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접고 '행정수도'? 집값 잡긴 커녕 역효과 클 수도

박진용 기자 2020. 7. 2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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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와 청와대 이전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현실적으로 부동산 열풍을 잠재울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와대나 국회를 이전한다고 해서 서울 사람들이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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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조사서 "국민 찬성 60% 넘어"
2004년 위헌 결정 때와 상황 달라
통합당 무조건 반대 힘들것 판단
청와대 "여야논의, 국민여론 살펴봐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와 청와대 이전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현실적으로 부동산 열풍을 잠재울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았던 지난 2004년과 여러모로 환경이 달라진 점이 행정수도 카드를 꺼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해본 결과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 비율이 60%를 넘어섰다”며 “당시만 해도 야당의 반발이 워낙 강했고 수도 이전에 대한 불안감이 국민들 사이에서도 퍼져 있었지만 십수 년간 행정복합도시를 운영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고 국회 등 공공기관 추가 이전의 필요성을 느끼는 국민들이 증가하는 등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뿐 아니라 야당 역시 당장은 반대하겠지만 충분히 설득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민주당 내부적으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 등 이전 방안은) 지난번에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의해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결정됐다. 이제 와서 헌재 결정을 뒤집을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더 신중하게 논의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과거와 다르게 야당이 무작정 반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민주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21대 국회에서 충북과 충남·대전·세종 등 충청권 4개 시도의 의석수는 총 28석으로 과거보다 1석 늘어난 가운데 민주당은 20석, 통합당은 8석을 차지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총 지역 의석수 27석 중 민주당이 13석, 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14석의 의석을 차지했다. 통합당이 다음 총선을 기약하려면 충청권 유권자들이 희망하는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 이전을 정면으로 반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참여정부는 헌재 결정을 수용해 행정중심특별법을 만들면서 청와대와 국회를 제외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여아 합의를 통해 추진하자는 화두를 제시한 것”이라며 “헌재 결정에 대한 논란도 예상되지만 이미 세종시가 건설돼 있고 무엇보다 여야가 합의해 추진한다면 큰 틀에서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논의는 청와대와 정부는 한발 물러선 채 민주당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 신중론을 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단 국회에서 논의를 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여야 논의를 살펴보겠다”며 “국민 여론도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이 청와대와 사전 조율 하에 이뤄졌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교감 여부까지 공개하지는 않는다”며 “어쨌든 여야 논의를 살펴보겠다. 국민 여론 또한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파격적 조치가 부동산 값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 집값을 잡기보다는 오히려 세종과 인근 지역의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역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와대나 국회를 이전한다고 해서 서울 사람들이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김 원내대표의 말대로라면 세종시는 사실상 대한민국의 수도가 되는 셈인데 이 정도로 지역 위상이 높아진다면 가뜩이나 집값 상승률이 높은 세종은 ‘광풍’ 수준까지 불어닥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진용·김인엽·허세민·진동영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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