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멸종 상징' 하와이 나무 달팽이, 60년만 신종 발견

조홍섭 2020. 7. 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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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한때 750종 골짜기마다 달리 진화..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희망 있다"
하와이 오아후 섬에서 발견된 나무 달팽이 ‘아우리쿨렐라 가그네오룸’. 60년 만에 기록된 신종이다. 검은 잣대가 1㎜이다. 노린 융 외 (2020) ‘주키스’ 제공

중생대 대멸종 사태를 상징하는 동물이 공룡이라면 현재 진행 중인 제6의 멸종사태를 대표하는 동물은 무얼까. 고릴라나 자이언트판다가 떠오를지 모르겠지만 멸종 속도로만 본다면 달팽이가 그 주인공이다.

태평양에만 2만5000개가 넘는 대양섬이 있는데, 그곳에 사는 육상 달팽이는 1600년 이후 세계 동물군 가운데 가장 많은 멸종이 기록된, 가장 심각한 멸종위협에 놓인 동물이다.

_______ 갈라파고스 핀치, 하와이 달팽이

화산활동으로 대양에 솟은 섬에는 애초 경쟁자와 포식자가 없었다. 우연히 이곳에 도달한 소수의 달팽이는 골짜기마다 능선마다 다른 종으로 진화했다. 갈라파고스의 핀치가 그렇게 십여 종으로 분화했다면 하와이에서는 달팽이가 그랬다.

오아후 섬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지 20년 만에 다시 발견된 고유종 나무 달팽이의 일종.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하와이에는 750종의 달팽이가 나무, 낙엽, 바위, 고목 등에 적응해 다양하게 분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대부분 고유종으로 세계에서 그곳 빼고는 분포하지 않는 종이었다. 애초 하와이의 달팽이는 6000종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사람이 섬에 들어와 달팽이의 서식지를 망가뜨렸고 돼지, 염소, 사슴 등 가축과 쥐를 풀어놓았다. 이들은 아무런 대응책 없는 달팽이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토종 달팽이에 치명타를 가한 것은 외래종 달팽이였다. 하와이에 들여온 아프리카 원산의 왕달팽이가 문제가 되자 1955년 또 다른 외래종인 미국 남부 원산인 장밋빛 늑대달팽이 616마리를 들여온 것이 화근이 됐다.

태평양 대양섬에 도입돼 토종 달팽이의 대규모 멸종을 부른 미국 원산의 장밋빛 늑대달팽이. 다른 달팽이를 잡아먹는 포식자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듬해에는 1만2000마리로 불어난 늑대달팽이를 태평양의 다른 섬 8곳으로 퍼뜨렸다. 기대와 달리 포식성이 강한 이 달팽이가 억센 외래종 왕달팽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토종 달팽이만 잡아먹었다.

클레어 레그니어 프랑스 파리 자연사박물관 학예사 등은 2009년 과학저널 ‘보전 생물학’에 실린 논문에서 “장밋빛 늑대달팽이는 이미 수십 년 동안 서식지 파괴, 남획, 외래종 도입으로 취약해진 생태계에 치명타를 가했다”며 “연체동물 멸종의 70%가 대양섬에서 일어났는데, 그 가운데 3분의 1은 이 포식 달팽이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_______ 원주민에겐 사랑의 징조

하와이 오아후 섬은 화려한 무늬의 고유종 달팽이로 유명한 곳이었다. 나무에 사는 이곳 달팽이는 껍질이 아름다워 전통 목걸이인 레이에 쓰였고, ‘노래하는 달팽이’로 민속에 종종 등장했다. 하와이 원주민에게 이 달팽이는 중요한 상징이자 변화, 로맨스, 노래를 가리키는 좋은 징조였다.

토종 나무 달팽이로 만든 원주민의 레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1933년 오아후 섬 와이아나에 산에서 채집한 나무 달팽이. 이들 대부분은 이미 멸종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모두 세계에서 이 섬에만 살던 보석 같은 이들 달팽이는 외래종과 남획 영향으로 41종에서 13종으로 줄어들었고 모든 종이 멸종위기종이 됐다. 이 가운데는 현재 살아남은 개체수가 50마리 미만인 종도 있다.

그런데 오아후 섬에서 60년 만에 신종 달팽이가 발견됐다. 노린 융 미국 하와이 비숍박물관 연체동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주키스’ 20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오아후 섬 와이아나에 산에서 채집한 달팽이가 새로운 고유종 달팽이라고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육상 달팽이를 찾아 하와이 섬의 1000곳 이상을 뒤졌다. 채집한 달팽이를 1940년대부터 비숍박물관이 수집해 보관하던 방대한 달팽이 표본과 비교했다.

놀랍게도 1912년 채집해 표본실에서 잠자던 달팽이 표본이 새로 채집한 달팽이와 같은 종으로 밝혀졌다. 1세기 만에 빛을 본 이 달팽이는 ‘대부분 멸종했다’고 알려진 하와이의 토종 달팽이 보전에 희망의 빛을 던져 준다.

오아후 섬에서 새로 발견된 나무 달팽이의 다양한 무늬. 케네스 헤이스 제공

융은 “우리가 발견했던 달팽이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건 행복한 이야기”라며 “박물관 표본실에 있는 달팽이 대부분을 이제는 야생에서 찾을 수 없었지만 이번은 예외였다”고 박물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신종으로 밝혀진 나무 달팽이는 다 자라야 등껍질 크기가 5㎜가 안 되는 소형 종이다. 연구에 참여한 존 슬랩신스키 미국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학예사는 “손톱 위에 10마리 이상 올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쑤시개 위에 올려놓은 신종 나무 달팽이. 다 자라야 5㎜가 안 된다. 케네스 헤이스 제공

_______ “외딴곳에 300종 더 살아있다”

연구자들은 “이 달팽이가 숲의 유기물을 분해하고 균류를 먹는 최초의 재활용 일꾼”이라며 “동시에 고유종인 포식성 애벌레와 새의 먹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와이에는 토종 달팽이가 75종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정밀조사는 종 보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슬랩신스키는 “기존 연구에서 하와이 육상 달팽이의 90%가 이미 멸종한 것으로 보고했지만 이번 조사 결과 약 300종이 아직도 외딴, 고립된 섬 곳곳에서 생존해 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이들을 찾아내 규명하기 위한 전문가가 많이 부족하고 달팽이들이 아주 작고 구별하기 힘든 점”이라고 덧붙였다.

인용 저널: Zookeys, DOI: 0.3897/zookeys.950.5066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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