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계 스컹크' 농촌마을 습격사건..'노래기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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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징그럽고, 밤에는 침대까지 올라와서 기어 다니니까 잠도 제대로 못 자요."
충북 보은군 회남면 조곡1리에 사는 배 모 씨(69). 5년 전 이 마을로 이사 온 배 씨는 최근, 밤잠을 설치기 일쑤입니다.
대부분 고령인 마을 주민들이 벌레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자, 마을 이장인 박범선씨는 사비를 털어 노래기 전용 살충제를 구매해 매일 소독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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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네처럼 생긴 벌레가 집안까지 ..."악취도 지독"
"너무 징그럽고, 밤에는 침대까지 올라와서 기어 다니니까 잠도 제대로 못 자요."
충북 보은군 회남면 조곡1리에 사는 배 모 씨(69). 5년 전 이 마을로 이사 온 배 씨는 최근, 밤잠을 설치기 일쑤입니다.
밤마다 어른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검은 벌레 수백 마리가 집 담벼락부터 현관은 물론, 방 안까지 출몰하는 일이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밤에는 침실까지 들이닥치는 불청객(?) 탓에 잠을 설치고, 새벽 5시면 빗자루를 들고 오전 내내 벌레를 쓸어 담는 것이 배 씨의 일과가 됐습니다.
39가구가 모여 사는 한적한 시골 마을을 벌레떼가 습격한 건 한 달여 전.
벌레의 정체는 지네처럼 다리가 수십 개 달린 '노래기'입니다. 사람을 물거나 농작물을 훼손하는 등의 큰 피해는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징그러운 겉모습 탓에 해충으로 인식되곤 합니다. 또 살아있는 노래기를 건드리면 몸통을 둥글게 말면서 악취를 풍기기 때문에 '벌레계의 스컹크'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웬만한 벌레에는 익숙한 농촌 주민들도 꺼리는 데에는 다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노래기가 가구마다 수백 마리씩, 하루에만 수천 마리가 이 마을에 출몰하고 있습니다.
■ 아침마다 반복되는 '벌레 소탕 작전'… 밤이면 다시 집으로 '침투'
처음 이 마을에 노래기가 떼로 나타났을 때, 주민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집집마다 빗자루를 들고나와 마을 길목과 창고, 담벼락에 붙은 노래기를 털어내고 봉투에 담아 버렸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죽었던 노래기가 다시 살아난 듯 똑같은 장소에 득실거리는 모습을 보고서야 주민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곳곳에 살충제를 뿌리고, 건물 구석구석 기어 다니는 노래기를 찾아 박멸했지만, 밤이면 어김없이 노래기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햇볕에 약한 노래기가 낮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습한 곳으로 숨어들어 개체 수가 줄어든 것처럼 보였지만, 밤이 되면 수천 마리가 다시 등장하곤 했습니다. 이런 '노래기와의 전쟁'이 계속된 지 어느덧 한 달째. 주민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 고온다습한 기후 탓 이상 번식?… 대책은 '사비 털어 소독'
이 마을에 올해처럼 노래기가 대량으로 출몰한 건 처음입니다. 주민들은 원인도 짐작하지 못한 채 한 달째 벌레떼의 습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부분 고령인 마을 주민들이 벌레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자, 마을 이장인 박범선씨는 사비를 털어 노래기 전용 살충제를 구매해 매일 소독을 하고 있습니다. 군 보건소와 면사무소에서도 하루 두 차례 소독하지만, 노래기가 완전하게 사라지지 않자 직접 퇴치 작업에 나선 겁니다. 하지만 농번기에 일손이 부족한 데다, 언제까지 사비를 털어 소독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 박 이장도 노래기와의 전쟁에 지쳐갑니다.
노래기가 이처럼 이상 번식하는 이유도 명확하게 확인된 건 없습니다. 지난 겨울이 예년보다 따뜻했고, 노래기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5월부터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진 것이 원인으로 추정될 뿐입니다. 하지만 왜 이 마을에서만 유독 노래기가 들끓는지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39가구의 작은 마을이지만, 상상조차 어려운 벌레떼의 습격을 받은 주민들을 위해 관계기관의 관심과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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