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가보니..

김지원 2020. 7. 1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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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점포와 달리 AI와 간단한 대화 가능..주말 새벽에 시범 운영중

"택배 보낼 수 있어요?"

"택배 보내는 방법은 아직 배우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

갓 일을 시작한 아르바이트생과 손님의 대화처럼 보이지만 이는 AI 로봇과의 대화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에 위치한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DDR점을 찾았다. 지난 1일 개점한 이곳에는 주말 야간 아르바이트생 '브니'가 있다.

이 편의점은 직원이 상주하는 평일에는 유인 모드로 운영되고 주말 새벽 1시에서 7시까지만 시범적으로 AI 로봇 '브니'가 결제하는 무인 모드로 운영된다. 멀리서 보면 일반 편의점과 비슷해 보이지만, 출입 절차부터 색다르다.

편의점 입구에서 핸드페이를 이용해 인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김지원 인턴기자]
◆ 무인 모드 ON 해보니

유인 모드로 운영될 때는 일반 편의점들과 마찬가지로 자동문 앞에 서면 문이 열렸다. 무인 모드로 변경하자 출입 인증 수단을 선택하라는 안내 문구가 나왔다. 신용카드·엘포인트·핸드페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본인 인증을 해야 편의점에 들어갈 수 있다. 이 중 핸드페이를 이용했는데, 휴대폰 번호를 누르고 손을 대니 인증이 끝났다. 개인의 정맥 정보를 바탕으로 본인 인증이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손을 대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

출입문이 열리면 지하철 개찰구와 비슷하게 생긴 게이트가 하나 더 있는데, 서 있으면 자동으로 모습이 촬영된다. 출입문에서 일차적으로 신분 환인을 했기 때문에 마스크는 벗지 않아도 됐다.

기존 무인 편의점들에는 이러한 출입 인증 절차가 없었다. 이에 따라 도난이나 매장 파손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 편의점에서는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모두 고객의 모습을 촬영하고 애초에 신분 확인을 거쳐 입장시켰기 때문에 무전취식 우려는 덜어도 될 듯했다. 또, 신원 확인이 된 고객만 입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내부에서 안전사고나 폭행 사건 등이 일어났을 때 사후대처가 용이하다.

무인 모드를 켜자 바닥에 설치된 전자인식 셀에 푸른 불이 들어왔다. [사진 = 김지원 인턴기자]
◆ 전자인식 셀로 위치 안내

무인 모드를 켜니 편의점 바닥에 하늘색 불빛이 들어왔다. 이 편의점 바닥에는 '전자 인식 셀'이 설치돼 있다. 고객이 이동하면 고객의 이동 동선에 따라 바닥 타일이 빛난다.

전자 인식 셀은 고객이 어느 코너에 오래 머물러 있었는지,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 등을 기록해 매장 운영 정보로 활용한다.

미니맵이 있어 직원이 없어도 상품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기존 무인 편의점에서는 상품 위치를 모를 경우 시간을 들여 곳곳을 살펴야 했지만 시그니처 매장에서는 미니맵을 활용하면 금방 상품을 찾을 수 있다.

미니맵에는 과자, 생수, 아이스크림 등 상품명이 쓰인 버튼이 있다. 원하는 상품을 누르면 해당 상품이 있는 곳의 바닥 타일에 불이 들어온다. 아울러 그 코너에서 어떤 상품을 선택하면 좋을지 추천하기도 한다.

물/차 분류를 눌렀더니 해당 상품이 있는 곳에 불이 들어왔고, 미니맵 LED 판을 통해 경로가 안내됐다. 경로를 따라가니 물과 차가 들어 있는 냉장 쇼케이스가 나왔다.

◆ "브니야, 재밌는 이야기 해 줘"

음료를 하나 집어 계산대에 있는 '브니'로 향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불빛이 따라왔다. "브니야"하고 부르니 브니가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춘다.

계산대에 놓인 브니는 사람 상체 정도의 크기라 눈을 맞추며 대화할 수 있었다. 로봇의 손에 주황빛 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후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된다.

편의점과 관련된 질문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 '너는 어디에서 왔느냐' 등의 질문에도 곧잘 답변했다. 대화 도중 눈이 하트 모양으로 바뀌는 등 표정 변화도 생긴다.

목소리는 차가운 기계음보다는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캐릭터 목소리라, 로봇이 아니라 북극곰 캐릭터와 대화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화면에서 '일반상품'과 '조리상품' 중 '일반상품'을 누른 후 상품 바코드를 찍으니 브니가 결제 수단을 선택하라고 안내했다. 신용카드를 누르고 카드를 넣었더니 금세 결제됐다.

구입할 상품을 들고 브니를 찾은 안준철 씨(32)는 "(계산 절차가) 간단하고 사용이 어렵지 않다"며 "올 때마다 '브니'로 계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이 드신 분들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AI 결제 로봇 `브니`를 이용해 계산 중이다. [사진 = 김지원 인턴기자]
◆ 노년층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무인 편의점부터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까지, 무인 점포 수는 나날이 늘어가는 추세다. 무인으로 운영되지 않더라도 대부분 키오스크가 구비돼 있다. 이처럼 기계를 활용한 점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점주 임연수 씨는 "젊은 분들은 무인 계산대가 있으니 이용해보시라고 하면 잘 사용하신다. 특히 코로나로 비대면 결제를 선호하게 되면서 '브니'를 이용하는 분들이 차츰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 드신 분들은 많이 사용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이곳을 찾은 한 노인은 무인 계산대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바로 유인 계산대로 향했다.

노인을 비롯한 중장년층은 키오스트나 AI 로봇 등 기계를 활용해 계산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국민의 정보화수준을 100으로 뒀을 때, 2030의 정보화수준은 120%를 넘겼다. 그러나 50대는 98.9% 60대는 73.6%로 나타났으며 70대 이상은 35.7%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브니는 택배 서비스 이용 방법을 묻자 "아직 배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아직은 편의점을 활용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무인 운영 시 노년층의 편의점 서비스 이용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 "인건비 절약" vs "일자리 사라져"

임씨는 "편의점 근처에 게스트하우스나 호텔이 많다.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여행객이 줄어) 매출이 잘 안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주로 장사하는 분들 점포가 있다. 위치 특성상 야간에는 고객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일할 경우 야간근로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점주는 야간 아르바이트생에게 야간근로수당으로 통상임금의 50% 이상의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임씨는 "야간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데 드는 인건비만 줄어도 비용이 50%는 절감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AI 로봇이 아르바이트생의 자리를 대체하며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력이 있는 대학생 유경민 씨(25)는 "편의점에서는 계산 외에도 매장 청소, 물건 진열 등등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주류 판매 등 업무도 있어서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줄겠지만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무인으로 운영될 때는 주류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날 브니를 이용하려다가 유인 계산대로 발걸음을 돌린 한 남성에게 왜 무인 계산대를 이용하지 않았냐고 묻자 "맥주를 사려고 했는데, 술은 무인 결제가 안 된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유씨는 "기계와 아르바이트생을 모두 쓰며 운영한다면 효율적인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만약 아르바이트생보다 로봇이 효율적이라면 로봇이 아르바이트생을 대체하는 건 막을 수 없는 수순인 것 같다.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면 대학생의 입장에서 아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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