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강행땐 경험 못한 전세대란 온다"

김흥록 2020. 7. 2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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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임대차 3법 속도조절로 급한 불은 꺼야" 한목소리
정부는 강행 의지에 "상황 맞춰 충분한 검토 뒤 시행 필요"
26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 아파트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전세대란이 심상치 않다. 수급지수가 과거 전세대란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등 수도권 전세시장 불안에 대해 “부동산 정책이 만들어 낸 혼란”이라며 “당장 제거할 수 있는 전세 불안요인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현재 전세대란은 여러 요인이 중첩된 결과라는 게 공통된 진단이다. 교육제도 개편, 재건축 단지 실거주 요건 강화, 로또 청약 전세 수요 증가, 대출규제 강화 등 다양한 집값 대책의 부작용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는 27일 법사위에 임대차 3법을 상정해 처리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기존 세입자가 이전에 계약을 몇번을 연장했는지 상관없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본지가 전문가들에게 물어본 결과 우선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보니 임대인들 입장에서는 앞으로 시장 상황에 맞춰 임대료를 조절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이런 불안 요소를 없애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공급이 나오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는 임대차 3법이라도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며 “임대차 3법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것이라면, 오히려 정부는 전세시장 상황에 맞춰 충분한 검토를 먼저 진행한 뒤 시행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도 임대차 3법의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안 중 당장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파트 입주 물량이 내년, 내후년 더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전세시장 불안현상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그런데 전세시장은 지금 당장 계약하는 실수요시장이라 매매시장과 달리 공급을 늘리겠다는 신호로만 잡을 수 없다. 당장 해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부장은 이어 “임대차 3법 이야기가 나온 이후 가격에 덜 민감하던 ‘착한 임대인’이나, 상대적으로 저렴하던 재건축 물건 등 시장 상황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임대료를 올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이와 달리 “현재 전세 불안은 매물 부족이 원인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임대차 3법을 한번에 시행하려는 이유도 전세 불안을 단기간에 막기 위한 것”이라며 정책 취지에 공감하기도 했다.

대출 규제 완화를 근본 해법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 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풀지 않는 한 전셋값 상승은 계속된다. 특히 8~9억원 대 아파트 수요자들은 (대출규제 때문에) 다 전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대출 규제를 풀어야 전세 수요가 매매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다주택자들의 매도를 유도해 민간 임대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만큼 무주택 임차인들이 집을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안 부장도 “현재 무주택자들의 LTV 한도를 5~6억원으로 낮췄지만 현재 서울 집값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낮다”며 “무주택자나 설거주를 위한 1주택자들에게는 금액 제한을 없애거나 높여 LTV를 완화해줘야 한다”고 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학군이 좋은 지역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는 데, 특히 전세 수요가 높은 곳에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재개발이나 재건축 용적률을 높여 이런 지역에 임대아파트를 우선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민간 임대시장은 시장에 맡겨 더 많은 임대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틀어야 한다. 이렇게 가야 안정시킬 수 있다”며 “국가에서 임대주택을 수요자에게 모두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규제 완화 또는 규제 회수가 전제돼야만 할 것”이라고 정책 방향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김흥록·진동영·권혁준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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