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완성 전엔 씻지도 않던 남편" 故人 뜻 기려 후학 위해 10억 기탁

유석재 기자 2020. 7. 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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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석 교수의 아내 이춘계 교수, 사회사학회 '최재석학술상' 제정
최재석(왼쪽), 이춘계

"생전에 학문에 대해 너무나 큰 열정을 지니셨던 분입니다…. 고인의 뜻을 받들어 후학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이 돈을) 내놓게 됐습니다."

이춘계(90) 동국대 명예교수가 전화기 너머로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고(故) 용봉(龍峰) 최재석(1926~2016) 고려대 명예교수의 아내다. 이 교수는 최근 남편의 뜻을 기려 한국사회사학회에 학술기금 10억원을 기탁할 뜻을 밝혔다.

한국사회사학회 이사장인 박명규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사(社會史) 연구에서 큰 업적을 남긴 고인의 유족이 순수 학술연구단체에 거액을 기탁한 것은 숭고하고 뜻깊은 일"이라며 "이 기금으로 '최재석 학술상'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봉 최재석 학술상 기금 기탁식'은 오는 4일 오후 1시 30분 서울대 규장각 제1회의실에서 열린다. 앞으로 20년 동안 매년 최재석 학술상을 통해 우수 연구자 3명에게 총 50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이춘계 교수는 남편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2017년 부부가 소유했던 11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고인이 생전 봉직한 고려대에 기부했었다. 슬하에 자식이 없어 "이번 기부로 수많은 제자를 자식으로 두게 된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이 교수는 "(이번에 내놓은 10억원은) 저희 부부가 평생 소비를 줄이고 꼬박꼬박 월급을 모아서 마련한 돈"이라며 "살아 있는 동안 생활할 수 있을 만한 돈만 남기고 모두 후학을 위해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혼 초에 남편이 이발하지 않고 목욕도 하지 않은 채 며칠 동안 줄곧 책상에만 앉아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물어보니 '쓰고 있는 논문을 완성하기 전까지는 깎지도 씻지도 않겠다'는 거였어요. 그 열정이 그대로 후학들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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