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시행前 전셋값 인상" "못준다, 법대로 하자".. 3법이 싸움붙였다
서울 마포구 아파트를 전세 주고 있는 A씨. 오는 10월에 계약이 끝나지만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전에 재계약을 하고자 임차인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임차인은 전화를 받지 않고 피했고, 지인들은 "임차인이 임대차 3법 시행 때까지 버티려는 것"이라고들 했다. A씨는 "서로 협상해 좀 일찍 재계약하자고 설득하려 했는데,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전세금 돌려주고 들어가든, 아예 집을 비워두든 지금 세입자는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임대차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와 주요 지역 공인 중개업소에는 바뀌는 법 내용이 무엇이냐는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강화되는 규제가 자기들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또 새로운 규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묻는 것이다.
집주인들도 문제지만 임차인들 역시 전셋집 구하기가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 규제 강화 전 계약을 끝내려는 집주인과 버티려는 임차인 간 갈등이 생길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만든 반(反)시장적 정책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이 집주인과 임차인으로 편이 갈라져 싸우게 되거나, 너무도 복잡한 주거 계획을 세워야 해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됐다"고 지적한다.
◇'분쟁의 씨앗' 된 임대차 3법
집주인들이 서둘러 계약을 끝내려는 것은, 임차인이 요구하면 전세를 1회(2년) 연장할 수 있게 하는 '계약 갱신 청구권'과 계약 연장 시 전·월세를 5% 이상 못 올리게 하는 '전·월세 상한제'가 기존 계약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음 달 바뀐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기존 계약을 끝내지 않으면 2년 동안은 주변 시세에 맞춰 전세금을 올리기 어려워진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집주인들은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A 공인 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을 갱신할 의사가 없다는 내용증명을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전에 보내두면 소급 적용을 피할 수 있는지 묻는 전화가 특히 많다"고 전했다. 세종시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서에 특약 사항으로 '갱신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넣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 등에서는 집주인과 임차인 간 대결 구도가 생겼다. 집주인들은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전셋값을 받을 수는 없으니, 법 시행 전에 무조건 올리겠다"는 분위기다. 반면 세입자들은 "세입자가 더 이상 '을'이 아니다. 법대로 하자"라며 버티려 한다.
집주인이나 직계 가족이 실거주하면 계약 갱신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보증금을 돌려줄 정도의 현금 여력이 있어야 하고, 만약 다른 세입자를 받았다가 적발되면 기존 세입자에게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쫓아내면 감시하고 신고하겠다고 대응하면 된다"는 댓글이 퍼지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임대차 3법이 국민을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갈랐다"며 "전세 시장 안정 효과 측면에서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 혼란, 전세의 월세化 심해질 것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이 단기적으론 전세 시장 혼란을 키우고, 중장기적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을 앞당길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서울 인기 지역에서는 아파트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송파구 송파동의 전세 매물은 6월 250건에서 7월 121건으로 51.6% 줄었고 마포구 대흥동도 49.8% 급감했다. 학군 수요가 많은 강남구 대치동도 25.1% 줄었다. 매물이 줄어들면서 전세 가격도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로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대차 3법이 시행돼 봤자 4년 단위로 전셋값을 대폭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조삼모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전·월세 규제가 강화되면 결과적으로 전세가 월세로 바뀌고,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重課)시 보유주택 수에 오피스텔, 분양권, 입주권도 포함시키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이달 '7·10 대책'을 통해 1~3%인 주택 취득세를 다주택자에 한해 8~12%로 높이기로 했지만 오피스텔 등은 주택 수에서 빠져 '반쪽짜리 대책'이란 비판이 나왔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LB 슈퍼스타 오타니와 저지, 예상대로 만장일치 MVP
- ‘대장암 완치’ 개그맨 유상무, 얼굴에 붉은 상처...’이 질환’ 때문
- “전혀 몰랐던 사고로 뺑소니 몰려…직장 잃었다” 판결 결과는
- Exclusive: S. Korea eyes supplementary budget to boost economy amid sluggish growth
- [부티크 트렌드 레터] 겨울을 더 가볍게 즐기는 패딩 아이템 5
- Editorial: Outbound investments and brain drain threaten S. Korea’s growth potential
- 고가 청소기 기능 다 넣었는데 13만원대, 전용 충전 거치대까지
- [그 영화 어때] 뮤지컬 ‘위키드’ 30번 보고 영화를 봤더니
- 尹 “양극화 타개로 새로운 중산층 시대 열겠다”
- 트럼프, 법무장관에 팸 본디 지명... 탄핵 재판 때 변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