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최숙현이 던진 메시지, 정치권 화답 실천까지 이어질까[SS 현장메모]

장강훈 2020. 7. 16.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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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체육인 복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뿌리 깊은 폐단을 끊어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고(故) 최숙현 선수의 외침에 정치권까지 반응을 했다. 이른바 최숙현 사건을 발단으로 체육인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센데 야당 중진들이 적극 지원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인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이 발의 준비 중인 ‘체육인 복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15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는 문화체육부 최은희 제2 차관과 신치용 진천선수촌장 등 정부와 대한체육회 관계자뿐만 아니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까지 참석해 체육계에 만연한 악습을 복지로 풀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체육인들이 체계적인 지원을 받아 은퇴 후에도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자는 목소리는 체육계 숙원이라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 거물급 정치인까지 공청회장에 등장한 것은 최숙현 선수가 사회에 던진 메시지가 얼마나 엄중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법안 제정 이율 등을 설명한 뒤 이어진 토론회에서 국가대표 사격선수인 송종호(가운데)가 발표를 하고 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박치호 레슬링 국가대표팀 감독은 “선수촌에만 15년 정도 있었는데 드디어 우리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생겼다는 게 기쁘다. 체육인 복지법에 관한 얘기는 오래전부터 들었지만 현장에서는 솔직히 관심이 없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체육인들은 이런 자리에 나서는 것부터 직업을 잃을 각오를 해야하는 처지”라며 “이 자리에 오는 것도 막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다는 얘기가 들리더라. 체육계가 시끄러우니 가지말라는 식이다. 지자체장의 말 한 마디에 팀이 해체되는 실정이니 나 스스로도 어젯밤까지 못가겠다는 얘기를 할까 고민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한 역도 선수는 은퇴 후 체육연금 40만원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연금을 받기 때문에 생활보호대상자 지정이 안돼 생계를 이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금메달 따고 연금도 받으니 좋아보이겠지만, 운동을 그만둔 사람들은 직장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들이 결국은 사각지대에 몰리게 되고,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지자체장의 기분에 맞춰야 하는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김대희 박사가 15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체육인 복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의외의 얘기들도 들렸다. 토론회를 참관한 정성숙 선수촌부촌장은 “국민체육진흥법에는 1000명 이상 직원을 보유한 공동단체는 직장 운동부를 두게 돼 있다. 1000개가 넘는 단체에서 운동부 한 개씩만 둬도 1000개의 일자리가 생기는 셈이다. 공공기관이 진흥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여부도 국회에서 들여다봐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전직 유도선수 출신인 한 참석자는 “8월 출범 예정인 스포츠윤리센터에 모바일 신고를 포함한 일반인 신고제도를 결합하면 어떨까 싶다. 최숙현 선수도 대한체육회를 포함한 여러 기관에 피해사실을 신고했는데, 이른바 라인에 따라, 지역사회 카르텔에 따라, 공무원 사회의 역할분담에 따라 사건이 이첩되거나 묻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참석자들의 큰 공감을 이끌어 냈다.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체육인 복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체육인 복지법은 19대 국회 당시인 지난 2012년 8월 문대성 의원 등이 처음 발의한 뒤 이에리사, 김민기 의원 등이 제정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여아를 막론하고 체육인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는 의미이지만, 한편으로는 법 제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지난 주부터 국회에서는 고 최숙현 관련 기자회견과 상임위원회, 폭력근절대책 마련 토론회, 복지법 관련 공청회 등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오는 22일엔 대대적인 최숙현 사건 관련 청문회도 앞두고 있다. 체육계 폭력근절과 복지향상을 위한 정치권의 관심은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게 한다. 하지만 늘 그랬듯 정치권의 요란한 관심은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든다. 이번에는 제발 뭔가 달라지기를 기대해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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