름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른 기상현상이 펼쳐지면서 기후변화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온실효과를 인정하더라도 문명파괴에 이르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어쨌든 기후변화는 광범위한 인간생활에 변화를 안겨주고 있다.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저감하지 않을 경우 21세기 말에 한반도 기온이 4.7도 상승해 폭염일수가 3.5배로 증가한다. 한반도에서 사과나무가 사라지고 강원도에서 감귤을 재배하는 시대가 오게 된다. 아직 머나먼 미래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이번 장마전선과 집중호우를 보면 변화는 문 앞에 와있는지도 모른다. 기상청과 환경부가 지난 7월 28일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통해 한반도가 맞이할 기후변화 모습, 인간 삶의 변모를 예상해 봤다.

1.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란

환경부와 기상청이 기후변화 상황을 고려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발표된 전체 1900여 편의 각종 연구 결과를 공동으로 분석·평가한 보고서다. 분야별 전문가 120명이 머리를 맞대고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영향, 대책 등을 집대성했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현황과 전망을 국민에게 알리는 ‘기후변화 백서’라고 볼 수 있다.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10’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14’에 이어 6년 만에 세 번째로 발간된 보고서다. 서론, 수자원, 생태계, 산림, 농업, 해양 및 수산, 산업 및 에너지, 보건, 인간정주공간과 복지, 적응대책 및 계획을 포함한 총 10장으로 구성됐다. 이번 보고서는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 노력을 4가지로 분류한 대표농도경로(RCP)를 토대로 작성됐다. △RCP 2.6은 ‘인류가 당장 온실가스를 감축했을 때’ △RCP 4.5는 ‘온실가스 저감정책이 상당히 실현됐을 때’ △RCP 6.0은 ‘저감정책이 어느 정도 실현됐을 때’ △RCP 8.5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를 의미한다.

2. 소하천 홍수 범람 늘고 남부 가뭄 증가

전반적인 한반도 강수 전망을 살펴보면 여름철 강수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겨울철 적설량은 감소할 전망이다. 홍수의 경우 연구 결과마다 온실가스 배출시나리오와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미래 유량 변화와 확률홍수량 비율은 최소 10∼14.2%에서 최대 20∼33.3%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14년 이후 연구 결과를 보면 과거보다 극한 강수가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집중호우가 증가해 중소하천에서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커졌다. 그중에서도 지속시간 3시간 집중호우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미래 가뭄 발생 전망의 경우, 온실가스가 적게 발생하는 배출시나리오(RCP 2.6과 RCP 4.5)에서는 가뭄 발생 빈도가 증가하나 온실가스가 많이 발생하는 배출시나리오(RCP 6.0과 RCP 8.5)에서는 강수 발생의 증가로 가뭄 발생 빈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적으로는 중부지방은 유량 증가로 가뭄이 완화되며, 남부지방은 유량 감소로 가뭄이 점차 심화될 것으로 나타났다.

3. 소나무숲, 60년 후 15% 줄어든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벚꽃의 개화 시기는 2090년 지금보다 11.2일 빨라진다. 소나무숲은 2080년대에 현재보다 15% 줄어든다. 소나무의 고사율은 겨울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1.01%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낙엽송과 잣나무의 경우 봄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고사율이 각각 1.43%, 2.26%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감염병 매개체 곤충의 분포 범위는 북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뎅기열이나 지카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흰줄숲모기는 2050년 이후 국내 겨울철 평균기온이 10도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국내 토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도롱뇽은 개체군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고산 하천에 서식하는 강도래목도 최대 62%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곤충류의 개체군 풍부도 역시 기온 상승에 따라 13∼36%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4. 산사태도 늘고, 산불도 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산사태와 산불 등 산림 재해면적과 복구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에는 도시 주변을 중심으로 많은 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강원 영동지역의 2000년대 산불 발생 횟수와 피해면적은 1990년대 대비 1.7배, 5.6배로 각각 증가했다. 연구진은 대형 산사태나 산불 발생 가능성은 계속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호우와 건조 기간 및 세기 증가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병충해의 경우 2000년대 이후 소나무재선충병과 참나무시듦병이 확산됐으나, 적극적인 방제로 2010년대 중반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에 따라 매개충의 우화 시기 또한 변화가 예상되며, 이로 인해 병해충의 북상과 발생위험도 증가 등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5. 21세기 말 강원도에서는 감귤도 재배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생산량 감소는 현재까지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온도 상승, 일조량 감소, 가뭄 증가로 향후 식량 생산에도 기후변화의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작물 재배지가 점차 북상해 추운 지역의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대로 온난화가 지속하면 벼, 콩, 옥수수, 감자 등은 21세기 말 급격히 수확량이 감소하고, 사과, 배, 포도, 감귤 등도 재배지가 줄어들게 된다. 반면 양파, 복숭아, 단감 등은 재배지가 증가할 수 있다.

재배지 변화와 더불어 병해충과 잡초에 따른 환경 변화도 감지돼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병해충 피해 정도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아 현재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작물보다 적응력이 뛰어난 잡초가 번성해 농작물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예작물 재배지 이동, 지하수를 이용한 냉방, 재해에 내성을 지닌 품종 육성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6. 수온, 세계 평균 대비 2.6배로 상승

1968∼2016년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표층 수온 상승은 약 1.23도로 세계 표층 수온 상승 0.47도의 2.6배로 높은 수준이다. 해역별로는 동해, 서해, 남해 순으로 수온이 높아진 경향을 보이고 있고, 여름철에 비해 겨울철 수온 상승이 2∼3배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수온 상승에 따라 해수면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1989∼2018년 평균 해수면 상승은 2.97㎜/연이다. 이와 더불어 중국 양쯔(揚子)강의 유출수 변동으로 바다의 표층 염분도 서서히 감소하고, 동해의 표층 이산화탄소 분압, 표층 pH도 줄고 있어 해양산성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 대형 해파리와 함께 유해성 적조가 불규칙한 주기로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발생하고 있다. 해양산성화와 저산소화 현상도 해양생태에 큰 영향을 미쳐 연안의 어종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생체량과 종 다양성을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립수산과학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고수온·저수온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간 해양환경어장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고수온 현상에 대응해 다양한 양식기술과 양식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주요 상업 어종인 넙치, 전복, 조피볼락 등을 대상으로 양식품종을 개발 중이며, 방어 등 아열대 품종을 고수온에 강한 미래 전략품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7. 폭염에 전력 소비 늘어나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의 폭염일수가 21세기 후반에는 35.5일까지 늘면서 국민의 전기 소비 패턴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폭염을 버티기 위한 냉방비 사용이 매년 증가해 2020년대 중반 무렵부터는 여름철 냉방에 따른 전력 소비가 겨울철 난방 소비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됐다. 겨울철 난방을 위한 탄소연료 소비는 온난화 영향으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로 파악됐다. 각종 산업과 에너지 소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광공업과 서비스업 부문의 품목별 기후 위험을 예측한 결과, 539개 광공업 품목 중 26.7%에 해당하는 144개와 229개 서비스업 품목의 28.9%에 해당하는 64개가 이미 기온 여건에 따라 판매량과 경영성과에 심대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산업의 경우 태풍, 폭풍, 집중호우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야외에서 활동하는 골프, 스키 리조트 등과 같은 레저산업이 이에 가장 취약할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변화 보고서는 전력 소비 피크에 대비한 전력 저장기술 개발 등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립과 민간 산업 부문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8. 이집트 숲모기가 한반도에 온다

폭염일수가 증가하면서 건강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열사병·열탈진·열피로 등 온열질환이 늘고 있으며, 온열질환과 신장질환·심뇌혈관질환·정신질환과의 관련성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오를 때 사망위험이 5% 높아지고, 다른 시기에 비해 폭염시기의 사망위험이 8% 높아졌다. 기온 상승은 75세 이상 인구집단과 만성질환자의 사망위험을 더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에 없던 곤충 및 설치류 매개 감염병도 새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열대지방에 사는 이집트 숲모기의 서식조건이 형성되고 흰줄숲모기 성충이 겨울철에도 생존하는 조건이 갖춰져 국내에 뎅기열, 치쿤구니야열, 지카바이러스 등 열대지방에서 나타나는 질병이 유입돼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기온 상승으로 2090년대가 되면 식중독 발생 건수도 2002∼2012년에 비해 42%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9. 도시는 살기 힘들어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열대야, 집중호우, 한파 등 이상기후로 인해 도시는 살기 힘들어지고, 농촌은 기후변화로 막대한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화율(인구 대비 도시 거주 인구비율)이 2018년 기준 91.8%에 달하는 우리나라 도시는 에너지가 집약적으로 쓰이는 공간인 만큼 환경오염도 심각해져 살기 힘든 공간이 됐다. 1999년부터 2007년 동안 전체 대기오염 물질이 6.4% 증가했다. 이 밖에도 홍수, 수자원 부족, 열섬현상 등으로 인해 기후변화 위험이 높아지는 추세다.

반면 농촌은 인구 감소, 고령인구 증가, 소득 감소, 열악한 기반시설 등을 이유로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2017년 기준 농어촌 전체 행정리 중 36.6%는 상수도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하수처리시설이 없는 지역은 51.2%, 도시가스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은 99%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도시·농촌 등 장소의 개념을 포함해 개인적·지리적·사회적 특성에 따라 다른 영향 및 취약성을 나타내므로 이러한 요소를 감안한 정책 및 연구가 필요하며, 적응능력이 낮은 취약계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10. 보고서, 거버넌스 협의체 등 제언

보고서는 끝으로 심화되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으로 적절한 적응책 및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부는 앞서 2010년부터 법정계획인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2011∼2015)’을 세워 2012년 12월 기초지자체 적응대책 수립·시행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2015년부터 시행토록 했다. 가장 최근인 2018년 환경부가 발표한 ‘제2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은 ‘기후변화 적응으로 국민이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 구축’이라는 비전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 감소 및 기회의 현실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했다. 적응원칙으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에 부합할 것, 취약계층을 고려할 것, 과학적 근거 및 기술을 기반으로 할 것, 기존 정책과의 연계성을 확보하고 통합적 시너지를 창출할 것,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활성화할 것 등이 명시됐다.

보고서는 다만 “각 광역지자체에서 활용하고 있는 기후변화 관련 과학적 자료의 종류에 차이가 있고, 자료를 통한 중요 부문 도출 과정 방식과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방법 등에도 차이가 있었다”며 한계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각 지자체 적응대책의 한계점으로 △상위 대책과의 정합성 확보 및 세부시행계획 추진을 위한 이행평가체계 미흡 △각 지역의 맞춤형 기후환경 정보 부족 △조례, 예산 등 제도적 기반 미약 △광역시·도 간 업무공유 등 정보교류 및 체계적 성과관리를 위한 제도 미비 △세부사업 간 유사 중복성으로 사업관리의 어려움 △이행관리평가지표 등 이행평가체계의 부재 등이 도출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적응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과학적 방법으로 영향·취약성 평가의 고도화, 적응인식조사 시행, 거버넌스 협의체 구축, 정책평가 및 우선순위 설정에 대한 연구 등을 제시했다.

송유근·박정경·정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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