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여론 반발에 "그린벨트 보존..태릉골프장은 활용 논의"

송진식 기자 2020. 7. 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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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보존하겠다”고 결정하면서 주말을 달궜던 그린벨트 해제 논란이 일단락됐다. 해제에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고, 시민단체 및 서울시의 반발 등으로 정치적 부담이 가중된데다 공급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정이 여전히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하는 군 소유 태릉골프장 부지 역시 그린벨트 내에 위치해있어 향후 논란이 다시 불거질 여지는 남아있다.

■반대 여론에 청와대 ‘화들짝’

지난 1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불씨를 당긴 그린벨트 해제 논란은 지난 1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당정 간에 의견을 정리했다”고 밝히면서 극에 달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사실상 해제에 무게가 쏠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여론은 냉담했다. 리얼미터가 20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60.4%가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녹지 축소와 투기 조장의 위험이 커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주택 공급을 위해 필요하다’는 응답은 26.5%에 그쳤다. 시민단체들과 서울시의 반발도 부담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서울환경운동연합 등은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혀달라” “주택정책에 실패한 책임자들을 해임하라”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보존이 고 박원순 시장이 남긴 ‘유산’이라며 “반드시 지키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가 “차라리 재건축을 풀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재건축 규제 완화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여기에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잇달아 “그린벨트를 보존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나섰다. 여론도 불리하고 정치적 부담도 가중되자 문 대통령도 결국 그린벨트 카드를 내려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태릉골프장은 검토…논란 여지도

논란을 감수하면서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해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 역시 작용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최대한 공급해봐야 1만 가구 안팎일 것”이라며 “공급효과가 크지않은 반면 ‘로또 아파트’ 논란이나 주변 시세 자극 등의 부작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주말 유력한 해제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구 내곡동, 세곡동 등지에선 기존에 나왔던 매물들이 자취를 감췄고 시세에 1억~2억원 가량의 웃돈을 얹은 매물이 등장하는 등 투기 조짐이 일었다.

다만 국유지인 태릉골프장 부지의 경우 문대통령이 이날 “활용을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군이 소유 중인 노원구 소재 태릉골프장 일대는 면적이 149만6979㎡에 달한다. 택지개발통해 최소 2만 가구 이상 주택공급이 가능한 넓이다.

하지만 태릉골프장 역시 그린벨트 지역이라는 점에서 논의가 본격화될수록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8년에도 정부는 태릉골프장을 택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했다가 박원순 서울시장 및 국방부 등의 반대로 포기한 바있다. 문 대통령이 주택 공급처로 함께 언급한 “다양한 국공립 시설 부지” 역시 2018년 12월 ‘2차 수도권 주택공급계획’과 올해 5월 ‘서울 도심 추가공급 대책’ 등을 통해 이미 국공립 시설 부지를 쥐어짜낼대로 짜낸 상태라 땅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는 “공급대책 논란을 보면 정부가 몇 안되는 투기꾼들에 의해 끌려다닌다는 생각이 든다”며 “서두르기보단 시장 과열이 일단 진정된 뒤 실수요를 찾아 맞춤형 공급대책을 세워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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