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까지 정부가 정한다니 회자되는 10년前 베네수엘라.. "대네수엘라 되는건가"

고성민 기자 2020. 7.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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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임대차 3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번엔 여당 중진이 표준임대료까지 도입해 임대료를 시·도지사가 정하도록 하겠다고 나서자, 부동산 시장에서는 10여년 전 베네수엘라의 부동산 정책이 온라인에서 회자되고 있다. ‘대네수엘라(대한민국+베네수엘라)’라고 자조하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주요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이 베네수엘라 정책을 닮아가고 있다", "망국(亡國)의 실패한 정책을 닮아가려고 하느냐", "반시장적인 정책이 너무 많아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 등에 대한 반발이다.

2010년 전후로 베네수알라에서 시행된 부동산 정책을 보면, 임차인 권리를 확대하고 분양가를 통제하는 등 규제가 쏟아졌다. 한·중남미 경제협력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2003년 9년간 임대료 동결 △2009년 분양 시 소비자물가지수 적용 금지(분양가 통제) △2011년 임의적퇴거금지법(임차인이 새 주택을 얻을 때까지 퇴거 강요 금지)과 부동산사기방지법(국가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분양·매매 가능) 등 강경책을 폈다.

이같은 정책은 극빈층 주거 여건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됐다. 그러나 규제가 강화되자 임대보다 주택매매를 선호하게 되는 현상 속에서 집값과 임대료가 급등했다. 곧 임대주택 품귀현상으로 이어져 주택 매입 여건이 안 되는 극빈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현재 당정이 추진하는 정책들은 사실 베네수엘라 정책 수준으로 강경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가 임대료 동결이나 매매허가제를 시행하는 것은 아니며, 베네수엘라 정부는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지 않으면 강제수용까지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었다는 차이도 있다. 당정의 임대차 3법은 베네수엘라보다 독일의 모델과 비교적 가까운 편이다.

수요자들의 불만은 "이러다 정책이 베네수엘라 정도까지 강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보인다. 여권에서 나오는 부동산 관련 대책들이 점차 과격해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계약갱신청구권은 4년(2년+2년)이 아닌 무기한(박주민 의원 발의) 연장하는 방안이 나왔고, 최근엔 ‘임대차 3법’에 더해 표준임대료 도입과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까지 담은 ‘임대차 5법’까지 추진되고 있어서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대책들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실제 임대료 상한제와 무기한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 독일의 경우에도 임대료가 치솟는 부작용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에선 최근 10년간 주요 7개 도시에서 주택가격이 118.4%, 임대료가 57.0% 상승했다. 베를린시는 2015년 임대료를 표준임대료의 10% 초과해 받지 못하도록 하는 ‘더 강한’ 법안을 꺼내 들었지만 임대료 상승은 이어졌다. 올해 1월엔 임대료를 5년간 동결하는 법안(2020년 11월 발효)이 통과됐지만, 위헌 소송이 제기되는 등 독일 현지에서도 찬반 논란이 많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임대차 가격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정부가 끌고 가려고 하다 보면 임대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드는 악영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서 "최소한 전월세 시장이 급등하거나 과열되는 지역에만 선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상한제로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임대주택 공급이 줄기 때문에 세입자와 서민들이 힘들어진다는 것이 학계 정설"이라면서 "임대료도 못 올리는데 집주인이 집수리를 제때 하려고 하겠는가. 결국 슬럼화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임대차 3법은 안 하는 것이 맞는다"면서 "독일·미국 등 임대차 상한제를 도입한 다른 국가들은 대부분 상당수 주택을 예외로 두는데, 최소한 모든 임대차 계약을 임대차 3법 대상으로 해선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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