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 잠도 못 잔다" 곳곳서 눈물의 호소

2020. 7. 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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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내는 부동산법 시장 혼란
생계형 임대사업자들 "날벼락"
세금 폭탄에 팔수도 없어 발동동
세입자에 세금 부담 전가 우려도
임대차 시장도 곳곳서 갈등 조짐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일대에서 열린 정부 부동산 정책 반대집회 현장 모습. 이민경 기자

“밤에 잠도 못 자고, 음식이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행 규제 방안대로 법이 통과되면 저처럼 생계형 주택 매입 임대사업자는 살 길이 없습니다.” (지방 임대사업자 A씨)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을 반영한 각종 세법 개정안과 임대차 3법 등 주요 법안이 30일과 다음달 4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진행 속도에 현장 곳곳에서 혼란과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소수의 ‘부동산 투기꾼’을 잡으려다 다수의 서민들이 정책 부작용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2010년부터 지방 소형 아파트 십여채를 매입해 임대사업을 해 오고 있는 A씨는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월급쟁이 남편을 둔 주부로 조금이라도 돈을 버는 방법을 알아보다 우연히 법인 임대사업자를 알게 됐고, 임대사업을 하면서 성실 납세를 해 왔다”면서 “도배·페인트·타일까지 직접 배워 수리비를 아끼면서 관리했고, (세입자에게) ‘좋은 집에 살게 해줘 고맙다’는 소리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6% 세율 부과 대책으로 A씨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는 상황’에 처했다. 그는 “6000만원에 매수했던 지방의 아파트들은 임대의무기간 때문에 제 가격에 매도를 하지 못했고, 이제는 4000만원에 내 놓아도 거래가 안 된다”면서 “팔리지도 않는 지방의 오래된 소형 아파트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매수해서 임대사업자를 대신해 저렴하게 임대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50대 임대사업자 B씨도 “2년 전부터 아파트를 매도해 임대사업을 해왔는데, 최근 매매금액이 전세금보다 낮아져 아파트를 팔아도 임차인의 보증금을 돌려 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내년 6월 1일까지 주택을 매도하라고 하지만 임대차 3법이 실행되면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팔 수가 없고, 취득세를 과도하게 높이는 바람에 전세 세입자를 안고 아파트를 매수할 사람은 더더욱 없어졌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B씨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에서 아파트를 매수하든 아니면 팔 수 있을 때까지 기한을 주든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해서 (정부와 국회가) 입법예고 내용을 수정해 주길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주택 임대관리 등을 전문으로 하는 박승국 라이프테크 대표는 “법인 임대사업하는 분들 중에 아파트를 가지고 임대사업하는 분들은 얼마 안 되고, 실상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통해 월세를 받으려는 노년층이 상당수”라면서 “특별한 시세 차익도 없고 어떤 면에서는 서민으로 봐야 하는데, 세금이 이렇게 급격하게 오르면 결국 그 상당 부분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앞으로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해서는 개인에 대한 종부세율 중 최고세율(2주택 이하 3%, 3주택 이상 6%)을 매긴다. 종부세 기본공제(6억원)에 법인은 제외된다.

취득세 개정과 관련해서도 그동안 주택으로 포함하지 않았던 분양권이나 재개발·재건축 입주권, 주거용 오피스텔은 앞으로 주택수에 합산된다. 부동산 법인이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일괄적으로 12%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자신이 거주할 1주택 외에는 사실상 주택을 사지 말라는 의미”라고 해석하고 있다.

임대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집단 행동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 ‘임대차 3법 반대 추진위원회’와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등은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정부정책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시민단체는 헌법소원도 준비 중이다.

전월세 임대차 시장도 계약 연장을 놓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 사례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사는 40대 직장인 세입자 C씨는 “최근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자기 아들이 살 예정이니 나가달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집주인의 심정도 이해하지만 최근 전셋값이 너무 올라 고민이 크다”고 호소했다. 양대근·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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