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서울보다 더웠던 6월 시베리아·선선한 7월 한반도.. 모두 온난화 탓

최재규 기자 2020. 7. 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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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9일부터 6월 20일까지의 지표면 기온 이상을 보여주는 위성사진. 나사(미 항공우주국)가 공개한 이 사진에서 빨간색이 표시된 영역의 경우에는 2003∼2018년 사이의 같은 기간 평균보다 기온이 더 상승했다는 것을 뜻한다. 북반구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꼽히는 시베리아 동부의 경우에는 올 들어 이상 고온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기상학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한반도 전역이 비구름대에 휩싸여 있다. 기상청 제공
7월 들어 폭염 대신 선선한 날씨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20일 서울 여의도 환승센터에서 긴팔 옷을 입은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 변화무쌍 지구촌 날씨

2년전 기록적 더위 만든 열돔 징조 없지만… 내달 韓 폭염 이어질 듯

온난화로 극지방 기온 상승

제트기류 약해져 찬 공기 남하

강력한 시베리아 고기압 형성

한반도 장마전선 못 올라와

남부 집중호우… 중부는 선선

美·中·日·印 폭우로 물난리

시베리아는 고온현상 이어져

지난달 38도… 6월 최고 기록

온난화로 극지방 기온 상승 제트기류 약해져 찬 공기 남하 강력한 시베리아 고기압 형성 한반도 장마전선 못 올라와 남부 집중호우… 중부는 선선 美·中·日·印 폭우로 물난리 시베리아는 고온현상 이어져 지난달 38도… 6월 최고 기록

지난 6월 한국에 역대급 폭염·폭우가 찾아왔다. 116년 만에 무더위 기록이 갈아치워졌고 강릉 등을 비롯한 영동지방에는 그야말로 물 폭탄이 쏟아져 1911년 관측 이래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다. 7월, 장마로 잠깐 숨을 돌렸지만 각종 기상 지표는 6월의 기록적 더위가 8월에 다시 이어져 올해 여름이 역대 가장 펄펄 끓는 여름으로 기록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이상기후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과 미국에서도 속출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동토의 땅’ 시베리아 지역 역시 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가며 8만 년에 한 번 있을 법한 고온 현상을 보이고 있다. 모든 방면에서 ‘역대급’이라는 단어가 속출하고 있는 올여름 날씨를 10문10답을 통해 정리해 본다.

① 7월 왜 선선하지?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올 것이란 예고가 무색할 만큼 7월 중순에 접어들었지만 폭염 대신 선선한 날씨가 나타나고 있다. 또 남부지방에 국지적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등 이례적인 여름 날씨가 관찰되고 있다. 북서쪽에서 유입된 찬 공기가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고 있기 때문인데, 지구온난화로 인한 유례없는 극지방 기온 상승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의 기온이 상승했고, 이로 인해 극지방의 찬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찬 공기가 남하하며 대륙 고기압을 강하게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강력한 시베리아 대륙 고기압의 영향으로 올해 장마전선은 남부지방에서 쉽사리 올라오질 못하고 있다. 주로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산, 통영 등 경남 남해안에 큰비가 집중됐고 광양, 순창 등 호남에도 경남에 버금가는 양의 장대비가 퍼부었다.

② 8월엔 역대급 폭염 온다는데, 원인은?

장마전선이 남부지방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아직 진짜 한여름이 오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더위를 몰고 찾아오는 더운 여름은 북태평양의 뜨겁고 눅눅한 공기가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밀어붙이면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개 오는 25일 정도까지 장마전선이 우리나라에 더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선선한 여름도 이번 달 하순까지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마가 물러나면 본격적으로 폭염이 시작될 전망이다. 다만 기상청은 2016, 2018년 맹렬한 더위를 만들었던 ‘열돔(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하거나 아주 서서히 움직이면서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 더위가 심해지는 현상)’ 징조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기상청은 “최근 7월 말까지 장마전선으로 인한 강우 가능성이 높아 이달 말까지는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다 8월 초 무더위가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③ 동토의 땅 시베리아, 왜 더운가

현재 시베리아에서는 8만 년 만에 한 차례 있을 법한 고온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시베리아 북극 지역 기온은 지난달 평년기온보다 평균 섭씨 5도 상승해, 역대 가장 더웠던 지난해 6월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또 시베리아 지역 베르호얀스크에서는 지난달 20일 38도까지 올라 역대 6월 일간 최고 기온을 기록하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다국적 연구단체인 세계기후특성(WWA)의 협조하에 영국, 러시아,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등지에서 모인 국제 연구팀은 이와 관련한 시뮬레이션 연구를 진행했다. 기후모델 70개를 설정한 뒤 수천 번 시뮬레이션을 돌려 석탄·석유·가스를 활용해 온 인간의 활동이 존재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시베리아의 고온 현상은 인간의 영향이 아니고서야 나타날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특히 연구팀은 올 1∼6월 시베리아를 관찰한 결과, 온실효과 때문에 이 지역에서 장기적인 고온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최소 600배 커졌다고 분석했다.

④ 이우삼열 현상이란

‘이우삼열(二雨三熱)’이란 말 그대로 2일간 비가 내리고 3일간 날이 덥다는 뜻으로, 기상청이 올해 장마철 패턴을 요약한 말이다. 올여름 장마는 2∼3일에 걸쳐 비가 쏟아져내리다가 그치고, 다시 비슷한 기간 30도 이상의 폭염이 지속되는 날씨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얘기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제주부터 장마가 시작된 데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전국이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 장마철이 ‘이우삼열’ 패턴을 보이지만, 매년 장마철마다 있었던 현상은 아니다. 어떤 해에는 일주일 내내 비만 내리거나, 아예 ‘마른 장마’로 지나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륙인 중국 남부의 뜨거운 공기가 상대적으로 차가운 공기와 만나면서 비구름이 활성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것이 지구 자전에 따라 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들어왔다가 동쪽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반복돼 이우삼열의 패턴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⑤ 6월 폭염에 폭우, 강릉 247㎜ 물 폭탄

6월은 역대급 폭염에 폭우까지 내린 달이었다. 강릉 등을 비롯한 영동지방에는 그야말로 물 폭탄이 쏟아져 6월에 내린 비로는 1911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일부 지역에는 시속 110㎞가 넘는 강풍까지 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30일 오후 4시까지 강원 영동과 남해안, 제주도, 경북 북부의 일부 내륙에 100∼160㎜ 이상의 많은 비가 집중됐다. 특히 강릉은 29일 오후 10시 기준 247.2㎜를 기록해 110년 만에 6월 강수량으로는 최고를 기록했다. 강원 영동에는 이후에도 비가 계속돼 280㎜ 이상, 제주도 산지에는 250㎜ 이상의 비가 내렸다. 강원 영동은 정체전선 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남부지방을 통해 동해로 이동하는 경로와 가까운 북쪽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 저기압에 의해 거센 동풍이 백두대간과 부딪히며 강한 비구름대가 발달하는 지형적 효과가 더해져 12시간 넘게 집중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⑥ 장마 언제 끝날까?

기상청은 올해 장마가 평년과 비슷하게 이달 말쯤 마무리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 시작일은 지역별 편차가 큰 편이다. 제주도의 경우 지난달 10일부터 장마가 시작돼 평년보다 이른 편이다. 반면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은 지난달 24일부터 장마철에 들어섰다. 기상청은 이번 장마가 평년과 비슷하게 이달 하순쯤 끝날 것으로 보고, 이에 크게 벗어날 정도의 기압배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올해 장마전선은 남부지방에만 집중됐다. 이번 달 들어 거제에는 총 400㎜가 넘는 비가 내려 지난 1∼14일 사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부산, 통영 등 경남 남해안에 큰비가 집중됐고 광양, 순창 등 전남에도 경남에 버금가는 양의 비가 퍼부었다. 반면 중부지방, 특히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비가 매우 적게 왔다. 전국에 많은 비가 온 13일 서울에는 47.6㎜밖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 하루 강수량으로 절대 적은 양은 아니지만 남해안에 내린 비의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⑦ 일본 폭우 원인은 온난화

최근 일본은 규슈(九州) 지역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20일 기준 78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기록적인 폭우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보고 있다. 7월 초 장마 전선이 규슈 지역에 머물며 비를 뿌리는 것은 매년 반복됐지만, 유독 올해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높아진 수온과 기온이 수증기를 늘리면서 비의 양이 심하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나카키타 에이이치(中北英一) 교토(京都)대 수문기상학 교수는 아사히(朝日)신문에 “최근 호우는 온난화 영향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⑧ 미국 미시간 주 500년 만의 폭우

미국에서도 500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발생했다. 5월 17일 미시간 주에선 10.2∼17.8㎝에 달하는 비가 내렸다. 디트로이트 북쪽의 이든빌 댐과 샌퍼드 댐이 범람했고, 두 댐을 지나는 티티바와시 강의 수위는 홍수 수위(7.3m)를 넘는 10.4m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미들랜드 카운티에선 최대 2.7m까지 물이 차올라 도로 곳곳이 침수됐고 주택 3500여 채가 붕괴했다. 마을이 물에 잠기자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1만여 주민들은 카누를 타고 긴급 대피했다. 홍수 피해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쳐 주민들에겐 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생활하라는 방침이 내려졌다.

⑨ 최근 아시아 지역 기상이변은

기록적인 폭우와 불볕더위가 대표적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등도 예년보다 거센 장마철 폭우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6월 초 창장(長江) 일대를 중심으로 내린 폭우로 13일 기준 중국 전체 31성 중 27성에서 3873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141명이 실종되거나 사망했다. 인도 아삼주에선 5월 말 이후 3차례 홍수가 발생해 19일 기준 400만 명이 대피하고 189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에 따르면 올해 여름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는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나타날 확률이 50% 이상으로 예측됐다. 불볕더위 발생이 평년보다 잦을 것이라는 의미다. 폭염연구센터는 “전 지구의 평균온도가 4월부터 기록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북서 태평양과 적도 인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⑩ 타지역보다 온난화 3배 빠른 남극

지난 30년 동안 남극이 지구 상의 나머지 지역보다 3배 이상 빠르게 온난화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카일 클렘 뉴질랜드 웰링턴대 기후학 박사는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지구 최남단 기상 관측소인 아문센-스콧기지에서 1957년부터 쌓여 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극의 기온은 1989년부터 2018년 사이에 10년당 0.6도씩 1.8도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상승 속도는 2000년대 초반부터 빨라졌고, 전 세계 평균과 비교하면 3배 빠르다. 같은 기간 배출된 온실가스 농도를 기반으로 200개 이상의 기후 모델을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1.8도 상승분 중 1도가 온실가스에 기인한 것으로 측정됐다. 클렘 박사는 “남극의 기후는 1년 내내 변동성이 매우 크지만,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구 상에서 가장 강력한 온난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최재규·송유근·윤정아·장서우·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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