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피해호소인 아닌 피해자"..여가부, 호칭 논란 정리(종합2보)

김정현 2020. 7. 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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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호소 전 비서 '피해자'로 호명.."안타까운 마음"
"피해자라 부른다 해서 무죄추정 원칙 사라지지 않아"
"선출직 의한 성폭력 발생시 제 3의 기관이 감시해야"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보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 회의에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2020.07.17.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여성가족부(여가부)가 17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을 계기로 소집한 긴급 여성폭력방지위원회에 참석한 민간위원들은 정치권의 '피해호소인' 호칭 논란에 대해 '피해자'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가부도 이 문제를 매듭짓고 다른 사건에서도 '피해자'라 부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가 박 전 시장 사건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린 것에 대해 민간위원들은 국가인권위원회 등 조사권을 가진 제 3의 기관이 감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가부는 이날 낮 12시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정옥 장관 주재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 민간위원 회의를 가졌다. 박 전 시장 사건으로 드러난 공공기관에서의 위계에 의한 성폭력·성희롱 방지를 위한 제도, 피해자 지원 제도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회의에서 이 장관과 민간위원들은 박 전 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했던 전 비서 A씨에 대한 호칭을 '피해자'로 명확히 했다.

이 장관은 회의에 앞서 박 전 시장 사건을 두고 "최근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발생한 성희롱, 성폭력 사건을 지켜보면서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책임감을 갖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피해자가 마음놓고 신고하지 못하는 현실을 확인했다"며 "피해자가 겪는 정신적 압박감과 심리적 고통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폭력방지위 민간 위원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회의 후 "피해자라고 부른다고 (박 전 시장 등이) 자동적으로 가해자가 되는 게 아니고, 결국은 적법한 절차 따라 무죄 추정이 적용된다"며 "그런 논의는 더 이상 하지 말자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피해자의 지위와 연관된 논쟁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며 "여가부가 '그 부분은 분명하게 피해자로서 피해자가 받아야 할 보호를 받도록 지원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과 서울시에서 A씨에 대한 호칭을 '피해호소인'으로 표현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A씨 대리인 측 등 여성계로부터 피해가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니 '진짜 피해자'가 아니라는 의미를 담은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보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7.17. kmx1105@newsis.com

이날 회의에서는 선출직 기관장이 가해자로 지목될 경우, 제 3의 기관이 반드시 사건 발생 기관을 감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 전 시장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선출직 기관장이 성폭력 가해자로 드러난 경우 기관장이 이른바 '셀프' 징계를 해야하는 구조라서다.

이수정 교수는 "사건이 지자체에서 연달아 일어나는데, 지자체장이 스스로 징계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며 "제 3의 기관, 조사권을 갖고 있는 기관에서 (감시)조직을 두는 게 맞지 않냐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여가부가 유일한 주무 부처다. 입법이 가능하다면 여가부에서 기능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라며 "감시 없이 올바른 정책이 집행되는 것은 어려워 이를 늘리는 게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자체 조사에 나선 것을 두고 이 교수는 "갈래를 찾아갈 것이라 본다. 시에서 조사한다고 다른 부처에서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며 "인권위는 인권위대로, 각 부처대로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가부와 민간위원들은 여가부의 주 소관 업무인 위계에 의한 성폭력·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지원, 보호에 대한 보완책도 논의했다. 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기 위한 방안도 협의했다.

이수정 교수는 "피해자들이 수사 단계에서 신변 안전 지원을 받지 못한다"며 "구조 기금 또는 변호사 조력을 받는 게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에서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보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 회의가 열린 가운데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7.17. kmx1105@newsis.com

이어 그는 "2차 가해를 하면서도 잘 모르니, 뭔지 이해를 시킨 다음에 처벌을 해야 할 것 같다"며 "계도적 역할을 여가부에서 앞으로 열심히 할 것이라 믿는다"고 내다봤다.

여가부는 민간위원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향후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이 장관은 이날 회의에 앞서 "최근 피해자가 겪고 있는 심각한 2차피해 상황이 몹시 우려스럽다"며 "SNS, 인터넷 상에서 피해자 신원공개 압박, 상황에 대한 지나치게 상세한 피해상황 묘사 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여가부는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피해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해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의견을 나눴다"며 "필요하면 언제든지 추가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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