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新新新'..현금부자만 돈 버는 부동산 정책의 비극
서울 외곽 동시다발 신고가, 중위 전세가도 최고 수준
2일 서울경제가 주요 지역을 조사한 결과 재건축단지에서도 신고가가 등장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 82㎡가 지난달 19일 24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전고가를 넘어섰다. 영등포 여의도 공작 91㎡도 지난달 27일 16억9,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전고가보다 2억3,000만원 올랐다. ‘노도강금관구’ 등 이른바 외곽지역에서는 신고가가 잇따르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 한화꿈에그린 전용 125㎡는 대책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18일 8억6,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는 직전 거래가와 비교하면 3,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전월세시장도 난리다. 마포구 현석동 강변힐스테이트 전용 114㎡는 대책 이후 8억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올 3월의 6억2,000만원에서 껑충 뛴 가격이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49㎡의 전세매물은 호가 기준 18억원 수준으로 1억원이 올랐다. 강남발 전세난은 인근 분당·하남 등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 분당 수내동 ‘양지마을 5단지’ 전용 101.93㎡의 경우 한 달 새 전세가가 2억원 이상 급등했다. 올해 5월12일 6억3,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지만 대책 발표 이틀 만인 6월19일 8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매동 ‘이매촌(청구)’ 아파트 전용 59㎡의 전세가도 5월 말 4억4,000만원에서 6월20일 5억7,000만원으로 올랐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6·17대책 이후(6월17~30일)’ 이뤄진 전국 아파트 거래의 49%가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발생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체 1만8,188건 중 서울 1,648건(9.1%), 경기 6,140건(33.8%), 인천 1,096건(6.0%)으로 총 8,884건에 달한다. 잇따른 부동산대책에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여전한 것이다.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값 상승세도 가파르다. 한국감정원이 2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 변동률은 0.16%에 달한다. 그 전주에는 이보다 높은 0.28%를 기록했다. 서울도 전주와 같은 0.06%의 오름폭을 유지했다.
서울에서는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잠실 지역 대장 아파트단지인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의 경우 대책 이후 신고가 거래가 연이어 나왔다.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달 22일 23억원에 거래되며 전 고가(22억원)보다 1억원 이상 올랐다. 엘스 전용 84㎡ 역시 지난달 20일 전 고가보다 3,000만원 비싼 22억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강북·노원·관악구 등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외곽 지역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잇달았다. 강북구 미아뉴타운의 ‘두산위브트레지움’은 대책 이후 전용 85㎡가 전 고가보다 5,000만원 이상 뛴 8억원에 매매됐다. 이달 초만 해도 5억원대 후반에 거래되던 ‘미아SK북한산시티’ 84㎡도 지난달 20일 6억5,000만원에 팔렸다. 노원구 상계동의 ‘상계주공6단지’ 59㎡ 역시 전 고가보다 3,000만원 오른 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풍선효과도 여전하다. 대책 이후 지역별 아파트 거래량을 분석해보면 김포와 파주의 거래량 비중이 큰 폭으로 늘었다. 대책 전 경기도 전체 아파트 거래량 대비 김포 아파트 비율은 2.7%에 불과했지만 대책 이후 17.9%로 급등했다. 파주도 대책 전 거래 비중이 1.7%에 지나지 않았지만 대책 이후 5.7%로 확대됐다.
신고가는 이 지역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강남구 도곡동의 ‘도곡렉슬’은 지난달 29일 전용 134.9㎡가 21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한 달 전인 5월25일 체결된 직전 거래(18억8,000만원)보다 2억7,000만원 뛴 가격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98㎡도 5월 말까지만 해도 12억원에 전세 거래됐지만 한 달 후인 6월23일에는 이보다 3억원 높은 15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전세뿐 아니라 월세 가격도 훌쩍 뛰었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의 경우 전용 84.8㎡의 5월 월세(준전세) 거래는 보증금 6억원에 월 72만원 수준이었지만 6월 들어 보증금 7억원에 월 100만원으로 올랐다. 한 달 새 보증금만 1억원이 뛰고 월세도 함께 오른 것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집값 정책이 신뢰를 잃은 지 오래된 것 같다. 시장은 반복된 규제에 학습효과가 생겼다”며 “현 정부의 수요억제 위주의 정책으로는 면밀하게 규제한다고 해도 일시적 안정만 이룰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대다수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묶은 지난 6월 국토교통부의 부동산대책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카페를 개설해 규제에 따른 피해자들을 한데 모으고 있다. 이들은 현재 매일같이 네이버 등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일정 검색어를 순위에 올리는 등의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2일 오후2시에는 ‘617 헌법 13조 2항’이라는 키워드를 네이버 검색어 랭킹에 등재시켰다. 헌법 제13조 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에 의해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으로, 소급 입법 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즉 6·17대책이 위헌적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6·17 소급 위헌’ 키워드를, 이달 1일에는 ‘김현미 장관 거짓말’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리기도 했다.
또 해당 모임은 4일 서울 신도림역 1번 출구에서 단체행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해당 카페 임시운영진은 “무책임한 정책 남발로 집값을 폭등시켜 실수요자를 좌절시킨 데 이어 하루아침에 벌어진 대출규제로 실거주할 집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린 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앞서 6·17대책을 통해 수원·인천 연수구 등의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격상시키고 파주·김포 등 접경지역 및 자연보전권역을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이 때문에 앞서 청약을 받은 단지들의 수분양자들은 강화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받아 중도금·잔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
동시에 서울 외곽의 3기 신도시 위주에서 벗어나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미화 전주대 교수는 “현재의 부동산 대란을 100% 정책 실패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22차례의 대책이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킨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며 “전방위적으로 부동산 정책 전환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규제지역 확대는 오히려 학습효과만 더 키우고 있다. 수요자들이 집을 사고 싶은데 오히려 못사게 막고 있다”며 “수요 관리는 너무 과하면 안 된다. 오히려 실수요자들이 좀 더 내 집 마련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도 “공급을 억제하고 수요를 억제한 것이 현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며 “대출 규제를 풀어 언제든 집을 살 수 있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안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6억원과 9억원·15억원 등 대출 제한을 위한 가격 기준선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 교수는 “높은 가격이 기준선 아래로 떨어지기보다 낮은 가격이 기준선에 맞춰 오르는 결과가 나왔다”며 “현금이 있지 않으면 대출로 집 사기는 힘든 구조가 됐다”고 꼬집었다.
권 교수는 “재개발·재건축을 풀어주고 서울 35층 층수 규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며 “오히려 시중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3기 신도시 규모도 2기 신도시 반 정도로 축소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함 랩장은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의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재건축 규제가 공급 절벽 우려를 더 가중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시 가격 상승 우려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규제를 강화해 재건축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조정되더라도 결국 공급이 줄어든다는 우려로 신축 아파트가 오르게 된다”며 “그러면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이미 많이 오른 신축 아파트를 따라가게 된다”고 했다. 규제를 하면 재건축 가격이 신축보다 떨어져 전체 시장 가격이 안정될 것 같지만 오히려 공급 부족 우려로 기존 신축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르기 때문에 결국 재건축 아파트 절댓값이 더 오른다는 것이다.
/양지윤·권혁준·김흥록·진동영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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