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에 1억? 싸다"..강남아파트 쇼핑하는 외국인

최진석/심은지/전형진 2020. 7. 2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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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서울 외국인 거래 418건
전체의 25% 차지
"강남 집값 홍콩의 절반 수준"
홍콩 자산가 30억원대에
반포 50평대 전세 끼고 사들여


“지난주 홍콩 금융업계 종사자가 서울 반포 50평대(전용면적 132㎡) 아파트를 샀습니다. 홍콩에서는 비슷한 면적 아파트가 60억~70억원이라며 강남이 싸다고 하더군요.”

이 홍콩 사람은 대리인을 통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와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자이 등을 둘러본 뒤 한 곳을 전세를 끼고 매입했다. 반포동의 한 외국인 전문 중개업소 대표는 “중국 본토와 관계가 어긋난 이후 홍콩 자산가들의 매수 문의가 자주 온다”고 전했다. 그는 “홍콩 외에도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계 고객이 많다”며 “홍콩 아파트는 3.3㎡당 2억원 안팎이기 때문에 강남 한강변 아파트가 1억원이면 저평가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사자” 몰려오는 외국인

외국인의 한국 아파트 ‘쇼핑’이 증가하고 있다. 대상지도 기존에 많이 찾던 서울 구로구, 영등포구 등에서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핵심 지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2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전국 건축물 거래량은 2090건을 기록했다.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건축물에는 아파트, 단독주택, 빌딩 등이 포함된다. 외국인은 대부분 아파트를 산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서울 지역의 외국인 거래량은 418건으로 집계됐다. 강남구가 49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중국 동포(조선족)가 많이 거주하는 구로구(40건), 영등포구(34건) 순이었다. 강남 3구 거래량은 강남 49건, 송파 26건, 서초 16건 등 총 91건이었다. 서울 전체 거래량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강북 인기 주거지인 마용성 거래량도 많았다. 용산 22건, 마포 18건, 성동 13건 등 총 53건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서울 집값이 싼 편은 아니다. 국가·도시 통계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서울 도심의 아파트 가격은 3.3㎡당 5만4921달러(약 6575만원)로 조사됐다. 홍콩(10만4550달러)의 절반 수준이긴 하지만,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서울은 지난해 4위였다가 올해 영국 런던을 제치고 한 계단 뛰어올랐다.

그러나 투자 가치와 안정성 측면에서 서울 특히 강남 아파트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집값이 거침없이 상승하자 미국과 일본에 있는 동포는 물론이고 순수 외국인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미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들이 투자처를 찾다가 부모나 지인의 추천으로 강남 아파트나 빌딩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한국의 경제 성장으로 서울은 세계적으로도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났다”며 “특히 강남은 외국인 자산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만큼 좋은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

 정부 규제로 한국인 역차별

정부의 잇단 규제도 서울 아파트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인은 대출 등 각종 규제로 강남 집을 사기가 어렵지만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롭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대책이 나온 작년 12월과 올 6월 외국인의 문의가 많았고 실제 거래도 증가했다”며 “외국인들은 규제가 나오면 공급이 줄어들어 오히려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취득하는 절차는 내국인과 큰 차이가 없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은 계약 60일 안에 시·군·구청에 취득신고를 하면 된다. 또 부동산을 살 때 외국환거래법상 신고의무가 없다. 비거주 외국인일 때는 취득자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은행에 한 차례만 더 신고하면 된다. 부동산 매각 자금도 은행에 신고만 하면 해외 반출이 가능하다.

세제 부문에서도 외국인이라고 부담을 더 주지 않는다. 김성일 영앤진회계법인 회계사는 “국내 세법은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구분하지 않고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차이만 둔다”며 “국내에 1년 동안 183일 이상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제한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신방수 세무법인 정상 세무사는 “외국인 소유 부동산은 제대로 된 통계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국내 부동산이 외국 자본에 잠식되고 있어 싱가포르처럼 외국인에게 20%의 취득세를 부과하는 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중국인들이 대거 매수에 나서면서 미국 뉴욕과 캐나다 토론토 등 세계 주요 도시 집값이 급등한 것과 같은 현상이 서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내국인을 규제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전 세계인의 투자처가 된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진석/심은지/전형진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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