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의 아픔, 추스를 수 있게..고인 닮은 로봇과 49일

강나현 기자 2020. 7. 23.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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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동안 함께 해서 즐거웠어]

지금 보시는 이 로봇은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을 대신해 작별 인사를 건네고 있습니다. 이렇게 첨단 기술은 배달이나 청소, 공부 같은 우리 일상뿐 아니라 죽음을 겪는 모습도 바꾸고 있습니다.

강나현 기자입니다.

[기자]

[영화 '러브레터' (1995년) : 잘 지내고 있어요? 난 잘 있어요]

세상을 떠난 연인을 잊지 못해 아파하던 주인공을 조금씩 치유해 준 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에게 보내기 시작한 편지였습니다.

25년이 지난 요즘, 일본에선 로봇이 이런 치유의 역할을 맡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좋네. 다시 죽기 싫다.]

3D 프린트로 만든 마스크를 쓴 이 로봇은 고인의 말투는 물론, 손동작이나 재채기, 못마땅해 하던 습관까지 그대로 보여줍니다.

[돈이 없어. 네가 2만엔만 이체해주면 좋겠다. (또 빠찡꼬 갔어? 그만 다니라고 했잖아!)]

살아있을 때 몸짓과 했던 말을 프로그램에 미리 저장해둔 뒤 로봇에 장착시킨 겁니다.

불교의 49재처럼 49일 동안 함께한 뒤 정보를 지워 소멸됩니다.

[잘 지내. 날씨가 추워지니까 따뜻하게 하고 다녀.]

일본의 미디어 아티스트는 5년 전 할머니의 죽음을 겪은 뒤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이치하라 에쓰코/미디어 아티스트 : 장례식은 누군가를 잃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의식이라고 생각해요]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다가오는데, 함께 애도하면서 남은 이의 부서진 마음을 추스를 수 있게 했습니다.

점점 장례를 간단히, 그리고 급히 처리하는 요즘 새로운 애도와 치유의 방식을 고민한 겁니다.

모두가 겪게 될 죽음을 마냥 덮어두지 말고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계기도 만들고 싶었다는 그는 이 로봇을 다른 나라에도 소개하고 실제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화면제공 : 이치하라 에쓰코·닛폰TV)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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