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으면 놀아야 하나".. 폐점 앞둔 롯데마트 의정부점 가보니

박용선 기자 2020. 7. 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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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올해 마트 점포 16개 정리… 이달까지 6개점 폐점
인력 구조조정 논란에 입점 협력업체와 갈등도

16일 오전 10시 30분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 롯데마트 의정부점. 이 점포는 오는 31일 문을 닫는다. 그래서일까. 손님보다 매장 직원이 더 많을 정도로 한산했다. 매장 곳곳에는 ‘영업종료 마감 고별전’ ‘굿바이 세일’ ‘31일까지 최대 70% 가격 인하’ 등 각종 할인 행사 안내문이 큼직하게 붙어 있었다.

이날은 초복(初伏)으로 롯데마트는 지하 1층 신선식품 코너에 다양한 보양식 할인 행사를 준비했지만, 여기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은 없었다. 간간이 손님이 눈에 띄었지만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점심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손님은 늘지 않았다.

매장 근로자들은 폐점으로 직장을 잃을까 불안에 떨고 있었다. 점포 밖 한 켠에 마련된 흡연 장소에서 만난 한 매장 직원은 "폐점하면 놀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매장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 얼굴에도 생기가 없어 보였다. 손님도 없고 일하는 직원도 힘이 빠져 있는, 마치 유령 점포 같았다.

◇ 실적 부진으로 폐점…‘굿바이 세일’ 한창

롯데마트 의정부점이 폐점하는 이유는 실적 부진 때문이다. 2000년 문을 연 의정부점은 2010년 이후 주변에 들어선 이마트, 홈플러스 등 경쟁업체에 밀려 고객이 급격히 줄었다. 2~3년 전부터 시작된 온라인 소비 열풍과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꺼리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롯데마트 의정부점 한 곳만이 아닌 롯데쇼핑 할인점(롯데마트) 사업부문 전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롯데마트는 2017년부터 대규모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2017년 2285억원, 2018년 2874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적자 폭을 줄여 2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경영난을 겪고 있다.

결국 롯데쇼핑은 올해 초 전국 롯데마트 매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양주점과 천안아산점을 폐점했고, 6월에는 VIC신영통점(창고형 할인점)의 문을 닫았다. 이달에는 의정부점과 천안점, VIC킨텍스점을 폐점한다. 올해만 총 16개 매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현재 롯데마트는 전국에 121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점포 정리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도 예상된다. 의정부점에는 현재 롯데마트 직원과 입점 협력업체 직원, 아르바이트생 등 2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폐점으로 직장을 잃을까 불안해 했다. 롯데쇼핑은 롯데마트 의정부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인근 매장으로 이동시키는 등 인력 재배치를 통해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폐점 과정에서 인력 감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비정규 직원 대부분은 일을 그만둘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가 밝힌 인력 인근 점포 재배치와 관련, 의정부점에서 가장 가까운 매장은 대중교통으로 약 35분 걸리는 장암점인데 이 곳으로 모든 인력을 배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인근 다른 매장인 서울 노원 중계점은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돼 출퇴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아직 배치될 점포가 정해지지 않아 직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이현숙 민주노총 롯데마트지부 사무국장은 "롯데마트 비정규직은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데, 이들에게 지금보다 출근 시간이 1~2시간 더 걸리는 곳으로 가서 일하라고 하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지 모르겠다"라며 "회사가 고용 안정을 강조하며 제안한 인근 점포 재배치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 인력 구조조정 논란에 입점 협력업체와 갈등도

롯데마트와 의정부점 입점 협력업체 간 갈등도 일고 있다. 입점 업체들은 롯데마트가 너무 늦게 폐점 사실을 알려, 다른 사업장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주장했다. 한 의류 입점업체 매장 점주는 "한 달 전 소문을 듣고 의정부점이 폐점한다는 것을 알았고 아직까지 롯데마트로부터 공식적인 폐점 계획을 듣지 못했다"며 "아직 이전할 사업장을 찾지 못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는 의정부점 폐점 사실을 5월 말부터 6월 초에 걸쳐 입점 협력업체별로 공지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업장에 입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마트 의정부점은 오랜 경영난으로 다른 대형마트와는 다소 다른 사업 구조를 안고 있다. 대형마트의 핵심인 지하 1층 신선식품과 1층 의류·잡화 사업은 실적이 바닥을 치고 있지만 3층에 입점한 병원, 약국, 미용실 등은 이익을 내고 있다.

3층에 입점한 업체 관계자는 "롯데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나가라고 하니 어쩔 수 없지만, 우리는 실적도 괜찮고 의정부점이 문을 안 닫았으면 한다"며 "아직 계약 기간이 몇 개월 더 남아서 롯데마트와 임대계약 해지에 대한 보상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의정부점 3층을 다른 층과 달리 8월 중순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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