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없애고 월세로 전환해야 갭 투기세력 차단 가능

박진환 2020. 7. 30.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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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조 넘는돈이 부동산시장 몰리면서 가격 급등 초래
기존대책은 잠재적불안키우고 비규제지역 풍선효과만
현행 전세제 폐지후 월세로 전환해야 갭투기세력 차단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올해 들어 코로나19에 따른 불안한 사회와 침체된 경기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의 아파트가격 상승으로 주택시장이 불안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월 17일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초강도의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특징은 비규제지역의 확대와 갭투자와 법인의 투기를 막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규제지역의 확대로 투기과열지구 48곳과 조정대상지역 69곳이 지정됐고, 대전과 청주가 포함됐다.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의 실거주 요건을 강화해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해 기존 규제보다도 규제 정도가 강화됐다.
대전시 자치구별 아파트 가격 상승률.
자료=한국감정원 제공

1100조 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몰리면서 주택가격 급등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당연히 필요하다. 주택시장 실패에 공적인 개입을 통해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고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정부는 직접규제와 간접규제의 정책수단으로 주택정책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금리조정이나 조세정책을 통해 수요를 조절하는 것을 간접적인 규제 수단으로 보고 있다.

전국 광역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자료=한국감정원 제공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주택수요 관리의 수단으로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간접적인 규제를 통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세제도뿐만 아니라 부동산시장의 직접 규제를 통한 정책을 펴고 있다. 현 정부는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지역에 단기투기 차단을 위한 대출규제와 과열된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등을 지정해 관리 중이다.

정부의 확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의 반응은 정부가 바라는 대로 가지 못하고 있다. 초단기적으로는 아파트 가격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거래 절벽으로 이어져 얼어붙는 부동산시장은 잠재적 불안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1100조원이 넘는 유동자금이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보다는 그래도 부동산시장을 투자처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강역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비규제지역으로의 풍선효과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규제지역 내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시간이 지나거나 정권이 바뀌면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학습효과로 인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보아야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정부의 대책 효과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전국 5대 광역시별 아파트 가격 상승률.
자료=한국감정원 제공

현행 전세제도 폐지하고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근본적인 부동산 대책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임대차시장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전세제도는 과거 고금리시대에 유용한 제도였다. 집주인에게는 전세보증금을 이용한 투자 수익이 가능했고, 세입자는 보증금 이외에는 추가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모두가 선호했다. 정부는 전세 세입자에게 약간의 추가적인 자금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게해 주택보급율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전세는 부동산시장의 교란에 근본적인 원인인 갭투기 내지는 갭투자의 대상이다. 대전을 포함해 아파트 가격 급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전세가격과 매매각격의 차이가 적은 주택을 매입한 후 단기간에 매매가격 상승에서 얻는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는 대상이 됐다. 주택의 가수요가 커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전국 주요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
자료=한국감정원 제공

현 정부의 주거복지 차원의 전세자금 대출 지원은 대출 차입자의 자격을 완화하고, 대출액을 증액하면서 갭투자의 원인이 되는 전세제도를 활성화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실거주 요건을 강화해 갭투자 수요를 차단을 내세우고 있지만 근본적인 전세제도 양성화의 문제는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저성장시대에는 월세 위주의 주택시장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월세시장의 구조하에서 집주인이 월세를 받아 대출 이자액을 갚거나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가계경제와 지역경제가 돌아가게 된다.

다만 월세시장 구조하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세입자들의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월세입자들의 주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요구된다. 저소득층 세입자들에게는 정부가 주택바우처 등의 지원을 통해 일부 임차료를 보존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월세 위주의 주택시장 구조하에서는 지금처럼 전세를 끼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갭투자가 사라지면서 여러 주택을 보유하기 어렵게 된다. 즉 갭투자로 인한 아파트가격이 급등하는 부동산시장의 불안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안정된 주택시장에서는 월세시장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여건과 경제구조가 다르지만 미국과 호주와 같이 선진국의 임대차시장이 월세시장으로 안정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유세 강화를 통한 주택에 대한 가수요를 줄여나가야 하며, 공급측면에서도 공공임대주택 등의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

반복되는 부동산규제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중장기적인 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지금의 전세시장에서 월세시장으로의 주택임대차 구조의 패러다임 전환으로의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방향 전환돼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정재호 교수는

△미국 미주리콜럼비아대 경제학 박사 △한국부동산학회 공동학회장 △대전시 지적재조사위원 △대전시 대덕구 도시계획위원 △세종시 분양가심의위원 △계룡시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 △현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학과장

박진환 (pow1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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