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 공급대책에 날뛰는 집값..여의도·세종 2~3억씩 껑충
제각각 대책 언급해 집값 자극
재건축 재추진 기대감 커지며
은마·잠실5단지 등 호가 급등
행정수도 논란 세종시도 들썩
핵심지역 한채 '진똘' 현상에
부동산 양극화 심화되나 우려
◆ 식지않는 부동산시장 ◆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여당, 서울시 등 관련 주체가 서로 협의도 되지 않은 공급 대책을 중구난방식으로 언급하면서 특정 지역 집값만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의도·압구정 등 그간 사업 추진이 사실상 중단됐던 지역의 재건축 단지들이 한 달 만에 실거래가가 수억 원 가까이 오르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가 한동안 중단됐던 이 지역 재건축을 다시 추진하자는 목소리를 낸 것이 알려지면서 중소형 면적 위주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신설된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를 피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점도 호재다.
여의도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며칠 만에 가격을 억대로 올려도 사겠다는 손님이 많아 금방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실거주 규제를 피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조합을 설립해야 한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최근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여의도·압구정 등 재건축 사업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국토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들은 서울시가 그간 집값 안정을 이유로 아직 재건축의 첫 단계인 지구단위계획도 수립하지 않았다.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등 강남권 다른 재건축 단지들도 규제 완화 기대감에 마찬가지로 들썩이고 있다. 23일 중개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표 재건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 주택형은 호가가 21억원까지 올랐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6·17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 포화를 맞으면서 전용 76㎡가 18억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의 공급 확대 시그널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널리 퍼졌다"며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이후 매물 부족이 심화돼 매수세가 붙으면 매도자가 달아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급부상하면서 세종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세종시는 원래 집값이 꾸준히 올랐지만 최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행정수도 이전안이 구체화되면서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셋째 주 기준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97%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세종시 새롬동 더샵힐스테이트(M4블록) 전용 99㎡는 지난달 27일 11억원에 팔렸지만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은 13억원에 달한다. 매매가 대비 호가가 2억원가량 오른 수준이다.
한편 이처럼 모든 규제 완화와 공급 대책이 서울과 세종시에 집중되면서 지방 집값과 격차가 벌어지는 '부동산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추세다.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세금이 부과되면서 핵심 지역에 한 채만 보유하는 '진똘(진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도 부동산 양극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규제 영향을 정통으로 받은 지방 부동산 시장은 세종시를 제외하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오창읍 방사광가속기 발표로 가파르게 올랐던 청주는 6·17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이 된 후 열기가 급격하게 식고 있다. 23일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청주 흥덕구 두산위브지웰시티2차 전용 80㎡는 지난 1일 한 달 만에 2억원이 떨어진 3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정지성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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