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속도 내자 더 빨리 뛰는 전셋값..전세물건 품귀(종합)

김동규 2020. 7. 28. 15: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법 시행 전 보증금 올리려는 집주인들로 전셋값 치솟아
집주인 실거주, 전세→월세 전환 등으로 전세물량 줄어
7월 서울 전세수급지수 174.6으로 4년3개월 만에 최고.."공급부족"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당정이 임대차 3법의 국회 통과를 서두르는 가운데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집주인들이 법 시행 전에 전세 보증금을 미리 올려 받거나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면서 전셋값이 크게 뛰고 있다.

임차인을 내보내고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집주인이 늘어나고, 법 시행 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지금 전셋집에 눌러앉으려는 세입자가 늘면서 전세 물건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 용산구와 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28일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정보에 따르면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84.9㎡(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21일 보증금 7억9천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5월 16일 보증금 6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두 달 사이 1억9천만원이 뛴 것이다.

성동구 금호동2가 래미안하이리버 114.3㎡는 14일 보증금 9억원에 전세 계약서를 써 불과 2주일 전인 3일 7억4천만원에 거래된 이후 1억6천만원이 올랐다.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84.9㎡의 경우도 21일 보증금 8억9천만원에 전세 계약이 돼 7일 8억원에 거래된 지 2주일 만에 9천만원이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의 전셋값은 10억원 안팎으로 치솟은 상태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한국감정원 조사 기준으로 지난주까지 56주 연속 상승하며 1년 넘게 단 한주도 쉬지 않고 올랐다.

한국감정원은 "임대차 3법 추진과 매매시장 불안 등에 따른 영향으로 서울은 주거, 교육, 교통환경이 양호한 지역과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월세 가격 상승(PG) [연합뉴스 자료사진]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집주인들의 보증금 올리기는 서울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에 전세 매물을 내놨던 한 집주인은 최근 보증금을 기존보다 5천만원 올렸다.

마포구 아현동 H 공인 대표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4년 동안 보증금을 못 올려 받게 된다면서 집주인이 보증금을 5천만원 이상 올려달라고 했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당연한 생각일 테지만, 세입자들은 피가 마를 것 같다"고 말했다.

성동구 옥수동 W 공인 대표는 "임대차 3법이 곧 통과된다는 소식에 지금 보증금을 올려놓지 않으면 안 되겠다며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몇천만원씩 올리고 있다. 워낙 전세가 귀하다 보니 세입자들이 오른 전셋값을 받아주면서 전체적으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 3법 추진과 함께 정부가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면서 전세를 빼고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집주인도 늘어나 전세 물건은 더 귀해지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D 공인 관계자는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둔 집주인 중에는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경우도 있고, 외지에 살아 실거주가 어려운 경우에는 그냥 집을 비워두고 전입신고를 해 거주 요건을 채우겠다는 움직임도 있다"며 "이 때문에 전세 물건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6·17, 7·10대책을 통해 보유세 인상에 나서면서 세금 인상분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많아지는 것도 전세 품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래픽] 주간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1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 전셋값이 0.13% 상승했다. 0eun@yna.co.kr

아울러 소급 적용될 것으로 알려진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기존 전셋집에 눌러앉으려는 세입자들의 움직임도 벌써부터 전세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용산구 H 공인 대표는 "임대차 3법 시행 직전까지 전셋값이 크게 오를 텐데, 새로운 전셋집을 구하러 나가면 최소 수천만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지금 사는 집에 최대한 더 거주하려 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전세가 더 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7월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4.6으로 2016년 4월(174.7)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200 사이 수치로 표현된다. 100을 넘어 높을수록 공급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2018년 12월부터 작년 2월까지 3개월간 100 미만을 기록한 뒤 작년 4월부터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 공급 부족에 따른 전세난 심화가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 시행 초기 임대차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세입자 보호 등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장에 충분한 물량이 공급될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만간 발표될 공급 대책에 시장을 안정시킬 만한 내용이 담길지, 임대차 3법 국회 논의과정에서 적절한 보완책이 담길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 최동석·박지윤 가족 구사일생…차량 보닛 종잇장처럼 구겨져
☞ 모르는 번호로 성폭력 전화 시달린 여경…알고보니
☞ 급성췌장염 숨진 영광 중학생, 기숙사서 성추행당했다
☞ 남한의 '이것'에 중독(?)된 북한 사람들
☞ 콧수염 잘랐을 뿐인데…'이사람'에 세계매체들 주목
☞ "살려야겠다 생각뿐"…식당서 쓰러진 시민 구한 영웅의 정체
☞ "무궁화는 한국의 국화로서 자격이 있는가?"
☞ 여성 뒤쫓아 집 안까지 침입 20대 강간미수 혐의 적용할까
☞ 더워도 '이것' 없어서 한국인은 여름이 덜 괴롭다
☞ 민주 최고위원 후보들 이해찬에 "버럭 무섭다"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