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일방통행 시장혼란 조세저항 불씨되나
◇부동산 관련법안 ‘속전속결’ 처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를 개최해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담았다. 이로써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을 통해 의결한 전월세신고제를 포함해 임대차 3법이 모두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날 통과한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기본 2년, 임대차 계약 후 추가로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게 ‘2+2년’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 인상률을 직전 계약의 5% 내로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단 임대료 인상률 폭은 해당 지자체가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임대차 3법 외에도 전날 기획재정위에서는 오는 2021년 과세분부터 3주택이상(조정지역 2주택)세율을 현행 0.6~3.2%에서 1.2~6.0%로 상향하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과 법인 보유의 주택양도세율을 20%로 상향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내년 1월 1일 양도하는 물건부터 1세대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에 거주기간 요건을 추가하는 양도소득세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행안위에서도 다주택자의 취득세를 상향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별다른 논의 없이 통과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20대 국회에서부터 논의가 됐기 때문에 추가논의보다 속도가 더 중요하다”면서 “민주당이 21대 국회를 온전히 책임진 지금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입법과 제도 개혁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입법 속도’에만 초점…시장 혼란 불가피
여당이 부동산 관련 법 개정 과정에서 상임위 내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생략하고 ‘속도’만 강조하다보니 정부와 여당이 손발이 맞지 않는 등 졸속 입법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한 법 개정에만 매몰되 개정법안들의 적용 시기 등에서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대차 3법의 토대가 되는 전월세신고제이다. 임대차 3법은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입법과 함께 공포 즉시 시행할 예정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임대차 3법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유예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임대료 상승을 막기 위해 임대차 3법의 동시 시행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전월세신고제는 국토부의 시스템 미비 등으로 내년에나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에 따르면 관련 시행령 등 하위입법과 임대차 신고 시스템 구축 등에 들어가는 기간을 고려해 내년 6월부터 전월세신고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전월세신고제 시행이 늦어지면 이를 바탕으로 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도 한동안 반쪽자리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월세신고제를 통한 임대료 데이타를 토대로 임대상한률을 정해야 해서다. 계약갱신청구권 또한 당분간 현재 주택임대차계약의 갱신 때만 적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계약갱신청구권에서 집주인이 실거주를 위해 입주 할 경우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집주인의 실거주를 증빙하기 위한 방안 등은 법률 입안 과정에서 세세하게 논의되지 않았다.
부동산 관련 세법 개정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방세법 개정안에서 다주택자의 취득세를 올리는 개정안은 법 시행 직후 적용을 하지만 7·10대책 이전에 주택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거나 법 시행 이후 3개월(공동주택 분양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3년) 내에 해당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단기적으로 급하게 만들어진 탓에 너무 급진적인 내용이 적지 않다”며 “특히 자신의 집 전세보증금을 함부로 올리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 침해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전반적으로 법안들이 세세하지 않아 구멍이 많다”며 “그에 따른 부작용들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세입자의 권리보장이나 주거안정성이 높아질 여지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올해 하반기와 내년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을 가려받는 등의 부작용도 생길수 있다”고 지적했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무엇보다 전월세신고제가 추후에 시행되고 나머지 임대차 2법이 먼저 시행되면 시장 혼란은 불가피하다”며 “관련 법안들의 시행일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용운 (luck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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