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강남재건축 용적률 상향 검토"..지분형 '반값 아파트' 내놓나

최재원,나현준 2020. 7. 2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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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건축 활성화 검토
강남·여의도 공공분양 추진땐
최대 10만가구 추가공급 가능
조합들 정부정책 '반신반의'
"분양 돌리면 검토의향 있어"
토지 빼고 건물만 분양하거나
'지분 40%만 분양'도 검토중

◆ 도심 주택공급 대책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선호 국토부 제1차관(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정부가 공공재건축에 임대 대신 공공분양을 도입하려는 것은 임대아파트 기부채납에 대한 재건축 조합의 반감이 거세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도 핵심인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강남에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남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공공재건축 참여가 있어야 허울뿐이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깊은 고민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 들어 임대주택 공급 확대 위주의 정부 주택정책 철학이 '내 집 마련'을 선호하는 실수요자들의 입장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점도 읽히는 대목이다.

재건축 단지에서 공급되는 공공분양은 지분 적립형이나 토지 임대부 방식이 접목돼 분양가격이 일반분양가 대비 반값 내지 반의 반값 수준으로 낮추는 구상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 특히 강남권은 임대주택을 포함하라고 하면 곧바로 손사래를 친다"면서 "정부가 공공재건축을 진정으로 활성화시킬 생각이 있다면 사업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입주 가능 대상자의 자산이나 소득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데다 일부 세입자는 소득이 늘어나면 입주 자격을 상실할 것을 염려해 근로 의욕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등이 재건축 조합원이 단지 내 또는 주변 임대주택을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실제 재건축 추진 단지들에서는 임대형 기부채납이 아니라 공공분양형이라면 공공재건축을 한 번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남구의 한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약간 바뀐다고 다수 조합원이 곧바로 동조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임대가 아니라 공공분양형이라면 검토해 볼 가치는 있다"고 말했다.

공공재건축이 활성화하면 강남 여의도 목동 등 주요 지역에서 수만 가구의 추가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대치 은마아파트, 압구정 1~6지구, 잠실주공5단지,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여의도 시범아파트, 목동 1~14단지 등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주요 단지가 6만가구 규모다.

현재 계획상 이 단지들이 재건축하면 추가 공급이 4만~5만가구가량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이 모두 공공재건축을 받아들여 용적률을 더 높이면 추가 공급 물량은 최대 10만가구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

공공재건축에서 나오는 공공분양 물량은 토지 임대부나 지분 적립형 방식이 접목될 가능성이 높다. 주요 재건축 단지가 대부분 서울 강남권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은 땅값이 높아 분양가를 아무리 낮춰도 59㎡ 기준 10억원 아래로 내리기가 어렵다. 토지 임대부 방식으로 땅을 정부가 소유하고 주택만 분양하면 3억~4억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분양이 가능하다. 현재 일반분양 가격의 반의 반값 수준이다.

지분 적립형으로 공공주택을 분양하면 수분양자가 전체 분양 가격에서 4억~5억원만 먼저 내고 잔금은 장기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다. 지분 적립형이란 수분양자가 분양 대금의 40% 지분만 내고 분양받을 수 있는 제도다. 나머지 60%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 시행자 몫이다. 목돈이 부족한 서민과 30·40대가 좋은 아파트를 분양받아 거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명박정부 때 '반값 분양'(당시는 지분 51%로 논의)을 도입하려다가 무산된 바 있다.

지난 6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약 2756만원이다. 전용면적 59㎡ 분양가가 약 7억원인데 40% 지분형을 도입하면 2억8000만원만 내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그만큼 '문턱'이 낮아지는 것이다.

다만 수분양자는 일정 기간(가령 10년 이상) 전매할 수 없다. 나중에 시세 차익을 봐도 자기가 투자한 지분(40%)만큼만 가져갈 수 있다. 물론 지분 적립형이기 때문에 처음엔 40%를 매입했어도 추후 100%까지 매입한다면 온전히 시세 차익을 다 가져갈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돈 있는 사람만 현재 분양받아 막대한 시세 차익을 누리고 있는데 중산층과 서민도 접근 가능한 분양 주택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분형 주택은 선진국에도 있는 제도"라면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용어 설명>

▷ 지분 적립형 분양 : 실거주자인 개인이 분양가의 40%, 투자자(공공기관 등)가 나머지 60%를 납부하는 분양. 개인은 싸게 분양받아 장기간 거주할 수 있고 추후 100%까지 적립해 온전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토지 임대부 분양 : 국가·지자체가 땅을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 분양받은 사람은 일반분양가 대비 '반의 반값'으로 분양받되 대신 국가가 땅 소유자이기 때문에 매달 국가에 일정의 임차료를 내야 한다.

[최재원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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