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발에도.."이만한 땅 없다" 태릉골프장에 아파트 짓는다

유엄식 기자 2020. 8. 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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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공릉동 태릉골프장 내부 전경. /사진=노원구청 홈페이지

노원구 공릉동 태릉골프장이 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파트촌 개발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지역구 국회의원(우원식, 김성환, 고용진)들이 지난주 직접 현장을 방문해서 주민들이 희망하는 '공원녹지' 조성 방안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시내에 이만한 땅이 없다"며 의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 의원들 우려에도 국토부 "이만한 땅 없다" 설득…공급대책 포함될 듯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노원병)은 3일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태릉골프장 현장 방문에서 택지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 의견을 전달했지만 국토부 담당자들이 이곳을 제외하면 시내에 대규모로 주택을 지을 땅이 마땅치 않다는 입장이었다"며 "아마 이번 공급대책에서 택지개발 지역으로 포함시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이 어떤 이유로 태릉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지 잘 알고 우려도 크지만 시내 주택공급을 늘려야하는 정부 입장도 있기 때문에 절충점을 찾아야 해서 고민이 크다"며 "아파트를 짓더라도 단지 내에 녹지 비중을 최대한 높이고 인구 추가 유입에 따른 교통난 해소 대책도 적극 반영토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노원구 지역구 소속 우원식, 김성환, 고용진 국회의원이 태릉골프장 현장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개발계획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고용진 의원 페이스북 캡쳐


김 의원은 노원구청장(2010~2018년)을 연임한 인사로 지역 현안에 밝다. 그런 그가 개발계획 전면 반대가 아닌 '보완책'을 언급한 것은 정부의 개발 의지가 워낙 확고한 까닭에 계획안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대정부질문에서 태릉골프장 부지에 청년과 신혼부부 위주로 공급하는 공공임대 주택 단지를 짓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노원구청에 따르면 태릉골프장 부지는 부대시설을 포함해 약 83만㎡에 달한다. 정부는 이 지역에 중소형 아파트 약 1만 가구 건립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당정에 따르면 이번 추가 공급대책에 따른 전체 공급물량이 약 10만 가구로 예상된다. 전체 공급 물량의 10%가 태릉골프장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이뤄지는 셈이다.
주민 반대로 결정 이후에도 논란 지속될 듯…즉시공급 효과 제한적, 환경파괴 지적도
하지만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결정 이후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대단지 아파트촌 개발에 따른 교통난과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이 많다. 또 개발이 추진되더라도 실제 입주까지는 시간이 걸려 '즉시 공급'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태릉골프장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아파트를 지어도 실제 입주까지는 최소 6~7년 이상 필요하다"며 "그 시간이면 부동산 경기 흐름도 달라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릉골프장 그린벨트 해제는 환경 파괴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환경부 국토환경성평가지도 분석에 따르면 노원구 태릉골프장(노원구 화랑로 682) 부지 63만6904㎡ 중 98.11%인 62만4877㎡가 환경영향평가 1·2등급이다. 환경영향평가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개발하는 정부 지침과도 맞지 않다.

노원구 공릉동 태릉골프장 부지 국토환경성평가지도 분석 결과. 클럽하우스를 제외한 대부분 부지가 환경영향평가 1·2등급지다. /사진=환경부 국토환경성평가지도 캡쳐


그러나 국토부는 환경부가 분석한 환경영향평가 등급이 그린벨트 해제 지침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는 입지적 타당성, 환경적 가치 등을 종합 평가한 국토환경성 평가를 기준으로 한다"며 "이 기준을 적용하면 태릉골프장 부지는 3등급 이하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태릉골프장 개발계획 반대 게시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지역 주민들 반발 확산 "녹지공원 조성" 국민청원도
주민들은 개발 계획이 공식 발표된 이후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노원구청 홈페이지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태릉골프장 개발 검토를 지시한 지난달 20일 이후 수백건의 항의 민원이 쏟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태릉골프장 개발에 반대하는 게시글엔 현재까지 약 1만4000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육사든 골프장이든 이전을 하더라도 태릉골프장을 녹지공간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해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20여개 시민단체는 태릉골프장 개발 계획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회 위원은 "환경영향평가 1·2등급 비중이 높은 그린벨트는 보존이 원칙"이라며 "군골프장을 없애고 도시공원이나 녹지로 조성해야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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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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