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 인허가 급감..공급위축 온다

최재원 2020. 7. 3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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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인허가 31% 줄어
3~4년후 입주 크게 감소

◆ 임대차법 후폭풍 ◆

올해 상반기 서울 주택 인허가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의 집중적인 부동산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민간의 주택사업이 활력을 잃고 공급절벽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난 3년간 과도한 규제만 하지 않았어도 시장원리에 의해 주택 공급이 원활했을 텐데 이를 옥죄어 놓고 추가 공급 대책을 내겠다고 쥐어짜고 있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한다.

30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주택 인허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 인허가 규모는 18만8848가구로 지난해 상반기 22만6594가구 대비 16.7% 감소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감소 폭이 컸다. 서울 주택 인허가 규모는 올 상반기 2만580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7643가구에 비해 31.4% 줄었다.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도 22.5% 감소했고, 지방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8.9% 줄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은 아파트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상반기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1만199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2436가구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상반기 서울 아파트 분양도 작년 상반기엔 1만2513가구였지만 올해는 9673가구로 22.7% 감소했다. 이는 3~4년 후 또다시 서울·수도권의 공급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주택 관련 정부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민간 주택사업이 위축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7월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는 68.7로 지난달보다 17.8포인트 급감했다. HBSI는 매월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 500여 곳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해 주택사업 경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업체가 더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신규 주택공급이 줄어들면서 기존 미분양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총 2만9262가구로, 지난 2015년 5월 2만8000여가구를 기록한 이후 5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줄어드는 주택 인허가에 비해 수년전 인허가를 받아 착공한 물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통상 사업시행인가 이후 준공까지 5~6년 가량 걸리기 때문에 최근 준공 물량은 2015년을 전후해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주택을 대상으로 한 착공 물량은 서울은 올해 상반기 3만8827가구로 지난해 3만1662가구 대비 37.7% 증가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다세대, 다가구 매입 임대아파트를 크게 늘리면서 소규모 주택 인허가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서울 전체주택 준공물량은 4만2312가구로 전년동기 대비 17.1% 증가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주택업무 담당부처인 국토부 김현미 장관은 서울 주택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지금 주택공급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면서 "서울에서 연간 4만채 이상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고, 최근 3년간 서울의 인허가·착공·입주 물량도 평균보다 20~30% 많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시장에서는 주택시장 수급 문제에 대한 원인 분석이 제대로 안돼 있다보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울 도심 공급확대 주요대책으로 내놓았거나 준비중인 공공 재개발·공공 재건축도 민간 참여를 유도하지 못하면 '숫자놀음'에 불과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주민들이 선호하는 형태로 사업방식이 짜여야 하는데, 공공이 과도하게 사업을 좌지우지하고 인센티브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내놓으라고 한다면 공공 재건축·재개발 방안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서울에서 요구되는 충분한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우선 민간 정비사업을 옥죄는 규제부터 푸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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