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도, 집주인도 고민.. 임대시장 '반전세 시대' 오나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늘린 7·10 대책으로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임대료를 올리고 싶어하는 집주인과 너무 오르는 전세금을 걱정하는 세입자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기 때문인데, ‘반전세’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세 재계약을 앞둔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반전세’를 고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입주 4년차인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아파트 지역 일대가 대표적인 예다. 전세계약은 보통 2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입주 2년 차와 4년 차인 대단지 아파트에서 거래가 많다. 이 분위기는 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계약 갱신·만료 결정을 앞둔 세입자와 집주인은 모두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세입자는 집값과 전세가격이 모두 오르면서 부담이 커져 고민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전세금은 56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집주인도 고민이 많다. 늘어난 세금 부담과 추가 규제 강화 가능성까지 고려해 현 세입자와 계약을 만료하고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하는지, 임대료는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이런 가운데 기존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이른바 ‘반전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고덕동 A 중개업소 관계자는 "반전세로 전환하면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반전세 문의가 많은 이유는 크게 오른 전세금을 부담하기 어려운 세입자의 이해와 저금리에서 전세금을 받기보다는 일부라도 월세로 받아 오른 세금을 충당하려는 집주인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 곳곳에서 전세로 놓았던 집을 월세를 낀 반전세·월세로 전환하려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 거래 시스템을 통해 확정일자 신고일 기준 월별 전월세 거래 현황을 살펴본 결과, 이달 들어 23일까지 월세·준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치 구간)·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 초과)거래가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5%로, 지난달(23.9%)보다 커졌다.
내집 마련 대기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서울과 서울 인접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서 반전세 전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저금리 시대에는 전세보증금보다 월세를 받는 게 낫다는 인식이 커지기 마련"이라면서 "2015년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를 월세, 반전세로 전환하는 사례들이 시작됐다"고 했다.
정부가 발표한 7·10 대책에 따라 집주인의 세 부담이 커지는 것도 반전세와 월세로의 전환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특히 전세보증금 5% 상한 폭을 두는 전월세상한제와 4년 의무계약 등을 담은 임대차 3법이 곧 통과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집주인들이 법 통과 전 계약 갱신을 서두르며 보증금을 미리 올리려는 심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집주인들이 이를 월세로 메우려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수요 대비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금리는 더 떨어졌고, 이와 함께 임대차3법 도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전세·월세 전환을 더 자극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전세 개념이 사라지고 월세 시대가 올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월세시대’가 당장 올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고 보는 경우가 더 많다.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워낙 많다보니, 전세보증금을 전액 반환해줄 정도의 자금여력이 있는 집주인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뒤늦게 공급책을 내놨지만 실제 공급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 집값은 더 못 잡고 세입자의 전세난은 커질 것"이라면서 "부동산 시장 불안을 키웠던 참여정부와 똑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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