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대출 막고·임대차 3법 역풍 .. 전셋값에 불지른 '反 시장 정책'

김흥록 기자 2020. 7. 1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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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청약 노리고 셋방 버티기
대출규제 겹쳐 전세 수요 눈덩이
시장 수급원리 무시 .. 시장 대란 자초
[서울경제] 요즘 전세시장은 말 그대로 ‘대란’이다. 강남·도심 등 인기 지역의 경우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전셋값이 수억원 오른다. 문제는 매물도 없다는 점이다. 1,000가구 정도의 대규모 단지조차 전세매물이 ‘0’인 곳 수두룩하고 많아야 ‘10여건’ 수준이다. 현재의 전세난을 만든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반시장 집값 규제 정책’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 4만4,000여가구, 올해 4만8,000여가구 등 적지 않은 규모라 공급 측면에서는 크게 문제 될 수준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정책이 전세 수요를 과다양산하게 만들었고 반대로 실질 전세 공급은 줄여 이 같은 문제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단초가 됐고, 이어 대출규제가 수요를 더 늘렸고, ‘6·17대책’과 ‘임대차 3법’이 기름을 부었다는 설명이다.

전세시장에서 수요를 늘린 첫 번째 정부 신호는 지난 2019년 6월 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양가상한제를 예고한 것이다. 그전까지는 ‘역전세난’ 우려가 시장에 팽배했다. 앞서 2018년 9월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30만가구 공급을 발표해 수도권 전역에 청약 대기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예고하자 ‘로또 분양’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진 것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상한제 언급 이후 로또 청약을 노린 수요가 전세로 눌러앉으면서 전세대란을 예고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서울의 경우 주간 단위로는 상한제 언급 이후 지난해 7월 첫째주부터, 월간 단위로도 지난해 7월부터 전세가가 플러스 변동률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주간 단위로 55주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0·1대책’과 ‘12·16대책’은 전세공급을 줄이고 수요는 늘리는 역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들 대책의 핵심은 대출을 규제해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고 실거주 요건을 강화해 갭투자를 억제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출을 줄이자 내 집 마련을 계획했던 수요자들이 전세로 남게 됐다는 점이다. 반대로 갭투자를 억제하자 직접 주인이 거주하는 주택이 늘면서 공급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6·17 부동산 정책 후속 대책 발표 브리핑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전세난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여기에 한 번 더 기름을 붓는다. 바로 최근에 발표된 ‘6·17대책’과 ‘7·10대책’, 그리고 ‘임대차 3법’ 발의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대책에서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고 전세대출을 더욱 강화했으며 심지어 재건축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 실거주해야 한다는 요건도 넣었다. 한마디로 대출이 줄어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를 더 늘리고 반대로 공급은 더 줄인 셈이다. 임대차 3법은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법 시행에 앞서 보증금을 올리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시킨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재 전세시장 불안은 정책의 영향이 크다. 한 예로 집주인 입장에서는 세금을 안 내려면 실거주해야 한다. 결국 공급은 줄어들고 반대로 전세 수요는 줄지 않고 늘어나는 것이 요즘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안 부장은 “임대차시장은 심리가 적용되지 않고 100% 수급 논리로 작동하는 완전한 실수요자의 시장이다. 집값보다 어려운 게 전세 문제”라며 “임대주택 공급망이 잘 갖춰져 있는 독일이나 싱가포르와 달리 아무 대비 없이 전세시장을 규제할 경우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버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최소한 임대차 3법이라도 순차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 전문가는 “정책은 로드맵이 있어야 하는데 일거에 3법을 시행하면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정도를 넘어서게 된다”고 경고했다. /김흥록·박윤선·양지윤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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