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분양가상한제·토지거래허가..쏟아지는 규제에 임대차시장 '카오스'

손동우 2020. 8. 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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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세계약 9년래 최소
집주인 실거주 의무 강화에
임대물량 씨가 마르는 상황
장기보유공제도 요건 추가
직접거주해야 공제율 올라

◆ 임대차법 후폭풍 ◆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이 9년 만에 최소를 기록하는 등 전세 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월세나 반전세 시장도 거래량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각종 규제로 집주인의 실거주 의무를 강화하면서 임대 물량 자체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전세를 중심으로 국내 주택 임대차 시장이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반전세 포함) 거래량은 지난달 2039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590건)과 비교하면 44% 줄었다. 올해 월세가 가장 많이 거래됐던 2월(5571건)과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다.

현재 정부 규제 중에선 집주인이 직접 살아야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상당수다. 당장 임대차법 중 계약갱신청구권부터 집주인이 2년 실거주하겠다는 뜻을 밝히면 임차인의 청구권 행사를 거절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부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임대 물건 공급을 막는 원인이다. 정부는 주택법을 개정하면서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당첨되면 최대 5년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한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을 따져 거주 의무 기간은 차등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이 개정안은 '최초 입주 가능일'부터 의무 기간을 채우도록 규정한다. 아파트 준공 직후부터 집주인이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아파트 수분양자들은 입주할 때 잔금을 내고 직접 살거나 임차인을 들여왔다. 하지만 개정된 법이 시행되면 집주인이 직접 살아야 한다. 새 아파트 준공은 민간 전월세 시장의 주요 공급원인데, 앞으로는 시장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의 거주 요건이 강화되는 것도 전월세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주택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소득세액을 최대 80%(10년 보유) 깎아주는 제도다. 하지만 내년부터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이 강화되면서 거주 요건이 추가된다. 거주 기간과 보유 기간을 따져 특별공제율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진 아파트를 10년만 보유하면 공제율이 80%였지만 이제는 10년 보유하고 2년만 살면 50%에 그친다. 직접 거주하는 기간이 길수록 공제율이 오르는 만큼 이 역시 임대 매물을 없애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전망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도 비슷한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서울 강남구 삼성동·대치동·청담동, 송파구 잠실동이 허가구역으로 지정 중인데 여기서 집을 사려면 무조건 실거주해야 해 기존 세입자는 내보내야 한다. 또 재건축 조합원 자격을 얻기 위해 조합원 분양 신청 전까지 2년 이상 들어가 살아야 한다는 규정도 임대 매물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벌써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에선 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직접 입주하겠다는 집주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함영진 직방 부동산랩장은 "임대차 3법과 정부 규제가 대부분 임대 시장에서 매물 잠김을 부추긴다"며 "핵심 지역 아파트 전셋값을 중심으로 임대차 시장이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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