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고용보험·간이과세 확대' 동시 추진은 모순

박은하 기자 2020. 7. 2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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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법개정안 비판 이어져

[경향신문]

복지 확대 위해 증세 뒤따라야
코로나 명분 잇단 감면에 우려
“자영업자 간이과세 늘인다면
부가가치세 기능만 왜곡될 것”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대상자를 대폭 확대한 올해 세법개정안을 두고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투명한 소득 파악을 위해 간이과세를 축소시켜온 기존 정책 흐름을 뒤집은 것으로,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대응책으로 추진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와 모순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 복지국가 운동을 해온 시민사회단체와 연구자들은 잇달아 간이과세 확대에 대한 비판 논평을 발표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세입기반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응을 명분으로 각종 감면이 추가된 것이 우려스럽다”며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대상 확대도 예로 꼽았다.

<세금수업>의 저자 장제우씨는 “사회복지 서비스가 늘어나려면 총세금이 늘어야 하고, 소득세와 간접세는 대표적인 증세 여력이 있는 분야로 꼽힌다”며 “이번 간이과세 확대는 복지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를 통해 분석하면 전체 사업자 대비 간이과세자 비율은 2011년 30.5%에서 지난해 19.9%로, 납부 면제자 비율은 같은 기간 23.7%에서 15.7%로 감소했다. 정부가 1999년 간이과세자 대상을 연 매출액 4800만원 미만으로 정한 뒤 21년 동안 이 기준을 유지하면서 물가상승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상이 축소됐다. 그간 간이과세는 무자료 거래 유인을 제공해 탈세를 확산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 이번 세법개정으로 부가세 간이과세 대상자는 연 매출액 4800만원 미만에서 8000만원 미만으로, 납부면제 대상자는 연 매출액 3000만원 미만에서 4800만원 미만으로 확대된다. 개정 전에 비해 간이과세자가 23만명, 납부면제자가 34만명 늘어난다.

간이과세자가 되면 1년에 2회 납부해야 하는 부가가치세를 1회만 납부해도 되며 거래 시 세금계산서 발행 의무가 면제된다. 일반과세자는 매출·매입액 신고를 모두 해야 하는 반면 간이과세자는 매출액만 신고하면 된다. 가령 김밥집이라면 쌀, 김 등의 재료구입비는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일반과세자는 매입세액을 돌려받는 반면 간이과세자는 매출액에 대한 세금을 덜 내는 대신 매입세액 환급금이 없다. 이 때문에 간이과세 확대가 무작정 자영업자에게 도움 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이번 간이과세 확대의 명분으로 ‘사회적 연대’ 등을 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에 세법을 개정하며 연 매출액 4800만원을 초과하는 자영업자들은 새로 간이과세자에 포함되더라도 종전처럼 세금계산서 발행 의무가 유지되는 만큼 탈세가 방지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부가세의 기능은 당국이 경제 흐름을 파악하도록 하고, 생산 과정에서 왜곡되는 세 부담을 조정하는 것”이라며 “신규 과세 대상자에게 세금계산서 발행 의무를 유지하더라도 간이과세가 확대되면 부가세의 기능이 왜곡된다”고 말했다.

향후 복지정책 확대를 염두에 두면 이번 간이과세 확대가 더욱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증세를 구조적으로 어렵게 만들어놓기 때문이다. 이창식 세무사는 “코로나19 위기가 지나가고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한번 부가세 납부 기준을 높여 놓으면 앞으로는 낮추기 무척 힘들게 된다”며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 등 복지 확대를 생각한다면 자영업자를 지원할 다른 대책을 고민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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