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30평대도 호가 20억 시대.. "규제지역부터 올랐다"
"정부가 여기 집 사라고 찍어주는거에요. 들어갈 돈이 없어서 그렇지"
정부가 한 달새 6·17대책과 7·10대책을 연이어 발표했지만, 부동산 시장은 다시금 들썩이며 ‘벌써 약발이 끝났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일찍이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던 서울과 경기·세종 등 규제지역일수록 더 크게 들썩이자, 온라인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투자할 곳을 찍어준 셈"이라는 말도 나온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의 상승세를 주도했던 곳 중 하나인 마포구에서는 이제 전용 84㎡의 호가가 20억원을 넘나들고 있다. 마포구 대흥동 신촌그랑자이의 전용 84㎡는 지난 20일 17억8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호가는 신고가보다도 훌쩍 높은 최대 23억원까지 나오고 있다.
현석동 래미안웰스트림에서도 같은 면적이 지난달 18억4500만원에 신고가를 갱신한 후 호가가 20억원까지 높아졌다. 다음달에야 입주가 시작되는 공덕역 ‘공덕 SK리더스뷰’ 전용 84㎡ 호가도 20억원을 넘었다.
강남은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호가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급확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서울시가 정비사업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토지거래허가제 도입 결정 이후 18억원까지 하락했던 전용 76㎡의 호가가 이달 초 20억원대를 회복한데 이어 이번주에는 22억원까지 상승했다. 지난주에 비해 무려 1억원이 높아진 수치로 12·16대책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지난달 18억원까지 떨어졌던 전용 76㎡ 호가가 최고 23억원까지 올랐다.
대치동의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 때문에 실제 매매로 이어지기는 힘들지만, 서울시가 용적률이나 층수 관련 규제를 풀어 50층까지 높일 수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매도자들이 호가를 쭉쭉 높여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저가 단지들이 밀집한 노원구와 구로구 등에서도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전역이 들썩이는 셈이다. 노원구 상계주공1단지 31.98㎡은 지난 11일 6억5000만원에, 구로구 신도림 e편한세상 전용 84㎡은 지난 15일 10억4300만원에 각각 전고가를 뛰어넘었다.
경기도 상승장을 이끌다가 지난 2월 조정대상 지역으로 묶인 수·용·성(수원·용인·성남시) 지역도 다시 불이 붙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경기도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2017년 12월 4일 기준) 상승률은 0.23%였지만 ‘수용성’의 일부 지역 상승률은 이를 훨씬 웃돌았다.
용인시 기흥구 0.49%, 수지구 0.41%를 필두로 수원시 영통구 0.39%, 팔달구 0.35%, 성남시 수정구와 중원구가 각각 0.32% 올랐다. 지난 2017년 8·2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이 된 과천도 0.32% 상승했다.
비수도권 중에서는 과천과 함께 8·2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세종시의 상승률이 크다. 전국적으로 봐도 독보적이다. 지난 6월 넷째주 이래 주간 매매지수 상승률이 1%를 훌쩍 넘었던 세종은, 지난주에도 1.48%상승했다. 상반기에만 16.07%(누계) 상승했던 데 이어 6·17대책에서 대전·청주가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자 다시 돈이 몰려들어 상승세를 탔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에서 세종시로 사실상 행정수도를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혀 기름을 부었다.
도담동 도램마을18단지 전용 99.985㎡는 지난 10일 전고가보다 무려 1억9000만원이나 높은 6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새샘마을6단지 전용 59.77㎡도 21일 4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기존 최고가보다 1억2500만원 높은 가격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연이은 대책으로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고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이 어려우니, 다주택자들이 집을 처분하고 나서 생긴 목돈으로 ‘똘똘한 한 채’에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은 한동안 주춤했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에도 돈이 몰리는 효과가 컸을 것"이라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도 "강도높은 다주택 규제로 실수요자들이나 현금부자나 결국 ‘똘똘한 한 채’로 좁히다보니 검증된 곳에 돈이 몰리는 것"이라며 "정부의 규제가 이미 검증된 지역이란 것을 방증하는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용·성은 광역교통망이 잘 갖춰져 경기도 안에서 가장 검증된 지역이란 점에서, 세종은 오송과의 시너지 효과와 충청권의 신축 수요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각각 규제지역임에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르포] 사라진 ‘전기차 메카’ 꿈… 잡초만 무성한 옛 한국GM 군산 공장
- 배우 정우성 혼외자? 놀랐다가 한 숨 내려놓은 유통·광고업계
- [뉴테크]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꾼 드론 기술…GPS 없이 하늘 난다
- 법원, 이재명 위증교사 1심 ‘무죄’ 선고
- 다이소 또 ‘리콜’... 스텐 크리너, 납 기준 초과
- [르포] 분 단위 생산량 목표 주고 초과 달성까지… 무섭게 전기차 찍어내는 中 비야디
- 고려아연에 알테오젠까지 투자한 상장사가 있다?… 주식만 760억치 쥔 이 회사
- 외국인들이 독일서 만든 K뷰티 브랜드… 예쁘다 대표 “글로벌 뷰티 브랜드 꿈꾼다”
- [인터뷰] “지폐 기술로 한땀한땀 새겨 인왕제색도 판화로 만들었죠. 내년엔 맹호도 출시”
- [재테크 레시피] 줍줍? 고점? 출렁이는 금값… 지금 투자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