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결국 '재건축'..규제 완화 소식에 시장 '들썩'
전문가 "단기 집값 오르더라도 민간에 사업 맡겨야 공급 효과↑"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규제 일변도이던 '재건축'에 대한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30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표 재건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 주택형은 최근 호가가 22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지난주 최고 호가(22억원)보다 5000만원 더 오른 값이다.
6·17 부동산대책 여파로 잠시 주춤하던 은마는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보존 발표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생기면서 이미 지난주 전용 76㎡ 호가가 21억원에서 22억원으로 1억원가량 오른 바 있다. 이에 더해 정부가 다음 주 내놓을 공급대책에 재건축 규제가 포함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호가가 추가로 뛴 것이다.
송파구 인기 재건축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도 비슷한 분위기다. 전용 76㎡의 경우 이달 초 21억원 후반에서 22억원 초반에 호가했으나, 지난주 23억원까지 오른 뒤 이번 주 23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더 올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8일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과 관련해 "용적률, 층고 제한 문제와 새로운 주택지를 발굴하는 여러 노력이 정부에서 같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택시장에선 먼저 재건축 규제 일변도에 따른 주택 공급 관리 실패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그동안 주요 주택 공급원인 재건축에 대해 집값 상승을 유발한다며 용적률(250% 이하) 및 층고(35층 이하) 제한을 두고 엄격하게 관리해왔다. 이로 인해 은마나 잠실5단지 등의 대단지가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해 수년간 사업이 지연되면서 강남 아파트 희소성은 오히려 더욱 커졌다.
정부는 재건축 가격을 잡겠다며 초과이익환수제(2017년 8·2대책),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2019년 8·12대책),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2020년 6·17대책), 실거주 2년 의무(2020년 6·17대책) 등의 고강도 수요 억제책을 잇달아 내놨지만, 소용이 없었다. 규제 초반에만 주춤할 뿐 집값은 이내 다시 올랐고, 공급에 목마른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시장 과열은 심화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관계자는 "정부는 그동안 시장의 거듭된 재건축 규제 완화 요청에도 귀를 닫아 왔다"며 "그린벨트 해제도 막히고 유휴부지 등의 주택 공급도 한계가 드러나자 결국 먼 길을 돌고 돌아 재건축 규제 완화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선 현재 용적률 상향과 공공재건축을 결합한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공사(SH) 등이 사업 주체로 참여하고 용적률을 상향 조정해 입주민의 일정 이익을 보장하는 대신 일정 부분은 공공이 환수하고 임대주택 물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층수를 50층 가까이 허용하면 그동안 35층 제한에 막혔던 대치동 은마와 잠실 주공5단지 등 재건축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공공재건축은 자율성 제한, 사업성 저하 등의 우려로 조합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민간의 손에 맡겨야 공급 확대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재건축 사업은 결국 수익성의 문제"라며 "임대주택 증가로 수입이 줄어든다면 분양가상한제 제외,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인센티브가 제시돼야 그나마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공공재건축은 조합의 참여가 낮을 것으로 예상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민간이 사업을 주도하게 해야 한다"며 "단기엔 규제 완화로 집값이 오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공급이 늘면서 최근 마스크와 같이 집값도 안정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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