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결국 모두가 피해자'..'6·17 대책'에 80세 노모의 꿈마저 사라져

진동영 기자 2020. 7. 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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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노모와 아들, 이렇게 세 식구가 월세를 살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청약 당첨이 돼 '내 집을 갖게 되나 보다'하며 노모와 함께 즐거워했습니다. 그런데 6·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저의 꿈은 사라지게 될 듯 싶습니다."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하면서 졸지에 '투기세력'으로 몰린 청약 당첨자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구성원 100여 명은 지난 4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1번 출구에서 집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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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게시판 사연에 부동산 시장 반향
조정지역 확대로 대출 줄어 계약금 날릴 판
"돈 없는 서민의 꿈 묵살해 버리는 나라" 하소연
구호 외치는 6·17대책 피해자 구제 위한 모임 회원들./연합뉴스
[서울경제] “80세 노모와 아들, 이렇게 세 식구가 월세를 살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청약 당첨이 돼 ‘내 집을 갖게 되나 보다’하며 노모와 함께 즐거워했습니다. 그런데 6·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저의 꿈은 사라지게 될 듯 싶습니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의 얘기다.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하면서 졸지에 ‘투기세력’으로 몰린 청약 당첨자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 집값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수도권 거의 전역을 규제지역에 포함 시키면서 청약 당첨 후 중도금·잔금 대출이 묶인 실수요층들이 하소연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 경기 양주, 안산, 수원 등 지역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등 규제에 대한 반발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가운데 이 청원글은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하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가 규제를 통해 보호하려 한 핵심 실수요층이 규제로 인한 피해를 직격으로 맞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시장에서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 기조 유지보다 실수요층을 보호할 제도 마련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글 작성자는 “노부모를 모시고 있기 때문에 노부모 봉양 특별공급으로 경기 수원 반월에서 당첨이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해당 지역은 6·17 대책 전까지 비 조정지역이어서 잔금대출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까지 가능했다. 하지만 대책으로 이곳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분양가의 60%나 LTV 40~50%로 대출 한도가 확 떨어지게 됐다. 분양가가 5억이라면 대출은 3억까지만 가능하고, 입주 시세로 따져도 입주 당시 집값에 따라 본인 부담이 수 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 작성자는 “일반 서민이 1억, 2억 되는 돈을 어디서 구할 수 있냐”며 “그냥 계약금을 날리라는 건지, 돈 없으면 집 살 생각을 말라는 건지, 돈 없고 빽 없고 집도 없는 서민의 꿈을 이렇게 묵살해 버리는 나라가 정말 국민을 위한 나라가 맞냐”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80이 다 되신 노모는 ‘내가 죽기 전에 우리 집이 생기는 구나’하며 기뻐하시는데 어찌 말씀을 드려야 할지···. 기뻐하시는 어머님을 볼 때면 눈물이 앞서고 마음이 찢어질 것 같다”고 했다.

이 작성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에 앞서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그동안 어렵게 모아온 돈으로 계약을 치렀다. 너무 기뻐서 잔금 치르는 날 부족하지 않도록 열심히 돈을 모으던 중에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지금도 월세를 살고 있기 때문에 잔금 대출 시 2억 가까이 되는 돈은 도저히 만들 수 없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6·17 대책’으로 주택 대출이 줄어든 실수요자들에 대해 구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된 실수요자들이 집회를 갖고 강하게 정부를 성토했다.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구성원 100여 명은 지난 4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1번 출구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집값을 잡고 서민 주거를 안정시킨다는 문재인 정부의 목적은 21번의 정책 남발로 완성되었는가 되묻고 싶다”면서 “오늘 이 순간에도 서울 집값은 매일 수 천만원씩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의 좌절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며 정부를 규탄했다. 한 참석자는 “6·17 규제 소급적용에 따른 피해로 잔금을 마련한다고 저녁마다 대리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신장까지 팔아서 잔금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합니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가운데 곧 나올 23번째 부동산 대책이 결국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시장에서 원하는 공급 확대 방안 대신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이 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서 대책에서도 수 차례 부동산 시장을 안정 시킨다며 징벌적 과세를 해왔다. 하지만 시장의 역효과만 더 키웠다.

정부와 여당은 주택을 2~3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와 1~2년 안에 사고파는 투기성 매매자에게 징벌적인 수준의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도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정부·여당이 이번 주중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해 더 강력하게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과세안은 기존에 내놓은 12·16 부동산 대책이나 6·17 부동산 대책을 단순히 실행하는 수준을 넘어 과세 강도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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