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추미애의 미소

배연국 2020. 7. 2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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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도 때론 교만이 될 수 있다.

교만의 교(驕)는 말 마(馬)와 높을 교(喬)로 이뤄져 있다.

말을 탄 높은 위치에서 사람들을 아래로 얕잡아보는 것이 교만이라는 얘기다.

낮은 땅의 위치에서 만물을 길러 이롭게 하는 미덕이 겸손이라면 교만은 자신과 남을 해치는 악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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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도 때론 교만이 될 수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그제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장이 자신에 대한 야당의 탄핵소추안이 접수됐다고 말하자 활짝 웃었다.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의 동참이 없으면 탄핵안은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추 장관이 회심의 미소를 보낸 것이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내 명을 거역했다”며 왕조시대의 언어를 소환한 적도 있다.

그의 언행을 보며 떠오른 단어가 교만이다. 교만의 교(驕)는 말 마(馬)와 높을 교(喬)로 이뤄져 있다. 말을 탄 높은 위치에서 사람들을 아래로 얕잡아보는 것이 교만이라는 얘기다. 교만의 반대편에 있는 품성은 겸손이다. 겸손은 영어로 휴밀리티(humility)다. 흙을 가리키는 라틴어 후무스(humu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낮은 땅의 위치에서 만물을 길러 이롭게 하는 미덕이 겸손이라면 교만은 자신과 남을 해치는 악덕이다.

교만에서 겸손으로 성품을 바꾼 인물이 세종 시대의 명재상 맹사성이다. 맹사성은 열아홉 살에 장원급제해 약관의 나이에 파주 군수가 됐다. 기고만장한 그가 산사로 고승을 찾아갔다. 맹사성이 군수로서 지표로 삼을 가르침을 달라고 하자 고승이 말했다.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하면 됩니다.” “그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아니오.” 맹사성이 화를 내며 일어서자 고승은 차나 한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그런데 고승은 잔이 넘치는데도 계속 찻물을 붓는 것이었다. 맹사성이 소리쳤다. “스님, 찻물이 흘러넘칩니다.” “찻잔이 넘쳐 바닥을 적시는 것은 아시면서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당황한 맹사성은 황급히 일어서 나가려다 문틀에 머리를 부딪히고 말았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지요.”

교만은 기독교에서 7대 죄악 중 첫머리로 꼽힌다. 천사와 사탄을 가르는 기준도 교만이다. 영국의 기독교철학자 C S 루이스가 “교만은 모든 죄의 근원이며 영적인 암”이라고 역설한 이유다. 유교 경전인 ‘좌전’ 역시 “교만하면서 망하지 않는 자는 아직 없었다”고 경고한다. 말 위에서 거들먹거리면 결국 떨어질 일밖에 없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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